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3/07 (22:32) from 218.237.90.218' of 218.237.90.218' | Article Number : 1662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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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9458 , Lines : 39 |
| 착한 남자(2008.3.2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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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남자 그 사람은 예수께 “선생님, 그런 것은 제가 소년 시절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다. ―｢마르코복음｣ 10장 20절 가족에 관해 이야기하라는 과제물에서 그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였지요. 그분이 특별히 어떤 훌륭한 일을 했는지에 관해 그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신실한 기독교인이고 신앙심에 따라 매우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추상적인 언급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가정적인 분인 듯했습니다. 그 과제를 주문했던 그의 선생은 그의 글을 이렇게 읽었지요. 그에 관한 선생의 기억은 매우 말을 잘 듣는 성실한 학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학점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친구 관계도 원만해보였습니다. 아마도 아침에 좀 망가져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배가 고프다고 천원만 달라고 하면 약간 망설이다 돈을 주고 말 것 같은 사람이고, 오후나 밤에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가고 있을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이나 임산부가 타면 선뜻 자리를 비켜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고 그의 선생은 이 학생의 평소의 모습을 추측하였지요. 종강 파티 때 우연히 옆에 앉게 돼서 선생은 이 학생의 신상에 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고등학생 때는 태국, 필리핀 등으로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왔고, 대학 들어온 2년 동안 모두 세 번이나 중동 지역으로 가는 단기선교팀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자 친구도 같은 교회에서 비슷하게 활동한 이였고, 매번 선교여행도 같이 한다고 합니다. 선생은 이런 행동이 매우 의아했습니다. 선교란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기 때문입니다. 해외선교란 기독교의 제국주의적 습성의 하나라고 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데 이 학생은 대학 신입생 때 보았던 아랍의 어린이들이 너무 불쌍해 보여서 방학 때마다 다시 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해 보이고 진실되어 보였기에, 선생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에도 불구하고 이 학생의 말에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만을 위해 공부하는 다른 학생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독교는 공격적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종교라는 인상이 이 선생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지요. 물론, 말했듯이, 선교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근 방영됐던 문화방송 TV의 시사프로인 <뉴스후>에서 몇몇 대형교회와 그 목사들의 호화스런 행태와, 그들의 세금 기피 행각을 보면서, 그는 막연히 추측했던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 학생의 생각이나 행동은 머릿속의 기독교와 잘 조화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더욱이 그 학생이 다니고 있는 교회가,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대통령 당선자가 다니는 교회였기에, 이 학생에게서 받은 선교가 이렇게 진실되게 수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낯설었던 것이지요. 대학교 선생인 그는 신학연구자이자 목사(?)인 내게 이 낯설음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추궁했습니다. 그가 잘 보았듯이, 사실 내 생각에도, 이 학생은 우리사회 기독교인 대부분의 무례한 신앙의 흐름에서 다소 이탈한 생소한 경우가 아닙니다. 기회 때마다 주장한 것처럼, 최근 우리 사회는 기독교와의 정 떼기를 맹렬히 시도하고 있고, 또 기독교 내부에서는 다소 느린듯 하지만 분명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발대형교회 중심의 교회적 신앙의 제도화가 후발대형교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지요. 선발대형교회란 1970와 1980년대 전반기에 급성장한 교회들을 말하는데, 이들 교회만이 아니라 이 시기 대다수의 교회가 이러한 선발대형교회 모델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선발대형교회는 단지 몇몇 초대형 교회에 한정된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종의 그 당시 한국기독교의 존재양식이라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런데 선발대형교회 유형의 기독교는 이농한 광범위한 대중을 흡수하면서 급성장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갈망이었던 가난 탈출의 염원을 신앙의 내적 언어로 발전시킴으로써 도시 하층민으로 편입된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지요. 가령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구원’ 담론이 그런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혼의 구원, 생활의 축복, 건강의 축복을 주장함으로써, 교회로 몰려온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조건을 활용할 자의식을 심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도시 하층민이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 성공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생활력이 필요했습니다. 동시에 목적으로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활용할 줄 아는 도구적 태도가 요청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구호가 근대화였다면, 교회의 이러한 도구주의적 성공주의는 이러한 구호와 매우 잘 어우러졌습니다. 하여 도시 하층민이던 많은 이들이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이들이 빠른 속도로 상당한 재력을 소유하기도 하였지요. 하여 이들 선발대형교회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에만 집착하는 천민적 자본주의의 색체를 강하게 띠면서 제도화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한기총’에서 느끼는 추함은 바로 이러한 천민화된 제도화 요소와 깊은 연관이 있지요. 한편 1980년대 후반, 특히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새 바람이 뚜렷한 궤적을 그으며 됩니다. 서울의 이른바 강남권이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대형교회들이 속속 강남권으로 이주하고, 또 그곳에서 새롭게 부상한 초대형교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욱 주목할 것은 이러한 강남권의 교회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과거와 같은 도시 하층민으로 편입된 이농자들이 아닌, 이미 중상류 계층으로 일정한 성공을 거둔 이들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위와 학력의 소유자들이 이들 강남권 교회들의 중심부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탄생시킨 교회는 그런 흐름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사회적 품위를 갖춘 계층이 중심축을 견고히 구축한 교회가 제도화되었던 것이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후발대형교회’라는 이름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후발대형교회는 중상류 계층의 사회적, 도덕적 품격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명품적 신앙’을 개발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천민화된 도구주의적 목적 지향성에 대한 경멸을 은연중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요. 물론 이들 후발대형교회는 문화적으로 보수주의적인 경향을 띠는 경우도 있고, 좀더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공히 보수주의적이기에 오늘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거의 하나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아무튼 이러한 후발대형교회 현상 속에서, 저는 앞서 말한 그 ‘착한’ 대학생 크리스찬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동년배 다른 청년들보다 대체로 좀더 정직하고, 좀더 예의바르며, 좀더 이타적인 삶의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폭력성 또한 현저히 적습니다. 게다가 외국어 언어능력이나 기타 학습능력, 악기 연주 능력 등에서 평균을 훨씬 웃도는 유능함도 갖춘 이른바 명폼 시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뜩 이러한 ‘강남기독교’ 현상을 이야기하다보니, 오늘 읽은 성서 본문이 떠오릅니다. 한 청년이 예수에게 와서 당당하게 묻습니다. ‘선생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물려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는 진리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필경 이 말 속엔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다른 이보다는 훨씬 떳떳한 삶의 태도가 갖추어져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께서 율법의 준수에 대해서 묻자, 그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대답합니다. ‘예 그런 것은 어린 시절부터 다 지켜왔답니다.’ 참 대견한 청년입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런 태도는 또래의, 비슷한 조건의 다른 청년들보다도 더욱 신실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는 이에게서나 엿보이는 것이지요. 한데 예수님은 말합니다. ‘당신에게 부족한 게 하나 있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시오.’ 저는 이 말씀은 그 청년의 공덕이, 다른 청년들보다 더욱 나은 것임에도, 기본적으로 충분한 자산 상태에 기반을 둔 계층의 여유로움의 산물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만약 그가 이런 여유로움이 없다면 그가 그러한 품격을 갖추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요컨대 청년이 미쳐 알고 있지 못한 것은,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은 실은 부유한 계층의 문화적 가능성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던 것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다음 단락에 덧붙여진 예수님의 말은 신랄합니다. ‘부자가 하느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착함’은 분명 훌륭한 삶의 태도이기는 하지만, 그 착함 속에 계급적 상류층의 문화적 품격이 새겨져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의도했든 아니든 약자에 대한 야비함이 교묘히 은폐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시대의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용정부의 등장, 선진화의 구호는 아직 그 내용이 덜 갖춰진 비어 있는 기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구호의 내용을 채우려고 사람들은 각자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선진화의 내용으로 세금을 기피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식의 모습은 부적절합니다. 그것은 이미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고 곧 도태될 것에 불과합니다. 한데, 더 도덕적이고 더 이타적인 듯한, 그러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월감으로 무장한 이른바 명품적 덕성, 명품적 신앙, 그것이 선진화의 내용이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정치의 등장을 의미할 것입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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