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11/01 (00:36) from 219.254.25.179' of 219.254.25.179' | Article Number : 1656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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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8296 , Lines : 20 |
| 우리가 한백에서 하늘뜻을 나누다(2007.10.28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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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백에서 예배를 나누다 사람들은 흔히 주일에 교회 갈 때 ‘예배를 보러 간다’고 합니다. 신학적으로 문제적이긴 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입에 밴 표현입니다. 근데 이 말 속에는 예배라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기도 모르게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 어떠한 집합적인 경험이 반영되어 있는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때 예배는 ‘쇼’입니다. 신자들은 목사를 포함한 이른바 관계자들이 엮어낸 쇼에 초대된 것입니다. 성가대, 장로나 안수집사 등이 독점하는 대표기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조물로 흡수해버리는 목사의 설교로 이루어진 예배의 관객인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천주교나 개신교 할 것 없이 오래동안 굳어진 제도의 소산입니다. 이른바 성직자와 평신도, 그리고 평신도 간의 위계적인 직위 사이에 놓인 거대한 장벽이 예전에 참여하는 차별화된 역할들로 사람들을 구획지어 놓은 돌이키기 힘든 전통이 낳은 산물인 것입니다. 가령 장로회의 예전 제도에 따르면 목사는 설교와 성례전을 집례할 권한을 가진 자이고, 준목/강도사는 예외적으로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자입니다. 그리고 예배시에 단 위에 올라설 수 있는 사람들은 원칙상 목사와 장로이고, 다른 이들은 단 밑에 설치된 테이블 앞에서 맡은 순서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세례교인이 아니면 성찬예식에 참여할 수 없고, 성찬의 배찬은 원칙상 목사와 장로의 독점 영역입니다. 이렇게 예전상의 위계적인 역할의 분화 제도는 예배에 대한 일상화된 인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오늘날 이와 같은 예배 관행이 사람들을 피동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폭넓게 문제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개혁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권력을 양도하고 싶지 않은 상위 직분자의 욕구의 문제는 더 거론하지 않더라도, 개혁의 의지가 명백히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익숙한 것을 흔드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신선한 느낌을 주지만, 그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시도들에서 사람들은 종교적 감동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감동의 체계는 이미 오랫동안 위에서 말한 위계화된 예전의 틀과 깊이 연계되어 있어서, 그것을 바꾸려는 것은 마치 신이 개입되지 않은 인위적인 것, 처럼 생각되게 합니다. 마치 예배는 처음부터 그랬던 듯이 생각하게 함으로써(‘기원의 신화), 결과적으로 다른 시도를 원천봉쇄해 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자 해도, 목사나 장로처럼 교회 예배의 무대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훨씬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전례 없는 시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준 있는 세련된 느낌을 주는 예배를 만들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서서히 대안이 구체화될 수 있을 터인데, 그런 서투름을 참아낼 만큼 사람들이 신앙적 만족감을 오랫동안 유보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면 교회 내의 권력 자원을 독점한 목사와 장로 중심의 잘 조직된 집단에 비해, 그 자원을 대중에게 양도함으로써 대중이 대안적 성과물을 참고 기다리게 할 만한 요소를 결여한 새로운 주체들은 항상 성급한 반대에 부딪치고 맙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로 예배는 대다수의 신자들을 관객으로, 단지 쇼를 ‘보는’ 것에 그치게 합니다. 하여 오늘날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참신한 시도들은 거의 예외없이 ‘쇼’를 전문화하는 것에 치우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학적으로 타당하든 않든, 예배는 ‘보러가는 것’이 가장 정직한 표현임에 분명합니다. 물론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단순화하여 말하면, ‘예배는 보는 게 아니라 드리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이런 태도야말로 예배의 본래의 전통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예배란 목사들의 쇼가 아니라, ‘신자들이 하느님을 향해 드리는 종교적 마음’이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교회의 위계적 직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맺는 양식이 중요해집니다. 이런 신념은, 신구교를 아우르는 폐습인 중간에 있는 ‘신의 대리자’를 중요시하는 예배를 개혁하는 실마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제 예배의 중간 대리자는 신을 대행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중개’하는 이의 역할을 요청받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의 내용 하나하나를, 목사 중심의 형식이 아니라, 하느님만을 중심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도록 개편하는 것이 예배 개혁의 내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백이 지향하는 예배는 이러한 예배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우선 ‘드리는 예배’는 성직자와 평신도, 그리고 신자간의 위계를 제도화하는 교회의 예배제도를 개혁하는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태도는 또한 신과 인간 사이의 위계적 신앙제도를 고착화하는 우려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한백에게는 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드림’은 신의 역할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신과 인간 사이의 강한 구별짓기, 바로 그것에 한백은 이의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안병무 선생의 민중신학이 있습니다. 선생은 신과 인간이라는 이분법에 기초한 서구의 신학에 대해서, 신이 ‘주’이고 신자가 ‘객’인 신앙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 주이기도 하고 객이기도 한, 선생의 표현대로는 ‘주객도식의 해체’된 신학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신은 신자를 구원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신자들이 신을 구원하지 않으면 신의 구원은 세상의 폭력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에 따르면, 이것은 새로운 신앙이 아니라 바로 예수 자신의 신앙이요 초기 예수 추종자들의 신앙입니다. 즉 신이 사람이 됐다는 것, ‘신의 자기 비하’가 기독교 신앙의 원천인 것처럼, 사람이 된 신을 본받고자 하는 이의 ‘자기 초월’에 대한 믿음에서 기독교 신앙은 토대가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신의 자기비하와 인간의 자기초월, 이 둘이 서로 얽힘으로써, 신의 사건은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선생의 민중신학의 중요한 원리입니다. 그리고 한백은 이러한 민중신학적 원리에 따라 예배를 실험해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실험을 한마디로 ‘예배는 보는 것도 아니요 드리는 것도 아닌, 바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백에서 예배를 나누고자 이 자리에 왔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삶의 고백’이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고백하는 이는 상투적인 기도의 어투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드문드문 상투적인 어투가 있기는 해도 전체 기조는 그런 상투적 기도보다는 바로 자기 자신의 솔직한 고백의 나눔에 초점이 있습니다. 무슨 커다란 깨우침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이러저러한 갈등 속에 있다든가 하는 얘기들이 삶의 고백의 주된 요소인 것입니다. 그리고 한백은 언제부터인지 ‘말씀’이라는 설교 순서의 명칭을 ‘하늘뜻나누기’로 바꾸었습니다. 이번에 만들어낸 20주년 기념문집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며 많은 이들이 주옥같은 말씀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다른 분과 견주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다른 데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한백만의 말씀의 깊이와 풍부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설교자 그 누구도 ‘말씀의 선포’라는 식의 상투적인 설교자의 자세를 여러분들에게 체감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한백의 설교들은 하느님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자기에 대하여 생각할 하나의 거리를 제안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백의 설교는 ‘말씀’이라는 이름보다는 ‘하늘뜻나누기’라는 게 더 적합한 표현입니다. 최근 들어, 하늘뜻나누기 시간에 이뤄지는 대화와 토론은 바로 한백이 지향하는 설교에 한발 더 다가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옛날의 설교자들보다는 신세대 설교자들이 점점 더 대화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하늘뜻나누기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도 한백스러운 예배나눔의 형식이 발전하고 있는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제한상 결론삼아 하나만 더 얘기하겠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만들어낸 <한백 하늘뜻을 나누다>는 전문 출판사를 뺨치는 멋진 장정이나 내용보다도 더욱 빛나는 게 있습니다. 그 제작 과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예배 녹취에서부터 편집, 교정, 교열, 조판, 인쇄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꿰는 일관된 기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부분 책임자가 있었지만, 거의 주먹구구식으로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어졌지요. 양 목사님이나 정 준목님, 그리고 목회자가 아니면서도 목회자연 하는 저까지 누구도 총지휘나 기획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잡무를 맡아 심부름 역할만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작의 전 과정마다 즐거움과 깨우침이 넘쳤다는 것입니다. 사건들을 커다란 틀로 묶어내서 큰 뜻에 따라 진행하지 않아도, 아니 그렇지 않았기에 더욱 사람들은 자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지대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각기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체가 일사분란하고 잘 짜인 오케스트라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전문가의 솜씨의 결과이겠지요. 그런데 주지해야 하는 것은, 그것은 ‘보는 예배’를 만드는 기술자의 세련된 미학이라는 점입니다. 그건 관객에게 단지 보는 기쁨만을 줍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줬던 것처럼, 전체를 꿰진 못하지만 제각기의 정성과 솜씨들이 마치 불협화음처럼 산만하게 얽혀있지만, 바로 그 속에서 소소하게 사람들 각자가 참여하여 기쁨을 만끽하고 옆 사람에게 그 마음들을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예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한백이 지향하는 ‘나누는 예배’는 바로 이런 모습일 것입니다. <한백, 하늘뜻을 나누다>는, 지난 주의 20주년 예배와 더불어 나눔의 예배를 향한 20년 시행착오의 결실이자, 한백이 만들어낸 가장 모범적인 성과중의 하나라고 저는 자부합니다. 이 일에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참여한 한백식구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신학자로서 한백이 보여준 것에서 커다란 신학의 소재거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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