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9/01 (12:05) from 61.248.24.227' of 61.248.24.227' | Article Number : 1642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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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254 , Lines : 30 |
| 잃어버린 야훼의 사람들, 그리고 지우고 싶은 역사의 이스라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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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 일천 아흔일곱 번째 모임 (2006.8.24) 잃어버린 야훼의 사람들, 그리고 지우고 싶은 역사의 이스라엘 하늘은 나의 보좌요 / 땅은 나의 발판이다 / 너희가 나에게 무슨 집을 지어 바치겠다는 말이냐? / 내가 머물러 쉴 곳을 어디에다 마련하겠다는 말이냐? / 모두 내가 이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냐? / 다 나의 것이 아니냐 // 내가 굽어 보는 사람은 / 억눌려 그 마음이 찢어지고 / 나의 말을 송구스럽게 받는 사람이다. ―｢이사야서｣ 66장 1~2절 바벨론 제국이 붕괴될 무렵 유배된 유대인 공동체의 한 예언자(제2이사야)는 고향으로 귀환할 때가 도래했음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그의 통찰력은 공동체의 감각을 너무 앞섰습니다. 필경 그는 공동체로부터 심한 린치를 당하며 비참하게 죽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데 그의 예언이 옳았습니다. 바벨론 제국을 몰락시킨 페르시아 제국의 고레스 황제는 바벨론 시절 유프라테스 강 유역으로 유배된 각국의 구왕족들과 귀족들의 귀향을 명한 것입니다. 실은 이들의 귀환을 후원하고, 이들이 돌아간 곳에서 재집권하게 도와줌으로써 친페르시아 정부들이 제국 각처에 성립되게 하려는 통치 전략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어쨌거나 이로써 유배된 유대인 공동체들에서도 귀환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집니다. 물론 귀환을 선택한 이들은 주로 유배지에서 정착에 실패한 자들이거나 혹은 신께서 약속한 땅으로의 복원을 열광적으로 바라마지 않았던 이들이었을 겁니다. 먼 길을 떠납니다. 거의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 시간의 짐을 벗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지만, 그럼에도 설레임을 안고 ‘미지의 고향’을 찾아 이억만리 먼 길을 떠납니다. 해발 8백 미터 고지에, 아직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뚜렷하게 남은, 버려진 땅 예루살렘에 당도했습니다. 물론 그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은 아닙니다. 옛 주민들 일부가 여전히 있었고,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 제국 여기저기서 들어온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귀향자를 포함해 이들 모두를 다 합해봐야 얼마 안 되었고, 이들 얼마 안 되는 사람이 살기에도 그 땅은 충분히 척박했습니다. 이렇다 할 집터자리도 마땅치 않았고, 생활필수품을 구할만한 곳도 거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량과 식수가 부족했습니다. 폐허가 된 도시의 자취는 시골보다 오히려 더 불결하고 더 척박했습니다. 1917년에서 1948년 사이 유럽에 살던 유대인들이 귀환한 예루살렘도 바로 그랬습니다. 시온주의 운동이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국제정치의 틈새에서 기회를 얻어내 마른 풀밭에 불길 번지듯 전 유럽을 들썩이게 했고, 실제로 수십만의 유대인들이 예루살렘과 그 인근 지역으로 밀려들어왔습니다. 한데 매년 일이만 명 이상씩 늘어나는 급속한 인구 변동을 소화하기에는 그 땅은 너무 황량했습니다. 금새 오물처리 문제가 심각해졌고, 전기 공급은 극도로 빈약했습니다. 식수의 절대량이 부족했고, 도로체계도 부실한 고지대인지라 물류비가 너무 높아 생필품 가격이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페르시아 시대 귀환 유대인들이든 20세기 전반기 팔레스틴의 시온주의자들이든, 토착민들의 강한 저항에 맞닥뜨려야 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강한 신념을 공유하는 이들이 집단적으로 몰려드는 것이 토착민들을 포함한 다른 주민들에겐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치안 자치대를 결성하여 분쟁에 대처합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일각에선 점차 공존의 윤리를 터득하기도 했습니다. 하여 유대인 집단 내에선 공동체 외부를 지배하려는 자들과 공존을 강조하려는 자들이 대립하기도 합니다. 한편 갑자기 거류민이 늘어남으로써 상권이 새로 형성되고, 이는 또 다른 이주민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됩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버려진 땅처럼 취급했던 인근의 정치권력이 이곳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자극합니다. 이로써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제 귀환자들은 가장 강력한 적과 대면하게 된 것입니다. 저들은 발전된 무기체계로 무장한 잘 훈련된 군대를 가진 존재였습니다. 치안 자치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습니다. 페르시아나 영국 같은 제국에 기대야만 공동체의 안전이 보존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동적 의존은 지극히 불안정합니다. 페르시아 시대 귀환 유대인들이 그 혹독한 현실에서도 신속하게 성전을 건립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재정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성전은 디아스포라에 있는 유대인 재력가들의 기부금을 유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제국의 고위관료들에게 로비활동을 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성전은 귀환 유대인들의 자생력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조건인 것입니다. 이 점에서 보면 20세기의 시온주의자들은 좀 더 수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에 공동체를 마련했다는 것 자체로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아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디아스포라 유력인사들의 로비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정치 경제적 지지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페르시아 시대 유대인 귀환공동체는 성전을 건립한 뒤 대략 50년쯤 후에 예루살렘 성벽을 재수축하기에 이릅니다. 성서을 통해 살펴보면 페르시아에 의한 유대인 귀환의 역사는 대략 네 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첫째는 제국 창건자인 고레스 황제 시절, 다윗 왕가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인물인 세스바쌀이라는 이가 주도하는 귀환운동인데, 이들은 귀환 이후 성전 건립을 시도하였으나,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단되었고, 그는 역사에서 갑자기 퇴장하고 말았지요. 둘째 단계는 즈루빠벨이라는 다윗의 후손과 예수아라는 예언자가 이끄는 귀환운동인데, 이들은 일단의 토착민들의 지지를 받아내면서 성전 건립에 성공합니다. 앞서 언급한 성전 건립이 바로 이들에 의해 실행된 것이지요. 이때 하께나 즈가리야 같은 예언자들이 열렬히 대중을 선동하여 성전 건립 운동의 성공에 한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성벽을 수축한 느헤미야가 주도한 귀환운동입니다. 그는 왕족 출신이 아니었고, 어쩌면 페르시아 중앙정부에서 일하던 관료출신 유대인인지도 모릅니다. 성벽이 재건됨으로써 인근의 정치세력은 더 이상 효과적으로 유대공동체를 압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성벽이 단지 물리적인 경계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경계이기도 하다는 데 있습니다. 즉 성벽은 ‘안’과 ‘밖’을 가르는 강력한 경계로서, 일종의 정신적인 경계선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오늘날의 국경이 가지는 심리적 효과와도 같은 그런 것 말입니다. 이제 예루살렘의 유대공동체는 명실상부 정치적 실체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추구한 정치적 실체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느헤미야는 성벽 수축과 더불어 일련의 ‘위로부터의 개혁’을 시행하였다는 점입니다. 안식일법, 휴경년법, 부채탕감정책 등을 시행함으로써 예루살렘뿐 아니라 인근의 주민을 백성으로 통합하는 하나의 국가적 체계를 구축하였던 것이지요. 여기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조치가 있는데, 그것은 ‘외부 족속과의 통혼 금지령’입니다. 경계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케 하는 조치이지요. 체제 외부는 지배층의 적일 뿐 아니라, 복속된 대중의 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네 번째 귀환공동체 운동에 대해 언급해야겠습니다. 여기에는, 대략 느헤미야보다 50년쯤 후대의 인물인 ‘에즈라’라고 하는 사제가 지도자로 부상하는데, 아마도 그는 최고지도자였다기보다는, 개혁의 핵심 인물이었을 겁니다. 그는 법제를 강화한 인물로 보이는데, 특히 느헤미야에 의해 시도된 외부 족속과의 통혼 금지령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했던 장본인입니다. 아마도 느헤미야의 통혼 금지 시행령에도 불구하고 지도층과 서민층의 많은 이들이 외부 족속과 혼인관계를 맺어왔던 모양입니다. 이에 에즈라는 이미 결혼한 이들을 강제로 이혼시키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이들을 극형에 처하는 강권을 발동했던 것입니다. 흔히 혼인관계는 가족이나 씨족 간의 화합과 연대를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본주의적 폐쇄성을 추구하는 예루살렘의 유대공동체는 이웃족속인 사마리아, 암몬, 아랍 등과 일체의 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 상대로서 취급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국가 간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개별가족들은 화해를 모색해 왔는데 에즈라의 법적 조치는 그러한 일상적 화해를 단절시키려는 조치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국가적이고 공적 차원에서만 저들을 적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조차 타자화하고 적대화하려는 정책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유대주의는 식민지 시대에 국가로서 재건됩니다. 자폐적이고 공세적인 국가로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천 몇백 년 뒤에 출현한 시온주의자들의 국가 또한 이런 전통과 꼭 부합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즉 시온주의자들은 느헤미야-에즈라의 국가 전통을 따랐던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근본주의적인 폐쇄성, 공격성이 오늘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하는 이스라엘 국가의 정치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고, 레바논을 공격하는 전쟁의 이데올로기 속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비뚤어진 국가 창건의 모델은 그들이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국가 모델이 아직 구축되기 이전, 국가로의 길로 가는 중간 기착지였던 즈루빠벨의 성전 건립의 시기, 바로 그 어간에 같은 귀환 유대인 출신인 한 익명의 예언자(제3이사야)는 그러한 경로의 발전, 그 발전의 비극을 예감한 듯, 오늘 본문처럼 유대인들을 향해 엄정한 경고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성전을 짓는 데 열을 올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억눌림당하는 이들에 대한 측은지심이라고, 바로 이것이 야훼의 진정한 뜻이라고. 배타적 공격성을 극대화한 국가가 아닌, 포용적 나눔의 체제를 향한 예언자의 고언을 그들은 경청했어야 했습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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