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9/01 (12:06) from 122.46.156.138' of 122.46.156.138' | Article Number : 1663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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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9500 , Lines : 26 |
| 착한 보수주의(2008.8.31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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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보수주의 강도들은 / 제 집에서 안일하게 지내고 / 하느님을 멸시하는 자들도 평안히 산다. / 그러므로 그들은 / 하느님까지 자기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다. ―｢욥기｣ 12장 6절 지난 2002년 8월 30일자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공고한 바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재산 총액은 186억 원이고, 이중 부동산이 169억 원이다. 그런데 부동산 취득경위는, 그의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언급한 것에 따르면, 거의 전적으로 ‘강남신화’의 산물이다. 요컨대 그의 재산형성 과정은 주로, CEO의 화려한 경력보다는, ‘강남 투기꾼’의 놀라운 성과로 인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이것은 신지호 씨가 대표로 있는 <뉴라이트>의 고정칼럼자의 하나인 ‘김처사’라는 이가 2006년 1월 6일에 이 기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분을 요약 재기술한 것입니다. 물론 그의 의도는 당시 한나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씨에게 가해질 수 있는 네거티브 선거전을 대비하라는 충고에 있었지요. 그렇지만 이 글에서 시사되고 있는 이명박 씨의 이미지는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새로운 기업가적 리더십보다는 지난 권위주의 시대의 천박한 자본가적 리더십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된 이후 그가 중용한 많은 인사들에게서도 비슷한 혐의를 지울 수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천박한 부자들’이 새 정부의 초기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실용’이니 ‘선진화’니 하는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보수주의적 슬로건은 이명박 정부의 초기 국면에서는 아직 위선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그가 장로로 재직하고 있는 소망교회의 담임목사 김지철은 지난 8월 14일자 설교(‘복 주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에서 ‘돈’에 과잉의존하는, 최근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축복관 대신 그러한 물질주의를 영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축복관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을 포함한 물질적인 축복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의미화하여 영적인 것 속에 흡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교회의 설교들을 분석하면 이러한 류의 메시지는 굉장히 많이 발견됩니다. 나아가 설교뿐 아니라, 기도 같은 예배의 다른 언술들이나 예배 이외의 여타 프로그램들, 그리고 교회의 부속 기구들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뉘앙스를 읽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이 교회에 장기간 다녔던 혹은 아직도 다니고 있는 이들 몇을 인터뷰한 것에서도 비슷한 증언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소망교회는 대단히 강한 ‘윤리적 기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대체로 현재의 물질주의적 세계에 대한 온건한 재해석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여 이 교회의 신앙 양식은 ‘종말론적’ 요소를 상대적으로 적게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말론적 신앙이란, 현재의 과격한 전복을 상상하는 미래적 비전을 내포하는 신앙담론을 의미합니다. 얼핏 지난 2003년 봄, 교회 일각에서 벌어진 치열한 논쟁의 화두인 이른바 ‘청부론(淸富論)’을 연상시킵니다. 높은뜻숭의교회 담임목사인 김동호 씨가 주장한 청부론은 말뜻 그대로 ‘깨끗한 부자’가 되는 신앙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가령 순복음식의 ‘삼박자 축복’(영혼+재산+건강) 같은 현세적인 성공주의를 신학적 축복으로 번안했던 축복론에 대해, 현세적 축복을 중요시한 점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거기에 몇 가지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재산형성 과정이 정당해야 하고 일정액을 기부금으로 사용해야 하며 나아가 유산 상속을 자제하는 기준을 제시하여, 그것을 준수하는 신앙 캠페인을 벌이고자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도 현실의 물량적 축복이 부정되거나 비판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현실의 성공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데 신앙이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망교회의 신앙과 청부론적 신앙은 공유점이 있지요. 일종의 신앙의 미학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청부론’이라는 신학적 의제는 돌진적 산업화 시대 한국사회의 물량적 성공주의와 궤를 같이 하며 발전했던 교회주의, 즉 성공주의적 신앙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제기된 교회 정풍운동의 성격을 지닙니다. 반면 소망교회적 신앙은 교회개혁운동적 요소보다는, 신자 개개인의 실존적 신앙운동의 성격을 지닙니다. 그런 점에서 청부론은 ‘깨끗한 부자’라는 재산권과 신앙에 관한 특수의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소망교회의 신앙은 신자 개개인의 실존적 윤리라는 일반의제로 확대되어, ‘착한 신자되기’ 운동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소망교회의 신앙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봅시다. 증언에 따르면, 예배 형식, 교회당, 주보, 신자 조직 방식, 목사의 유니폼 등에 있어서 교회 창립 이후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 설교의 기조 또한 대차 없이, 신자 개개인의 삶을 도덕화하려는 데 초점이 있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배 시간도 변함없었고, 특히 시작과 끝 시간을 정확히 지켜왔다는 점도 항상 그랬다고 합니다. 지속성, 정확성, 불변성. 이것은 교회가 소재한 압구정동이라는 장소를 상상하면 매우 극적이라고 할 만큼 대조적입니다. 1990년대 어간 소비사회적 요소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압구정은 이러한 소비사회의 상징적 공간으로 급부상하였습니다. 그 무렵 압구정에 대한 지역연구 혹은 소설, 예술작품 등이 연이어 나왔는데, 그것들 모두는 도대체 지속적인 것, 불변하는 것이 있을까,라고 할 만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공간적 요소들, 특히 밤에 바를 중심으로 하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압구정을 순간적이고, 즉흥적이고 환영적인 장소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망교회가 제도화하는 신앙의 양상은 ‘항상 그때 거기에서는 변함없이 그것이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 불러일으킵니다. 신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왜 소망교회를 오랫동안 다니고 있느냐 혹은 소망교회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예외 없이 ‘안정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하여 소비사회의 분열된 주체, 다중의 욕망으로 순간순간 자기가 다르게 인식되는 주체 다중화의 상황에서, 분열되지 않는 ‘통합된 주체’가 교회에서는 요청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망교회는 포스트모던적 소비사회의 상징이었던 압구정 문화의 두 상징적 측면의 하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하나가 가변적, 불안정적, 분열적 성격의 담론이 유통되었다면, 다른 하나는 소망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불변적, 안정적, 통합적인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전자가 빠름, 실용, 성공을 강조한다면, 후자는 느림, 도덕, 나눔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덕성의 신앙은 공세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종래의 개신교 신자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보았듯이 포스트모던 소비사회 특유의 시민성과도 다른 모습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포스트모던적 소비사회의 암울한 측면을 부각시켜 해석하면서,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에서 신앙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 측면에서 신앙을 소망교회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것을 나는 도덕화된 신앙인, ‘착한 신자되기’라고 표현했던 것이지요. 오늘 읽은 ｢욥기｣의 본문은 이 점에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강도들’은 우선 부자들, 성공한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제집에서 안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문맥상 이 시기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던 시기인 듯합니다. 주인공인 부유한 욥이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는 상황 설정은 필경 그 시대 그런 식의 불행이 흔한 일이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IMF 시대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저들은 자기 집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할 수 있는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멸시한다’는 말은 아마도 문장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될 듯합니다. 바로 그에 이어지는 문장처럼, ‘하느님까지 자기 손에 넣은 자’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요컨대 그들은 자기들의 삶을 신앙화하여,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삶의 태도를 정당화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욥기｣에 등장하는 세 친구들이 바로 그런 자들이라고 욥은 빗대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신앙심이 돈독한 이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들의 부유함, 그 안정된 삶이 신앙의 결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입니다. 나아가, 그러한 신앙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이들입니다. 욥은 바로 그러한 판단의 대상이 된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몰락한 이들은, 자신이 알든 모르든, 모종의 죄 탓이라고 그들은 주장하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착함’의 정체입니다. 착하다는 것은 그러한 삶의 품위를 지탱할 수 있는 자원을 기반으로 합니다. 모두가 제각기 자기 살기에 몰두할 때 남에게 나눠주기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품성, 모두가 각박하게 경쟁에 몰두해 있을 때 물러서서 ‘느림’을 주장할 수 있는 존재의 여유로움 등등, 이런 삶의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능한 여건 위에서만 수행될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천박한 부자’의 추함보다는 훨씬 훌륭한 모습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그들 식의 신앙관에 흡인하게 할 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말했듯이, 착함이라는 게 단지 존재론적 품성이 아니라, 사회적 품성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착한 부자들의 세상이 미화됨으로써, 부자 아니면 착한, 의로운 이가 되기 어려운 체제, 그러한 도덕적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소망교회가 보여주는 착한 신앙은 이명박의 파시즘적 보수주의보다 더 위험한 보수주의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백은 그것과는 다른 착함을 발견해내야 할 것입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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