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11/28 (17:31) from 59.6.212.91' of 59.6.212.91' | Article Number : 1645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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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37 , Lines : 22 |
| 우리 시대의 인권 문제(11.26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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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인권 문제 저는 한 종교학 연구단체로부터 ‘인권과 그리스도교’라는 주제로 글을 발표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꽤 많은 글을 읽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중에, 안병무 선생의 글도 여러 편 읽게 되었습니다. 실은 저는 요즈음에 나온 글을 읽고 싶었는데, 제가 발견한 글들 중 많은 글이, 그리고 특히 그리스도교권에서 나온 글들의 거의 모두는 1970,80년대의 것들이었습니다. 그토록 절박하게 인권을 외쳐야 했던 시대의 예언서들이었습니다. 안병무 선생이 남긴 여러 편의 글들 또한,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시대의 예언이었지요. 하지만 선생의 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글들에서 저는, 요즘의 감각으로 보면, 다소 진부한, 그냥 옛 이야기를 읽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오래 전에 보았던 선생의 ｢인권에 대한 신학적 조명｣을 다시 읽으면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래 나의 발제 원고는 이 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지난 독재 시대의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면서도 오늘 우리의 고민에로 이어지는 새로운 문제의식의 징검돌이 될법한 얘기가 이 글 속에 담겨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 글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산하의 인권위원회가 엮은 『1970년대 민주화운동과 기독교』라는 책자의 서론으로 쓰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제목이 말하는 인권에 대한 신학적 조명은 1970년대의 기독교 인권운동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선생은 1974년에 발표된 <한국 그리스도인의 신학적 성명>을 해설하는 데 글의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지요. 한데 이 책자가 발간된 해가 1987년이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해는 한국사회의 민주화 원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전 해인 1986년에 전두환 정부의 이른바 초강경의 공안정국을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체포되었고, 많은 반정부 민주화운동 조직이 붕괴 직전까지 몰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1987년 연초부터 박종철 이한열 등 대학생들의 잇따른 치사사건이 벌어지고 전국적인 대중의 저항이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결국 독재정권은 한 발짝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해입니다. 한데 선생이 이 글을 쓰던 때는 1987년 1월 말 또는 2월 초 즈음인 듯합니다. 박종철 씨 사망 사건이 축소･은폐되어 발표된 직후이고, 살벌한 공안 상황 아래 도처에서 불만과 문제제기가 표출되고 있던 시절입니다. 2월 7일 추도식 때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독재정권에 대한 항의를 우회적으로 표하던 바로 그때였지요. 그로부터 몇 달 후인 7월 9일 이한열 씨의 장례식을 보면서 선생은 흥분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죽은 자를 슬퍼하는 행렬만은 아니었다. 아니! 그것은 장엄한 민족 축제의 행렬이었다. ... 환호, 환호, 그것이었다. ... 나는 그 대행진에서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동시에 만났다.” 요컨대 선생은 그 부활사건을 체험하기 직전, 아직 십자가의 고통으로만 기억되던 때, 그러나 임박한 부활에의 소망이 막 솟아오를 무렵, “때가 찼다. 하느님의 나라가 곧 올 것이다”라는 야성(野聲)이 울리던 바로 그 때에, 1970년대의 인권 선언을 분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선생은 1970년대를 보고 있지만, 필경 그 마음속에는 거의 그 독재 시대의 막바지에, 임박한 그 시대 이후를 상상하면서 인권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아무튼 이 글에서 선생은, 앞서 말한, 1974년의 <한국 그리스도인의 신학적 성명>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이 글을 제 원고의 보조 자료로 프린트해 드렸으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성명은 한국 그리스도교 지도자 66인이 서명하여 발표한 것으로(1974.11), 본격적이고 명시적이며 신학적인 최초의 ‘한국 그리스도교 인권 선언’이라고 평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이러한 성명이 나왔는지, 배경에 대해 먼저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1972년 말에 박정치 정권은 ‘유신헌법’을 반포하고, 헌법상의 기본권조차 무참히 유린하는 강력한 통제정책을 펴게 됩니다. 경제발전을 가속시키고 북한의 대남적화공작을 막아내기 위해 사회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사상 유래 없는 강권정치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러한 강력한 독재체제가 가동되고, 긴급조치위반이라는 저항세력 소탕전이 한창 벌어지던 무렵, 일본 동경에서 한 선언서가 작성･반포됩니다. <1973년 한국 그리스도인의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오재식 선생이 썼고, 김용복 박사가 영역하고, 지명관 박사가 일본어로 번역하여 미국과 일본에 유포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에도 은밀히 반입시켰는데, 안타깝게도 거의 유통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 선언서가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기독교 지식인들의 고발로서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이에 중앙정보부는 한편으로는 그것이 국내에 유포되는 것을 단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영문 원고를 번역해서 유포시키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합니다. 물론 ‘인민’ 등 몇몇 단어를 선택적으로 번역어로 사용하여 그 불온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습니다.(나중에는 중앙정보부 본이 마치 이 선언서의 진본처럼 민주화운동 진영에서 유통되기도 하며, 위의 안병무 선생의 글이 머리글로 실린 책<2월 출간>에 수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중앙정보부 본임이 밝혀지고 새로운 진본이 나오면서, 그해 7월 재출간되었습니다.) 아무튼 이 선언서는 유신체제의 강권정치를 고발하고 있지만, 특히 국가권력으로부터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사람들(“가난한 자들, 눌린 자들, 멸시받는 자들”)에 대한 그리스도교회의 방관적 태도를 질타하고 회개를 요청하며, 돌봄의 책임을 신앙적으로 다짐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인권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일종의 ‘인권 선언’이라고 해도 무리스런 해석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해 1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인권협의회를 거쳐 <인권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내용은 앞의 선언서와 별반 다르지 않고, 다만 인권의 문제의식으로 재정리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이듬해 4월, 드디어 보다 명시적이고 본격적인 <한국 그리스도인의 신학적 성명>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인권은 국민/인간의 기본권의 관점에서 보고 있고, 그것을 위협･유린하려는 주된 주체는 국가권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 성명은 국가권력으로부터 훼손당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문제시하고 있고, 나아가 일부 국민을 ‘비국민화’하여 야만적인 ‘제거의 정치’를 단행하는 체제의 인간 기본권에 대한 유린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국가는 (물리적) 강제를 통한 통제의 주체이고, 인권 유린의 직접적인 장본인인 것입니다. 한편 안병무 선생의 ｢인권에 대한 신학적 조명｣은 이러한 논의를 충실히 요약하고 있지만, 마지막 단락에서 새로운 차원의 문제제기를 슬쩍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권의 이름으로 기득권의 보호가 인권보호와 혼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마틴 루터 킹을 언급하면서 시작합니다.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있는 존재인 흑인과 백인의 보호를 각각 인권의 이름으로 동시에 논하는 법제적 상황에서 진정한 인권은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비국민화된 부류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당시에 선생의 주요 신학적 화두의 하나인 ‘공(公)’에 관한 얘기가 논의의 흐름을 이어갑니다. 공을 사유화하는 데서 인권 유린이 시작된다고. 독재체제는 ‘국가’가 공을 사유화하는 주체였습니다. 한데 민주화시대의 ‘공’의 문제는 ‘국가와 시민간의 관계의 영역’으로 옮겨갑니다. 여기서 ‘시민’은, 제가 고의적으로, 국민과 대조하여 이야기하는 용어인데, ‘국민’이 국가의 통제에 흡수된 보다 타율적인 단일체적인 존재라면, ‘시민’은 국가와 협상･거래하는 주체로, 보다 자율적이고 다층화된 존재를 가리킵니다. 한데 이들 시민이 공의 사유화 메커니즘에서 국가의 공모자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사회를 ‘퇴행적인 민주화’의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저는 오늘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선생의 ‘공의 사유화’라는 개념을 통한 인권의 문제제기는 독재체제와 민주화된 오늘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 시대는 소시민 대 빈민, 정상인 대 장애인, 정규직 대 비정규직, 성적 다수자 대 성적 소수자, 한국인 대 이주(노동)자, 남성 대 여성, 성년자 대 미성년자 등등 수많은 시민 대 비시민이라는 이분화된 비대칭적 권력관계에 놓인 갈등적 당사자들의 기본권간의 갈등이 보다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약자의 인권은 종종 외면되고 강자의 공의 사유화를 마치 인권처럼 정당화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런데 선생이 말하는 공은 ‘예수의 안식일 논쟁’에서처럼 병든 이의 고통을 상쇄시키기 위해 안식일이라는 지배적 규범조차도 유보될 수 있다는 관점, 곧 ‘작은 자’의 기본권 회복이 중심이 되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예수는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공을 실천한 분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권에 대한 신학적 조명｣ 이후의 그리스도인적 인권운동은 비시민화된 박탈대중의 회복을 지향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전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시민적 규범세계에서 일탈할 때조차도 말입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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