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12/26 (11:11) from 122.46.159.34' of 122.46.159.34' | Article Number : 1659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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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9549 , Lines : 27 |
| 몸이 아프다(2007.12.23하늘뜻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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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예복을 입고 다니기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과부의 자산을 삼키고, 남에게 보이려고 길게 기도한다. ―｢마르코복음｣ 12장 38~40절 벌써 한 해의 끝자락입니다. 그리고 성탄절을 이틀 남겨둔 대림절기 마지막 주일이자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아, 한 가지 더 얘기해야겠네요. 참여정부 5년을 마무리 짓는 대선에서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이들의 바람이 좌절로 끝이 난 직후이기도 하군요. 이제 새 정부가, 우리가 기대하든 아니든, 탄생합니다. 새해가 밝아오든 어둠을 몰고 땅 속으로 쳐박히든 2008년의 시작도 이제 한주 남짓 남았습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든 우울해하든 우리는 내일 전야 축제를 가질 예정입니다. 좋든 싫든 새롭게 셋팅되는 시작을 앞둔 예배를 지금 우리는 나누고 있습니다. 감회가 어떤지요? 올해 하늘뜻나누기를 마지막으로 맡은 전날 저는 밤새 앓았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몸의 통증이 다소 거둬진 건 새벽 다섯 시였지요. 대선으로 인한 좌절의 아픔은 분명 아닙니다. 그날 저녁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답답하고 슬프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지요. 어떤 이는 새벽에 술에 찌든 목소리로 엉엉 울기까지 했습니다. 아, 사람들은 저렇게 아파하는구나, 문뜩 이번 대선의 의미에 대해 때 늦게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무리해도 저는 흘릴 눈물은 없었습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필경 내 몸이 아팠던 것은 한 해 동안 몸에 누적된 독성이 흘리는 눈물이었을 겁니다. 대선의 절망스런 결과에 대해 눈물이 마른 것이 슬퍼 흘리는 눈물이고, 한해 내내 더 없이 형편없는 몰골을 쉼 없이 드러냈던 기독교에 대한 분노의 눈물이며, 그런 세상을 읽고 비평하고 독설을 퍼붓는 ‘미친 예언자’이고 싶었던 자의식이 너무도 무능한 필력으로 인해 절망했던 자기 무력감에 흘리는 몸의 눈물이었을 겁니다. 또 며칠 전 찾아온 낯선 방문객이 들려준 한 목사에 관한 얘기에 슬프고 화가 치밀어 터져 나온 몸의 눈물이기도 하였을 겁니다. 그렇게 저는 대림절기 마지막을 보냈고, 오늘 여러분과 나눌 얘기를 준비했습니다. 실은 얼마 전 기독교영화제에서 토론해달라고 부탁받았던 영화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을 한백에서 나누고 싶었는데, 이러저러한 일로 미뤄지다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 비로소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범죄와 비행>이라는 우디 앨런의 영화입니다. 범죄와 비행이라는 소재를 두고 중첩되는 두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인데, 여기서는 그중 하나의 이야기만 나누고자 합니다. 유다 로젠탈이라는 저명한 안과의사이자 상류층 유태인인 미국 시민이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의 가정의 행복은 그의 성공적인 사회적 관계와 너무 깊이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부인은 남편 자체보다는 남편의 성공을 사랑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한 여인과의 불륜이라는 비행에 빠져들었습니다. 그의 불륜은 이러한 성공 이면의 결핍감에 대한 갈망이었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성공 지향적 삶, 성공을 사랑하는 부인과 이룬 가정의 행복, 그 공허한 충족은 그가 지향해온 삶의 목표이었지요. 회상 장면에만 등장하는 그의 아버지 숄은 그에게 ‘도덕’을 훈계했고, 그는 도덕 대신 출세/성공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에게 세상은 목적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 숄이 전통적 유대주의를 상징한다면 유다는 근대적 자본주의를 상징합니다. 그의 동생 잭 역시 도덕 대신 목적 지향적 도구주의를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형 유다가 자본주의의 상위공간에서 도구주의를 추구했다면 동생 잭은 하위공간에서 세상을 수단화한 사람입니다. 요컨대 그는 범죄자였던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유다의 성공과 그의 비행(불륜)을 동전의 양면처럼 묘사합니다. 성공의 결핍감은 성공을 추구하는 가정의 위선적 행복에서 표출되었고, 이는 가정 외부의 성적 관계에 대한 집착을 통해 충족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영화는 유다와 잭의 다른 삶의 방식 또한 겹쳐놓습니다. ‘깨끗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유다가 어느 순간 ‘추악한 자본주의’를 표상하는 잭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내연녀가 그의 성공한 가정에 침투하려 들자, 그것을 막고자 안간힘을 쓰다 결국 유다는 잭의 ‘능력’을 빌어 그녀를 교살한 것입니다. 요컨대 유다의 성공은 비행으로 이어지고, 이는 범죄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유다와 잭은 하나로 합류합니다. 살인교사자가 된 유다. 아버지의 도덕 대신 성공/출세를 택한 그는 어느 순간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죄의식에 사로잡힙니다. 하여 그는 아버지 숄에게로 귀환합니다. 마치 ‘돌아온 탕자처럼’ 아버지의 도덕 훈계를 회상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것이 얼마나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되새깁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할 인물이 또 하나 있는데, 라삐인 벤입니다. 벤은 유다보다 다소 연하인 유태인이지만, 유다에겐 죽은 아비 숄을 대체하는 존재입니다. 그는 아비처럼 항상 도덕적 훈계를 주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런데 벤은 유다에게 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비의 눈이자 신의 눈을 상징하는 벤의 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눈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대변하는 유다의 기술에 의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유다에 도덕적 훈계를 주어야할 라삐는, 아니 아버지의 분신이자, 그의 내면에 있는 신의 시선을 상징하는 그는 유다에게 시력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신의 눈은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유다는 살인교사 이후 아비에게로 귀환합니다. 그리고 유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벤은 결국 실명하게 됩니다. 아비에게로 귀환한다는 것은, 유다의 내면에 자리잡은 신에게로 귀환한다는 것인데, 그 신은 그때에 이미 실명한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매우 핵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명한 벤과 아비/신에게로 귀환한 유다가 만난 곳은 벤의 딸의 화려한 결혼식장입니다. 거기에서 유다는 더 이상 범죄로 인해 갈등하는 이가 아닙니다. 그 살인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처리된 뒤이고, 유다 내면을 동요케 했던 죄의식 또한 벤의 실명처럼 신의 시선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는 죄의식에서 자유를 얻은 것입니다. 여기서 그는 벤과 품격있는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유다는 아내와 행복하게 포응하며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갑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여기서 라삐 벤은 상류층 인사들과 파티를 나누며 품격이 넘치는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항상 격조있는 도덕을 상징합니다. 유다는 번번이 그의 도덕에 따라 살지 않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위안을 얻고 죄의 사면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비행과 범죄, 성공과 동전의 양면인 그 추행은 신의 이름으로 세탁됩니다. 지난날 이농한 도시 하층민들로 급성장한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속속 강남을 향해 출애굽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대형교회로 부상한 교회들도 이른바 강남권에서 ‘대업’을 이뤄냈습니다. 이제 오늘의 한국교회, 특히 성공한 교회들은 중상류층의 사람들과 품격 있는 관계를 맺으며 이른바 강남권 중상류 계층의 보수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층민의 저속한 문화를 견지하는 교회들은 변신 중에 있거나 퇴락하는 반면, 새롭게 부상하는 교회들은 격조 있는 명품으로 신앙문화를 속속 개발해내고 있습니다. 성직자들은 미국의 명문대학의 박사소지자들이고, 신학대학의 교수를 역임하곤 했습니다. 그들은 신자들과 예배 이후 골프를 치며, 고급 식당에서 파티를 열며, 유명 호텔에서 거행되는 결혼예식을 주관합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도덕적 훈계를 온화한 미소 속에 전달합니다. 그리고 성공을 지향하며 살아온 출세한 이들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성공 이면의 비행과 범죄로 인한 내적 갈등에서 자유를 얻습니다. 신을 향한 죄는 이러한 신앙 문화로 인해 세탁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함께 읽은 본문은 예루살렘에서 출세한 라삐들을 향한 예수의 저주를 담고 있습니다. 예복 입은 자들, 곧 상류층 사람들과 함께 향락을 누리고, 그들의 문화를 소비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성공한 귀족들과 왕족, 로마 제국 관리들 등과 친분관계를 나누며, 저들의 각종 행사를 더욱 격조 있게 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그들은 항상 하느님의 율법을 선포하고 해석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임의 격조를 높일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자기의 임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율법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이들입니다. 치부를 일삼거나 아첨을 하는 자들이 아니기에 그들은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한데 그러한 존경이 상류층의 성공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라삐들을 향해 독설을 퍼붓습니다. 성공한 자들의 삶의 변화를 위해 질책하지 않는 종교, 오히려 온화하게 도덕적 훈계나 얘기하는 종교, 결국 약한 자들을 약탈하는 자들의 죄를 세탁해주는 종교, 바로 거러한 종교의 거간꾼들이라고 말입니다. 유다는 혹은 우리의 지배자들은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고, 행복을 향유합니다. 종교가 바로 거기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죄를 세탁하는 역할로 말입니다. 대림절기의 마지막에 우리의 몸을 아프게 하는 한 이유가 이것은 아닐지.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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