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11/04 (01:43) from 61.248.22.108' of 61.248.22.108' | Article Number : 1644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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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463 , Lines : 40 |
| 모든 살에게 내 루아흐를 나누리(2006.10.8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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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섬김의 예배공동체 (2006.10.8) ‘모든 살에게 내 루아흐를 나누리’ 그 후에 나는 내 영(루아흐)을 모든 살(肉)에게 부어주리니 너희 아들과 딸들이 예언하리라. 늙은이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리라. 또한 그 날들에 남녀 종들에게도 내 영(루아흐)을 부어주리라. ―｢요엘서｣ 3장 1~2절 내년은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 이 사건에 대해 대개의 사람들은 전혀 혹은 거의 알고 있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도 대다수가 퍽 낯설어 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한국 기독교 형성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는, 각종 기독교 학회들와 단체들, 특히 각 교단 총회 등 줄잡아 20여 기관에서 행사를 시행했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른바 ‘어게인 1907’이라는 슬로건이 이 모든 행사들의 취지를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그 사건을 오늘에 되살리자는 것이지요. 도대체 이 사건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되살리려는 내용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짧은 지면에서 정리할 만큼 간단하지는 않지만, 언급하지 않고 제 이야기를 전개할 수는 없어 제 관점에서 간략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짚어두어야 하는 것이 ‘러･일 전쟁’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고통은 겪은 곳이 바로 이 평안도 지역이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쟁터가 되어버린 땅의 백성들은 양국 강대국 군대에 의해 징발되었고, 강간당했으며, 약탈당했고 학살당했습니다. 집은 불살라졌고, 군홧발에 포탄에 짓밟힌 땅은 온통 주검들로 널려있었습니다.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 아래 놓인 사람들이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을 누릴 수 있는 곳은 교회뿐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또 다른 강대국의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굶주린 이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시기에 교회로 찾아들어왔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남은 것은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들입니다. 존재의 구석까지 폐허가 된 이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했을까요. 얼마나 폭력적이었을까요. 바닥까지 무너진 인생들로 가득한 세상이 아닌가요. 한마디로 전후 평안도 지역 일대는 고통으로 범람하는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교회당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 각자의 상처들, 뒤틀린 영혼들이 교회 안에서 숱한 문제를 일으켰던 듯합니다. 해서 교회 지도자들 중심으로 기도회가 계속되었고, 그 절절한 기도의 현장에서 갑자기 불일듯이 회개운동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른바 성령 체험을 하며, 회개와 도덕 각성 운동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평양대부흥운동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간의 결속력이 급속도로 강화되었고, 이에 다양한 욕구들로 범람하던 공동체의 이질성이 제거되고 커다란 신앙적 공통감각이 광적으로 형성되었으며, 그 열기가 선교운동으로 이어져 교회의 양적팽창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여 ‘어게인 1907년’을 외치는 이들은 오늘날 교세가 위축되고 사회적 신망이 퇴락하는 위기상황에서, 교회를 다시 통합하고 복음화가 맹렬화되는 성령의 역사(役事)를 도모하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1907년 대부흥운동’은 한국기독교의 ‘초석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개신교회는 비로소 나름의 독특성을 지니면서 발전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독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만, 저는 여기에서 중요한 하나의 요소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사건의 기억이 기독교 지도자들과 열성 신자들의 영혼에 깊이 각인되어서, 비록 사건 전말을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이 사건에서 획득된 신앙과 삶을 바라보는 기독교 공통의 시선이 형성되어 다른 상황에서 다른 현실을 대처할 때 그 시태를 해석하고 대처해 가는 데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의 신앙은 다양한 욕망, 다중적 주체를 참을 수 없어하는 심성을 수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중성을 조정하는 합리적 방식보다는, 카리스마적 지도력에 의한 통합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한데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기본적으로 ‘제도형성적’이라기보다는 ‘제도해체적’인 권위를 기반으로 합니다. 하지만 판관시대 기드온, 아비멜렉, 사울 등의 경우에서 보듯 권력은 지속성을 추구합니다. 반면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권력 승계를 거부하고 나아가 카리스마적 지도력조차도 인물 중심적 차원보다는 사태 중심적 차원을 추구하는 경향을 수반합니다. 요컨대 한국교회의 신앙은 카리스마적 권력의 재생산을 선호하게 됩니다. 오랜 동안 독재체제와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교회와 독제체제가 권력에 대한 태도에 있어 구조적 등가성을 지니고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해 신앙이 위기를 느끼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했던 공동체의 대중은 각자 나름의 ‘한’을 유념하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희망의 공동체를 신앙 속에서 기대했다면, 평양대부흥운동은 그러한 다중성을 획일성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사건입니다. 성공했다는 것은 하나의 욕망 속으로 다중의 주체들을 흡인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통합의 원리인 하나의 욕망은, 곧 하나의 믿음, 하나의 교회에 대한 시각은 누구의 관점일까요. 언술의 형식상으로 보면 그는 당연히 하느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느님을 대변하는, 그이의 영을 부음받은 이인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그 하나의 믿음의 시선적 주체입니다. 그리하여 그의 시선 아래 대중을 동원할 수 있게 한 것, 바로 이것인 평양대부흥운동의 기억 내용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 다중성이 획일성으로 전환되는 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성령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성령을 누가 전유하느냐, 누가 성령의 시선을 대변하느냐의 문제가 카리스마적 지도자 중심으로 해소된 것, 그것이 바로 평양대부흥운동이 구현한 ‘관점의 정치’의 내용인 것입니다. 하여 성령은 이러한 관점의 정치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관점의 정치를 위한 ‘성령의 도구화’, 이것이 평양대부흥운동을 둘러싼 기억의 또 다른 문제점인 것입니다. 저는 오늘 특히 구약성서 속에서 ‘영’에 관한 논의들을 간략히 이야기함으로써 한국교회 특유의 성령의 도구화를 비판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판관시대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하느님의 영이 부어짐으로써 그의 지도력이 형성됩니다. 한데 사무엘이, 삼손이, 입다가, 사울이 그렇듯이 이러한 판관시대 지도자들은 정상적인 권위구조에 따라 지도자갈 될 법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대개 특별한, 일시적 지도자로 하느님에 의해 선택된 이입니다. ‘(하느님의) 루아흐’는 오래된 전통 속에서 이런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루아흐는 정상적인 일리트 충원제도의 교란 효과를 수반합니다. 다른 한편, 앞서 보았듯이 카리스마적 지도자는 종종 자신에게 부여된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상설적으로 유지하려는 욕망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러한 갈등 속에 있는 존재가 판관이라면, 왕권은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부여된 하느님의 영을 상설화, 제도화함으로써 성립합니다. 한데 왕권제 시대에 엘리야 예언자의 경우 같이 제도화를 거부하는 영도 존재했었고, 루아흐 자체를 거부하는 호세아, 아모스, 이사야 같은 예언자도 있습니다. 아마도 후자는 왕이 대변하는 체제적 루아흐 관념에 대해 그것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카리스마적이면서도 상설적인 권력에 대해 도전했던 세력이 아닐까 합니다. 한데 식민지 시대와 재건공동체 시대에는 어떤 주장을 하든 루아흐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제된 신 대면의 틀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든 루아흐를 통해 자신의 말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두에서 인용한 ｢요엘서｣에 나오는 구절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영이 모든 사람들의 체험으로 넘겨지고 있습니다. 그이는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고, 노년의 사람일 수도 젊은 사람일 수도 있으며, 종들에게까지도 선사되는 특별한 체험입니다. 이는 특정인에게만 한계지었던 영의 정치를 민주화하는 담론적 모색들과 연계되는 체험입니다. 이때 영이 부어진 이들은 하나의 획일적 주체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영을 부음받는 것입니다. 하나의 주체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 각자 말을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때로는 마주키기도 하고 때로는 엇갈리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기존의 질서를 가로지르는 관계의 체험이 ‘영’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영’은 체험의 언어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정서적 변화를 동반합니다. 그리하여 일상을 압도하는 체험의 강렬함을 수반한 현상이 영적 체험인 것입니다. 그 체험은 물론 누구에게나 가능합니다. 한데 다른 이의 체험은 미신이요 주술에 지나지 않는 반면, 공동체 지도자들에게만 체험의 특화된 것을, 식민지 공동체 재건 시대에 한 예언자를 비롯한 일련의 운동이 대중도 체험 가능한 것으로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약성서 속의 영의 정치는 이렇게 획일성을 극복하려는 운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권력화에 대한 저항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을 도구화하고, 제도에 순응하게 한 한국교회의 영의 정치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데 성서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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