| 2006/07/03 (15:59) from 59.6.212.229' of 59.6.212.229' | Article Number : 1640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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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556 , Lines : 33 |
| 토고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06.6.18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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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 일천 여든 일곱 번째 모임 (2006.6.18) 토고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 지난 금요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반가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이 모이면 늘 그렇듯이 축구 얘기는 여기서도 영락없이 대화의 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거기 모인 일곱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중 토고와의 경기를 관전한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는 점입니다. 그 한 사람도 장인께서 함께 보자고 호출하는 바람에 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실은 저도 절반은 관람자에 속합니다. 전반전은 보았으니까요. 후반전은 경기 자체보다 제가 느끼고 싶었던 지하철에 있었습니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방해받지 않고 독서할, 평생 한 번밖에 없을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정말로 한동안은 이상적인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승객들은 혹여 자기 말이 남에게 방해될까 하여 말도 소곤소곤하고, 그 흔하던 휴대폰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겪고 싶었던 바로 그런 매너가 그 날 그 시각 그 전동차 안에서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소음이라 느껴졌던 유일한 소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불필요하게 친절한 안내방송이었습니다. 얼마쯤 가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기관사가 친히 육성중계를 하여, 한국이 골을 넣었다고 할 때도 승객들은 서로 눈만 마주칠 뿐 옆 사람에게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날 강의 자료로 쓸 논문 한 편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주제가 빗나갔군요. 다시 금요일의 모임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대화는 요즘의 축구 열기와 4년 전을 비교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2002년이 대중의 창조적 열기가 압도하는 예측 불가능한 시기였다면, 지금은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상투적인 분위기가 너무 지나치다는 데 각자는 대체로 공감했습니다. 하여 이런 현상에 대해 서로 자기 해석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각각이 제법 유명한 비평가들인지라, 한 편 한 편이 가히 쓸 만한 문화비평들이었습니다. 한데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훌륭한 해석이 아니라, 술주정하듯 내뱉은 한 사람의 푸념이었습니다. “나는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데, 그 좋은 것을 볼 수 없게 만든 게 화가나.”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하철로 다른 곳을 가야했고, 그 안에서 토고전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지요. 다른 사람은 고양이를 돌보느라 경기를 볼 수 없었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를 못 보게 된 게 화가 나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했지요. 그리고 다른 이는 학생들의 기말고사 성적을 학교에 넘겨야 했기에 시간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이처럼, 시간도 여유로웠고 축구도 좋아하는데, 볼 수 없었다고 얘기한 이는 그날 월드컵과 무관함을 공공연히 표방한 어느 바에서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토고전을 보지 못하는 것에 관해 사람들에겐 이렇게 다양한 이유가 있었군요. 문뜩 이러한 다양함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보지 않는 이유가 가지각색일 수 있다는 건 당연한 것일 텐데, 저는 그들의 말들에서 생소함을 느낀 것입니다. 바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각을 강요받는 게 싫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필경 아무런 저항감을 느끼지 않은 것을 그는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과민함에서 저는 저의 낯설음의 해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토고전을 보며 열광했던 이들은 최소한 하나의 대의(大義)로 통합되어 있었다는 건 별로 의심할 바 없을 듯합니다. 이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국이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일터가 없어 수없이 이력서를 써야하는 청년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자녀의 떨어진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며, 퇴직의 압박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닌데, ..., 어떤 일상의 문제도 해결되는 것이 없는데, 많은 사람들은 토고전에 행복을 걸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각박한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기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다른 무엇에 순간적으로 몰입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의 즐거움으로 터질 것 같은 괴로운 심사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토고전에서 실패한다 해도, 사람들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긴 할 것이지만, 그리 걱정할 건 없습니다. 다음 경기에 이기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음 경기에서도 지고, 16강 진출이 실패해도 문제없습니다. 기쁨이 순간이듯, 실패의 좌절도 순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탈락한다 해도, 나의 삶은 별로 지장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축구가 실패해도,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것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간간히 그렇듯이 여자 골프선수들이 또 행복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 만한 사건은, 미루어 짐작컨대, 향후에도 꽤나 많습니다. 사회는 종종 ‘공공의 적’을 우리에게 선사하기도 하고, ‘공공의 영웅’을 소개해 주기도 합니다. 그들을 비난하며 전 국민이 하나가 되기도 하고, 또 그들을 칭송하면서 일체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 국민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서 그는 ‘생각을 강요받는다’고 느낀 것입니다. 현실의 해소되지 않는 질곡을 마냥 안고 살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그 운명과도 같은 삶의 질곡들과 맞서 장렬한 전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치밀하게 대항해도, 물불 안 가리고 치열하게 맞서도, 그 승부에서 근원적인 승리를 쟁취한 이를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 싸움은 살아있는 한, 항상 우리 몸에 붙어 있습니다. 해서, ‘우회하는 즐거움’은 불행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합니다. ‘웃음’ 혹은 ‘눈물’은 우회적 즐거움의 표상들입니다. 사람은 항상 웃고 있을 수 없고, 항상 울 수 없습니다. 순간의 즐거움에 표정이 바뀔 수 있고, 또 그 표징으로 몸 내부에서 눈물을 흘려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얼마나 오묘한 신의 배려인지 모릅니다. 표정의 변화, 유체의 흐름이 순간의 즐거움을 표현함으로써, 그 일시적 즐거움이 삶의 깊은 질곡으로부터 해방을 체감하게 해줍니다. 잠시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우회하는 즐거움은 ‘망각’을 원리로 합니다. 그 즐거움이 질곡의 불행감을 망각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울이 스스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죄인 의식에서 해방받는 것을 ‘의인(義認)’이라고, 곧 신이 그렇게 봐 주는 것, 신의 착시의 효과라고 표현한 것과 상통합니다. 다시 말하면 신의 망각이 곧 우리의 일상에서의 구원 체험이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웃음과 울음은 끊임없이 권력에 의해 ‘도구화’되었습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모두 나의 몫이지만, 다른 누군가가 나의 울음과 웃음을 야기시키고, 그것으로 인한 나의 감정을 그 비용으로 걷어가는 현상입니다. ‘국가’는 것은 웃음과 울음을 도구화하는 권력의 대표적 존재였습니다. B급, C급 전범재판에 의해 교수형당했던 조선의 청년들은 ‘천황폐하 만세!’을 외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습니다. 또 ‘대한민국 만세!’ 혹은 ‘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짖으며, 한반도의 청년들은 아무런 원한이 없던 이웃을 향해 기꺼이 총탄을 퍼붓고, 적의 총탄에 의해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국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애국가를 뇌까리는 이른바 애국심의 의례에는 종종 웃음과 울음이 뒤섞입니다. 또 스포츠 내셔널리즘은 애국심을 유발하고, 웃음과 울음의 감동을 낳는 주요 동인자가 바로 자본임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의 생각이 강요받는 것에 참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남보다 예민했던 그는 자기의 웃음과 울음을 회수하는 권력에게서 자기의 감정이 폭행당하는 체험을 했던 것입니다. ｢마태오복음｣은 바로 그러한 일체화하는 기쁨의 체계로 인해 폭행당한 자들에 의해 고백된 예수 기억입니다. 로마에 대한 항전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유대인에게 전후의 현실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전쟁이었습니다. 승전국 군대가 가하는 폭력, 그 전쟁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피해를 당한 인근 주변국 주민들의 폭력, 게다가 전쟁을 겪으면서 마음까지 잃어버린 유대인들이 서로에게 가하는 폭력, 이렇게 전후 유대인 사회에는 폭력이 난무했습니다. 전쟁 전까지 모든 유대인들의 마음의 기축이던 성전은 불타 잿더미가 됐고, 그네들에게 야훼의 정신을 전수시켰던 사제들은 한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회당을 중심으로 해서 유대사회가 복구되기 시작합니다. 바리사이, 특히 그네들의 지도자인 라삐가 이 전후 복구의 주역이었습니다. 한데, 이들은 전후의 유대사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복구하기 위해 웃음과 울음을 신앙의 장치 속에 교묘히 집어넣었습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유대인의 기도문 속에는, 수없이 많은 감사 항목들이 나옵니다. ‘내가 ... 하여서 감사합니다’라는 투입니다. 그 중에는 ‘나자렛 도당’이 아님에 대한 감사,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 이방인이 아닌 것에 대한 감사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기도는 나자렛 도당에 대한 수없이 많은 폭력과 배제를 야기시켰습니다. 전후에 와해된 유대인들의 일체감을 복원하기 위해서 고강도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체제, 이 체제에 의해 보통의 유대인들은 웃음과 울음을 회수당했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유대인의 궁극적 승리를 위한 자원으로 환원시키려는 체제에 몸을 내맡겼습니다. 그 결과 보통의 유대인은 어제까지 이웃이던 타자를 향해 무감각한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태공동체는 바로 그런 폭행의 피해자였던 것입니다. 한데, 그들은 이러한 체제의 명령에 복종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오히려 저들의 율법과는 다른 법, 타인과 화해하는 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에게 축복을 선언하는 율법을 전하는 예수를 기억했던 것입니다. 나의, 우리의 즐거움이, 그 웃음과 울음이 타인에 대한 폭력의 자원으로 회수되지 않기 위해 일하는 마태공동체의 평화 실천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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