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9/25 (08:13) from 61.248.24.227' of 61.248.24.227' | Article Number : 1643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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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268 , Lines : 27 |
| 우리가 잃어버릴지 모르는 한 가지: 한미 FTA 협상에 즈음해서(하늘뜻나누기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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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 이천 번째 모임 (2006.9.20) 우리가 잃어버릴지 모르는 한 가지: 한미 FTA 협상에 즈음해서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아흔 아홉 마리를 산에 그대로 둔 채 그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마태오복음｣ 18장 12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2차 협상(2006.7.10~14)이 끝나던 날, 저는 한 기독교 인터넷 매체(에큐메니안)에 이 협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 한 편을 기고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기독교사회책임, 기독교뉴라이트연합 등이 주도한 한미 FTA 지지집회(7.12)가 열린 지 이틀 후였지요. 그래서인지, 곧바로 제 글에 대한 서경석 목사의 반론이 같은 매체에 실렸고, 덕분에 제 글은 한동안 그 매체의 기사중 조회수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당시 글을 쓸 때는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어쩌나 가슴 졸이고 있었지만, 3차 까지 실패로 돌아간 지금은 다소 마음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재앙이 임박했다는 압박감이 저를 휩싸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유보된 틈’이 저를 약간은 자유롭게 합니다. 그 글에서 저는 묵시록의 일곱 나팔의 재앙에 비교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지구화의 재앙 파노라마의 두 번째 출발선에 우리가 서 있다고 주장하였지요. 반면 서경석 목사는 재앙에서 벗어날 기회가 바로 FTA 협상이라고 말합니다. 그 얼마 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세계 제일의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타개할 비법이 바로 이 협상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이 생겨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늘고 물가가 하락하며 국가 신용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낙관론을 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고부가가치의 미국 서비스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경쟁력이 낮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결국 중국을 따돌릴 미래지향적 성장전략이 될 거라는 희망찬 메시지를 선포하였습니다. 서경석 목사가 하고 싶었던 말도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우리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습니다. IMF 재앙을 겪으면서 지구화가 얼마나 무자비한지에 대한 기억이 절절한데 어떻게 그 장밋빛 메시지에 마음을 실을 수 있나요? 1994년 김영삼 정부가 지구화의 위협에 공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발전국가의 방어적 보호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표방한 이후 그 직접적 결과가 1997년의 재앙 아니었나요.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협약은 지구화에 대한 정부의 두 번째 적극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런 불안감은 당연한 것일 겁니다. 저만이 아니라,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나 기독교 FTA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많은 지지를 받으며 출범한 것도 필경 이러한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터무니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노무현 정부의 진단처럼 이런 극약처방이 아니면 불가능할 만큼 우리가 이미 직면하고 있는 사태가 심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FTA 협상이 실현되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어, 새로운 한국의 미래를 이끄는 성장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렇게 이익과 손실의 대차대조표를 두고 벌이는 일련의 논쟁은 낙관론과 비관론에 기반을 둔 선언적 주장일 뿐 그 귀결을 누가 알겠습니다. 수없이 많은 변수를 모두 고려한 정확한 진단은 현재로선 그 누구도, 어떤 대단한 슈퍼컴퓨터도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최근 한미 FTA의 모델인 미국형 FTA는 신종 지구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은 이제까지 나온 다른 어떤 게임들보다 훨씬 지구화의 이상에 가까운 것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즉 협상 당사국간의 예외조항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전면 개방을 원칙으로 하는 철저한 자유무역의 이상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으로선 이미 일부 나라들과 이런 협상을 시행해보았지만, 세계 11위의 교역국인 한국보다 더 큰 시장과 협약관계를 맺은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여러 나라와 FTA 협상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이지만, 이처럼 전면 개방을 전제로 하는 협상은 처음입니다. 협상이 실현된다고 해도 그 진행이 어떻게 될지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습니다. 한데 대차대조표상의 총량적 성패에 대해선 말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정보로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까지의 지구화 양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자본이 사람들의 일상 구석구석까지 진출하는 일련의 흐름에서 한 단계 더 진척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자본은 좀 더 삶에 밀착하여 그 통제력을 확장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시장의 가치로부터 상대적인 거리를 두고 있던 영역들, 가령 공공적 영역들이 시장 속에 편입되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또 이러한 무한경쟁의 생존게임이 진행되면 내면의 공간도 더욱 현저히 시장화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존재에 대한 자본의 통제력이 안팎으로 전면화되는 데 이 미국형 FTA는 분명 그 가속장치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얘깁니다. 이로써 지구화로 인해 확장되는 사탄의 지배력은 더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바둑의 고수가 되려면 불리한 돌들을 얼른 포기하고, 그것을 버리는 대신 다른 더 큰 이득을 계산해내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해서 두뇌 게임은 고대부터 정치가들의 지혜를 훈련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지요. 한데 지금 우리의 정부는 아마도 이러한 두뇌게임, 아직 어디서도 충분히 실험해보지 못한 시뮬레이션 불가의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3차 협상에서도 협약에 이르지 못할 만큼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중입니다. 최절정의 바둑 고수가 벌인 대국 중 가장 빛나는 게임들은 판 위의 거의 모든 돌들이 마치 고수의 전체 기획의 일부인 듯이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필경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버려질 존재건 아니건, 전체의 뜻을 위해 한 몫을 하는 게임, 우리의 정치가들이 장고를 거듭하며 구상하는 최고의 행보는 바로 이런 데 있겠지요. 여기서 ‘쓸모 있는 돌들’인 시민들은, 과거처럼 공공적 질서에 대한 교양을 갖춘 존재가 아니라, 시장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모든 가능한 역량을 발휘하라는 이른바 ‘지구화 계율’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또 ‘쓸모 없는 돌들’인 비시민화된/될 존재들은 시장의 질서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자들인 것입니다. 그런 쓸모 있는 돌과 없는 돌을 분별하고 그것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외교통상부 안에 설치된 통상교섭본부의 최고 엘리트들이 1998년 이후 숙고를 거듭하는 것의 핵심 내용일 것입니다. 바둑이 성공하는 정치가의 지혜에 관한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면, 오늘 읽은 ｢마태복음｣ 18장 12절의 본문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정치가의 이미지로 신을 묘사합니다. 그분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헤매는 한 마리의 양을 찾으려 최선을 다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는 도대체 버릴 줄 모릅니다. 버린 것을 도구삼아 더 큰 이익을 도모할 줄은 더더욱 모릅니다. 그에겐 오직 그 한 마리의 잃은 양까지도 품으려는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이런 목장주는 복음서 당시의 시장논리로서도 그렇겠지만, 지구화된 무한경쟁의 사회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데 바로 ‘그런 이가 우리의 신이시다’라고 ｢마태복음｣은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병행텍스트인 ｢루가복음｣ 15장 1~7절은 이와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여줍니다. 우선 여기서 ‘잃은 양’은 ‘죄인’입니다. 즉 그들이 ‘잃은 양’인 것은 그들 자신의 죄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하여 ｢마태｣가 이들을 자기들 자신처럼 이해하고 있다면, ｢루가｣는 공동체 내의 타자들을 지칭합니다. 유대교 공동체의 지도자들인 바리사이들은 회당의 변두리 사람들에게 먹을 배급해 주었습니다. ｢사도행전｣의 묘사에서 시사되듯이 교회 역시 식량배급이 필요한 이들에게 부조를 했습니다. 한데 회당은 주후 80년경 이후 저 변두리 사람들 중 ‘나자렛 도당’들을 포함한 일단의 부류들을 색출하여 배급을 중단하고 체벌을 가하기도 하고, 심지어 내쫓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이들 내쫓긴 이들의 동지들인 루가공동체는 ‘죄인’들도 품어내는 공동체 질서관을 내세웁니다. 신은 잃은 죄인까지 품는 존재라는 이상을 공동체는 공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데 ｢마태복음｣은 한술 더 나아가서 잃은 양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들은 본래 잃은 양이 아닌데, 아흔아홉을 지키려다 잃은 것이라는 뜻이겠지요. 즉 아흔아홉을 중요시하는 주인의 질서였기에 잃은 존재가 된 것입니다. 하여 그 잃은 양을 찾으려 최선을 다하고, 찾은 뒤엔 나머지 아흔아홉과 아무런 구별도 짓지 않는 주인의 질서를 마태공동체는 추구한 것입니다. 바로 여기엔 정치 지도자들이 벌이는 게임과는 달리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가 놓여 있겠지요. 우리의 신은 성공의 신이 아니라 작은이들의 품, 작은이들과 하나인 공동체들의 신이기 때문입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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