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8/20 (14:35) from 59.6.212.199' of 59.6.212.199' | Article Number : 1654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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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792 , Lines : 28 |
| 와전된 폭력(2007.8.19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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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전된 폭력’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마태복음｣ 5장 44절 요하난 벤 자카이를 승계한 라삐 가말리엘 2세가 보낸 서신을 수령한 팔레스틴과 디아스포라의 수많은 유대교 회당들에선 일대 소요가 일어납니다. 그 서신은 ‘라삐 요하난 님의 가르침대로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자렛 도당들은 저주받아 마땅한 자들이니 그들을 색출하고 추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내용을 골조로 하고 있었습니다. 대로마 항쟁에 실패하고 온통 잿더미가 된 전후 유대사회의 복구를 당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체는 70년경 얌니아에 세워진 ‘율법학교’(베트 미드라시, 미드라시의 집)였습니다. 이 학교의 창설자인 요하난 벤 자카이는 전쟁에 반대했던 온건파 바리사이 지도자로 매우 융통성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폐허가 된 강토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온 유대인이 단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율법에 대한 충성을 극도로 강조했습니다. 그가 정치적 온건파였기에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그의 프로그램을 후원했고, 이는 많은 유대공동체의 지지를 받아낼 수 있었던 주요 동기가 되었습니다. 한데 그가 죽은 뒤 그의 뒤를 승계한 가말리엘 2세는 전혀 다른 캐릭터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전쟁에 가담했던 행동파 바리사이 라삐 출신이었고, 여러모로 그의 전임자보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아마도 80년경, 그는 율법학교를 보다 강력하게 재구축하고자 했고, 이에 ‘율법의 집’이라는 뜻의 종교적 교육기구를 ‘재판의 집’(베트 딘)이라는 뜻의 행정적 기구로 확대 개편합니다. 여기서 그는 요하난의 율법에 대한 강조를 도덕이라기보다는 거의 법률적 틀로 재설정하여 적용합니다. 또 18개조의 기도문을 만들어 모든 유대공동체의 신앙을 표준화하려 합니다. 한데 이 기도문의 제12조는 ‘나자렛 도당에 대한 저주’가 실려 있습니다. 한편 아마도 100년경에는 ‘히브리성서’라는 39편의 정전적 텍스트를 확정합니다. 이것 역시 유대공동체의 신앙을 보다 명료하게 확정하려는 시도임에 분명합니다. 여기서 주지할 것은 그의 전후 유대사회의 복구 프로그램은 근본주의적 바리사이즘의 기조를 띠었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회당 안에서 나자렛 예수의 가르침을 공공연히 얘기했던 이들이 소환되었고 심문을 받습니다. 심문의 주요 목적은 그 일파의 우두머리와 일파 전체를 색출하려는 데 있었습니다. 매질은 그들이 동료를 밀고할 때까지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목숨을 다해 반성하겠다고 서약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어떤 이는 끝까지 버티다 매질에 죽었고, 어떤 이는 집안의 재산을 몰수당하고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합니다. 또 어떤 이는 가혹한 매를 맞은 뒤에 훈방 조치됩니다. 추방당한 자는 이제 더 이상 유대공동체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정글과 같은 야수들의 사회에서 보호막을 상실한 존재는 극도의 위험 속으로 아무런 방비책 없이 내던져진 것에 다름 아닙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들 가운데 다수는 회당의 판관들 앞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으며 동료를 밀고해야만 했던 이들입니다. 자기를 밀고한 이와 자기가 밀고한 이, 그들 중 어떤 이는 겨우 추방을 모면했고, 어떤 이는 함께 추방당하는 운명에 처해졌습니다. 배신감에 분노했고 동시에 배신한 자신을 저주합니다. 그런데 그들과 계속 이웃하며 살아야 했고, 또한 그들 중 일부와 다시 공동체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야 했습니다. 훗날 마태복음을 만들어낸 이들도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 실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은 아마도 팔레스틴 북쪽 경계 밖, 그 인근에서 살아야했던 유대인들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란 전후에 화를 피해 이주했던 난민들이었습니다. 진압 로마군은 정규군만 6만에 이르는 대군이었습니다. 이것은 인근 족속들에게 막대한 징용과 징발을 강제하였음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로마군과 함께 진압작전에 투입하고자 수만 명의 청년들을 징병으로 끌고 갔습니다. 로마의 진압 작전은 그야말로 잔혹한 것이었습니다. 로마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유대 전쟁의 역사를 썼던 요세푸스조차도 그 상황을, 로마군이 닥치는 대로 불사르고 약탈하고 노예로 끌고 가고 강간하고 죽여 대는 만행을 더는 숨길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강제징병된 인근 족속의 병사들은 로마군과 함께 가해자였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칼로 상대방을 찌르는 순간, 상대의 몸속을 파고드는 날의 소름끼치는 전율을 체감해야 했습니다. 찢긴 살에서 튀어나온 핏덩이들이 몸으로 얼굴로 사정없이 날아듭니다. 살이 터지는 소리, 그리고 비명소리. 어쩌면 그들의 고통은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들도 적지 아니 전쟁에서 죽었고, 부상당해 불구가 되었을 겁니다. 또 멀쩡하게 돌아왔다손 치더라도 그 전율의 체험으로 정신이 파괴되고 몸에 설명할 수 없는 병에 들어 앓곤 했을 겁니다. 또 징용, 징병 등으로 겪은 고초에 많은 가족이 해체되었고 심각한 위기를 겪었을 겁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는 심하게 병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 원주민들은 로마군을 증오할 순 없습니다. 그러기엔 그들은 너무 강합니다. 사람들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안고 살아야 하지만 그 분노는 다른 곳, 필경 보다 약한 곳으로 표출되어야만 합니다. 물론 이것은 의식된 행동이 아닙니다. 의식된 행동이라면, 약자를 공격하는 분노를 자기 자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사람들은 자신 속에 이유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것을, 그냥 인종주의적으로 발현하는 것입니다. 마태공동체는 바로 이러한 분노의 대상입니다. 그나마 유대인 회당에 속하면 로마 공권력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또 불완전하나마 유대사회의 후견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당에서 쫓겨난 이들에겐 그것마저 사라졌습니다. 지역사회의 적나라한 분노의 대상이 된 존재들, 바로 그들이 마태공동체인 것입니다. 이유 없이 미움의 대상이 되고, 이유 없이 집단폭력을 당한 사람들, 그들은 과연 어떨까요? 폭력은 연쇄반응을 일으킵니다. 마태공동체는 유대회당으로부터 린치를 당하고, 지역사회 대중으로부터 공격을 받습니다. 회당에서 쫓겨날 때 자신도 이웃을 밀고하였기에 자기를 밀고한 이의 심정을 이해할 법도 하지만,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들, 그러나 그 가해자에게 그것을 되돌려줄 수 없는 이들, 바로 이 상처받은 사람들은 이웃을 미워합니다. 필경 그뿐만이 아닐 겁니다. 대개의 가정폭력이 그렇듯이, 많은 상처받은 그들은 자기의 아내, 자기의 자녀를 향해 폭력을 행하였을 겁니다. 마태공동체가 처한 상황은 이렇습니다. 해서 어느 복음서보다 이 텍스트는 폭력적인 표현들로 들끓고 있습니다. 해서 어느 복음서보다 이 텍스트는 분노의 언어들이 난무합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복음서의 지도자는 예수의 가르침을 다른 데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방식으로 기억해 냅니다. 가령, 오늘 본문처럼,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자를 위해 기도하라’고.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요? 원수를 용서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데 거기에 사랑까지 하라니. 골방에서 하는 말이 아닐 텐데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지요? 하지만 마태공동체로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복수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처지 아닙니까? 한데 그런 상황에서 분을 삭히는 게 아니라 더욱 고조시킨다면, 표현할 수 없는 분노는 다른 대상으로 전가되기 마련이기요. 이웃, 아내, 자식 등등. 해서 권력으로 인해 억제된 앙갚음은 폭력을 와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와전된 폭력은 연쇄적으로 더 만만한 자를 향하게 되는 것이지요. 해서 폭력의 완충이 필요합니다. 어디에선가는 그것을 ‘단(斷)’하는 과감한 선언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폭력을 억제하면, 그것이 내면으로 들어가서 엉뚱한 곳으로 전이됩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한데 복음서는 이러한 주의 계율을 수행하는 것을 유대인의 그것보다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유대인보다 우월한 자의식으로 신앙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할 수 없어 참는 게 아니라, 저들보다 우월한 자기를 갖고자 하기에 참는다는 것이지요. ‘우월감’, 피해로 인한 자아의 파산이 아니라, 더욱 견고한 자아의 구축, 이것이 바로 마태복음이 말하는 ‘폭력을 넘어서는 법’인 것입니다. 지난주에 양 목사님이 제기한 용서의 신학은 제겐 적지 않은 신앙적 자극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백식구들이 나눈 대화 역시 매우 깊은 성찰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지난주에 다 못한 한 가지를 더 얘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폭력은 종종 권력 때문에 당사자에게 제대로 앙갚음되지 못하고 엉뚱한 제3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남편 또는 아버지에게, 혹은 오빠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한 아내나 자식 혹은 여동생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했듯이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다른 곳에서 받은 상처를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전가하는 행위입니다. ‘집단따돌림’ 현상도 상처받은 이들이 만만한 타인에게 전가하는 집단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오늘날의 테러리즘은 엉뚱한 제3자에게 가하는 폭력을 가함으로써 그 효과를 생산하려는 전략으로 경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폭력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의식하지 않은 중에 더 약한 이들을 향하고 합니다. 그러므로 폭력은 많은 경우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약한 자를 공격하는 의도하지 않은 폭력의 메커니즘인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폭력의 완충장치가 필요합니다. 마태의 ‘원수사랑 계명’처럼.(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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