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7/25 (10:22) from 61.248.24.227' of 61.248.24.227' | Article Number : 1641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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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268 , Lines : 33 |
| 어진목자)2006.7.16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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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목자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서 데리고 나갑니다. 자기 양들을 모두 이끌어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라갑니다.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 10장 3b~4절 날 때부터 볼 수 없었기에 그는 항상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걸을 수 있는 식구는 모두 일 나가야 하는 사정입니다. 하여 그는 홀로 살아가는 방법조차 깨칠 수 없었습니다. 누구도 그에게 사는 법을 가르칠 형편이 못 되었지요. 빈 집에 홀로 남겨둘 수 없기에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갈 때마다 그를 (예루살렘) 성안 실로암 연못 앞에 데려다 놓았지요. 운 좋으면 순례객들이 자비를 베풀어 먹을 것을 얻을 수도 있고,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 하더라도 다른 걸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니 아들에겐 안성마춤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나이론 어른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삶의 기회는 구걸뿐입니다. 불쌍한 인생임을 증명해 보이는 초라한 행색의 장애인의 지표는 단지 그를 궁휼히 여기는 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소경인 그 자신 또한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입니다. 그의 몸의 표식은 그가 자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바라본 사람들은 그를 신의 저주를 받은 자로 여겼고, 볼 수 없는 그 자신은 그를 본 이들의 시선을 통해서만 자신을 보았던 것입니다. 하여 그는, 그 자신은 저주받은 운명의 존재였고, 사람들로부터 불쌍히 여김을 받음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는 자라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예수께서 지나시다가 그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를 고쳐줍니다. 그는 이제 스스로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자기를 알게 된 게 아니라, 자신이 본 것으로 자기를 말하게 된 것입니다. 한데, 이 일로 소란이 벌어집니다. 유대인들이 그를 심문하고 가족에게 다구칩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이때 유대인들의 관심은 그가 볼 수 있게 된 그 사실보다는 그가 보게 된 경위에 있었습니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고쳤는가 말입니다. 그 기적 술사는 모세의 법에 합당하게 처신했는가, 그의 방법은 혹 사악한 마술은 아닌가. 이 민망한 반응에 화가 난 예수님은 저들을 향해 호통을 칩니다. ‘너희야 말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놈들이로다. 내가 온 것은 너희 따위들을 심판하고자 함이다. 눈을 뜨고서도 진실을 보지 못하고, 심지어 너희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거짓을 보게 해서, 그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 대해 저주하도록 하는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한복음｣ 9장 이야기는 마무리를 짓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예수 이야기를 통해 족히 두 세대는 지난 자기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소위 세상을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하는 자들인 유대인들이, 배운 것 없어 세상의 이치를, 진리를 분별할 수 없는 이들을 조롱하거나 불쌍히 여기긴 것처럼, 디아스포라 유대 교포 사회에서 유대교 회당을 이끌어가는 자들, 그 유대인들은 볼 안목이 없는 민초들을 그렇게 대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저들 볼 눈이 없는 이들에게 볼 안목을 준 것처럼, 회당에서 예수를 전하던 이들도 회당 변두리의 병들고 가난하고 천한 이들에게 그분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스스로 볼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침을 준 예수님을 유대인들이 적대한 것처럼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회당 안의 예수 이야기를 전하는 예언자들 또한 지도자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습니다. 10장은 바로 이러한 논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자신을 양들을 이끄는 목자 혹은 양을 지키는 우리의 문 자체라고 주장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주장은 회당이 저들 민초들의 보금자리가 아니라는 뜻을 내포합니다. 오히려 회당의 지도자들은 양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둑이요 강도에 다름 아닙니다. 왜냐면 저들은 양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9장에서 얘기한 것처럼, 양들은 나면서부터 볼 수 없는 소경과 같은 존재입니다. 가난하고 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배우질 못했고, 질박한 현실을 살아가느라 비굴했던 이들입니다. 필경 잘 교육받고 부족함 없이 자라 적당히 선하게 살 수 있는 사치를 간직한 저와 같은 이들과는 달리 남의 것 슬쩍 도둑질하는 못된 습관이 몸에 붙어 있기도 했고 주변 이들에 대해 보다 폭력인 사람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또한 강한 자들에게 비굴하고 약한 이들에게 더 야비한 모습을 갖기도 했겠지요. 하여 그의 일대기를 하나하나 더듬어보면 추하게 얼룩진 오점이 너무 많이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불행은 필경 사회적인 불운에 더 깊은 연원을 두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흉물스런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불운의 사회적 배경을 떠올리기보다는 그 개인에 대한 불쾌감과 혐오감을 앞서게 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다른 한 편으로 자기 자신이 그 자와는 다르다는 데 꽤나 만족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존감은 종종 그 혐오스런 사람에 대한 궁휼감으로 이어짐으로써 그 절정에 이릅니다. 혐오스런 이를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자비심이란 얼마나 숭고한지에 대한 자기 만족감이 넘쳐납니다. 이러한 태도는 저를 포함한 우리 시대의 대부분의 규범주의자들, 규범세계에서 비교적 우등생인 자들이 공유하는 모습이겠지요. 이 성서 구절에서 언급되는 유대인들이란 바로 이런 사람들입니다. 아무튼 유대인들의 시선에서 소경은 옳은 것을 깨달을 줄 모르는 자들에 다름 아닙니다. 해서 그들을 가르치고자 합니다. 죄에 대해서, 그리고 의에 대해서. 한데 예수님은 그런 저들을 향해 강도요 도둑이라고 극언을 퍼붓습니다. 10절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단지 도둑질하고 잡아 죽이고 망치려는 것”이라고. 반면에 자기 자신은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태도가 나뉩니다. 둘은 모두 소경을 돌본다고 하지만, 유대인들은 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저들을 망치게 하고 죽게 하지만, 예수님은 저들 대신에 당신 자신이 죽는다고 합니다. 돌봄의 두 모습입니다. 도대체 유대인들의 돌봄은 왜 망치게 하고 죽게 하는 것일까요? 해코지 하는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닌데, 왜 그런 악평으로 받게 될까요? 여기서 유대인들은 율법의 정신을 수호하는 자들, 즉 규범을 중요시하는 자들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들의 신학적 이상은 율법에 충실한 백성이 됨으로써 유대 종족 전체가 하느님의 분노를 벗어나 구원에 이르게 하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이런 대의를 위해 율법을 최선을 다해 지키려 했고, 그 소경과 같은 율법으로부터 먼 자들을 훈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요컨대 그들의 궁휼은 종족의 구원이라는 대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한데 예수님은 그것과는 다른 궁휼을 보여줍니다. 당신은 어진 목자처럼 양의 우리를 최선을 다해 지킵니다. 그리고 저 양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불러서 풀밭으로 이끌어 갑니다. 양들은 이 다정하고 친숙한 소리를 따라 목자를 따릅니다. 예수님은 유대 종족 전체에 관심을 두고서 양들, 즉 소경들을 돌보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소경을 돌볼 땐 그 소경만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가 당신에겐 전부이고, 그가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내놓습니다. 최근 우리의 정부 지도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과의 FTA를 추진하면서 지구화하는 세상에서 그 협약들은 불가항력적인 것임을 강변합니다. 피할 길은 없고 다만 그것을 공세적으로 활용하여 기회로 맞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계를 읽는 정보를 누구보다도 많이 갖고 있는 이들의 판단이니 아마도 이 주장은 큰 진실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한데 우리의 걱정은 그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그것을 하고 있을지언정, 기층대중을 위한 ‘어진 목자’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한 대의에 대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비용으로 희생양들의 죽음을 너무 쉽게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의 ‘유대인들’과 같은 이들은 대의를 위해 타자를 도구화할 수 있는 냉혹한 정치인들의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치 지도자들만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종종 최후의 성과에 대한 계산에 몰두하느라 ‘과정의 희생자들’에 대한 고려를 망각하곤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 못지 않은 안목으로, 수많은 정보들을 나열하고 조합하여 비관적 평가를 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일이 무의미하지는 않겠지만, 그러한 노력 속엔 어진 목자의 모습이 소거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명쾌한 안목은 약한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목, 결국 그들을 망치게 하는 안목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FTA에 반대하라고 가르치는 우리의 훈계 또한 지지를 요청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훈계 만큼이나 무미건조한 외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양 우리를 지키며, 그네들 이름 하나하나를 부르며, 그네들의 신뢰를 받으며 자기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어진 목자들께 경의를 표하며, 매마른 계산기 같은 판단에만 몰두했던 저를 반성하고자 합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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