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12/17 (00:25) from 218.237.90.196' of 218.237.90.196' | Article Number : 1665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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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9459 , Lines : 27 |
| 황제의 명령(한백교회2008.12.14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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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명령 세상을 소란하게 한 그 사람들이 여기에도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야손이 그들을 영접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예수라는 또 다른 왕이 있다고 말하면서, 황제의 명령을 거슬러 행동을 합니다. ―｢사도행전｣ 17장 6절 하반부~7절 마케도니아의 대도시 데살로니카에서 바울 일행이 체류하던 때의 일입니다. 그는 당시 대단히 곤궁했던 것 같습니다. 빌립보의 동료들은 그를 위해 수차례나 모금한 것을 보내주었지요(｢빌립｣ 4,16). 무려 150킬로나 떨어진 도시에서 수차례나 모금을 했다니, 아마도 바울이 데살로니카에서 체류한 기간은 제법 됐던 듯합니다. ｢사도행전｣은 바로 이 도시에서 벌어진 바울과 관련된 하나의 소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이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면, 바울 자신이 활동하던 시대보다 40년 정도나 후대인 ｢사도행전｣이 저술되던 시기의 정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바로 자기 시대의 문제의식으로 위대한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되새기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오늘 바울의 데살로니카 활약상에 대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사도행전｣의 이 텍스트의 배후 사정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지난달 제가 ‘하늘뜻나누기’로 말씀드렸던 ‘부자들에 관한 보고서’가 기억나는지요. 그때 저는 ｢사도행전｣ 12장 2절의 헤로데, 정확하게 말하면 헤로데의 손자였던 아그리빠 1세의 갑작스런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드린 바 있습니다. 그가 죽던 해는 주후 44년이었지요. 근데 저자는 절대권력자이자 대중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그러나 예수운동에 대한 가혹한 박해자였던 그의 예상 못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은 그로부터 50년도 더 지난 주후 96년에 도미티아누스의 갑작스런 실각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저의 역사적 해석을 말씀드렸지요. 그러면서 ｢루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서론부, 특히 ‘데오빌로 각하 운운’하는 본문을 두고, 어떤 부자이자 권력자인 이에게 혹은 그와 비슷한 로마제국의 유력인사(들)에게 부와 권력의 부적절한 사용이 어떤 재앙으로 되돌아올지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임을 말씀드렸습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오늘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그것에 이어지는 얘기입니다. 데살로니카에서 일어난 대중의 소요사태 말씀을 드렸지요. ｢사도행전｣에는 바울에 대해 적대적인 대중 소요사태 몇 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데살로니카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이 유대인의 사주로 일어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대 사람들은 시기하여, 거리의 불량배들을 모아다가 소요를 일으켜서, 성을 혼란에 빠뜨리고, 야손의 집을 습격하였다. 그리고 바울 일행을 끌어다가 군중 앞에 세우려고 찾았다.”(5절) 저자는 이 군중소요의 원인을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당국이 그렇게 해석한 걸 들은 걸까요.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그랬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난 촛불시위의 배후를 지목한 MB 정부의 저능한 지력보다 이 도시의 관료들이 더 나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뒤에서 더 말씀드리겠지만 저자는 이 사태의 배후를 유대인으로 지목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한 해석일 겁니다. 아무튼 대중소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대중은 바울 일행을 색출하려 합니다. 그런데 동작 빠른 우리의 주인공들은 이미 달아나 버렸습니다. 대신 그들을 보호하던 ‘야손과 그의 형제들’이 끌려나왔습니다. 이들이 시의 폴리타르카이, 즉 치안관들에게 끌려왔다는 걸 보니, 소요를 일으킨 대중은, 폭동을 일으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바울 일행을 기소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바울이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그랬을까요. 대중은 그들을 “세상을 소란하게 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합니다. 물론 바울은 세상을 소란케 할 만큼의 천지개벽 사태를 꿈꾼 것이 사실입니다. 유대인인 그는, 언젠가 한번, 예루살렘에서 일어날 하느님의 변혁행위에 대한 위험한 종국의 상상을, 그 감추어두었던 꿈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현재의 예루살렘이 아닌, 천상의 예루살렘이 도래하는 꿈을 말입니다(｢갈라｣ 4,25). 그리고 실제로 그는 자신이 십수 년 동안 모금한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꿈의 고향 예루살렘을 향해 귀향합니다. 당시 유대 땅에는 테러리스트들이 도처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던 시절이었고, 당국의 과잉진압으로 사회 전체가 들썩이던 때였지요. 바울이 말한 예루살렘의 ‘가난한 사람들’(｢로마｣ 15,26; ｢갈라｣ 2,10)의 정체가 누구인지 알 길은 없지만, ｢사도행전｣이 말하는 그의 예루살렘에서의 행보에 대해 귀족당파가 이유 없이 그를 죽이고자 한 것은 결코 자선의 목적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와 같이 바울은 위험한 종국의 꿈을 품은 사람입니다만, 말씀드렸듯이, 그 꿈은 그의 서신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서신들 대부분에서, 공동체 내부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으로만 드러나고 있지요. 아무튼 바울 일행을 색출하려 한 것은 시의 치안당국이 아니라 대중이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소요사태로 인해 그를 보호했던 이들이 체포된 것입니다. 텍스트의 말미에 언급된 것처럼, 시 당국은 나중에 이들을 방면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당국이 볼 때는 여전히 대중의 기소가 억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대중이 흥분하면서 기소한 이유인 “세상을 소란케 하는 자들”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혐의일까요? 저희 연구소가 발행하는 데 기여했고 출판기념식까지 거행할 계획에 있는 볼프강 슈테게만과 엨크하르트 슈테게만의 저작 초기 그리스도교 사회사에 따르면, 이것은 주후 66~70년의 반로마 유대전쟁에 대한 로마제국 도시들 내의 대중의 기억이 전제된 것이라고 합니다.(제가 품었던 생각과 거의 유사한 견해가 풍부한 증거를 통해 입증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좀더 말씀드리면 로마 당국은 유대 전쟁을 그것이 끝난 지 오래전이지만 여전히 심각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특히 유대인의 위험스런 행보에 에민하게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도행전｣이 저술되던 시기 직전의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유대인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부황인 베스파시아누스가 과거 전쟁직후 유대인에게 부과했던 배상금조의 조세 ‘피스쿠스 유다이쿠스’를 더욱 강력하게 시행하였던 때입니다. 한편 로마제국의 도시들은 대단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지요. 공화정 시대와 제국 초기, 정복전쟁과 노예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인구혼합이 심했던 탓에, 제국 내의 도시들에는 인구이동이 극심했고, 도시들의 치안 상황은 대단히 불안정했습니다. 이런 사정은 수많은 자치결사체를 낳았고, 그런 자체결사체의 하나가 바로 유대인 회당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럴싸한 자치결사체의 후견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대중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도시들마다 유대인에 대한 불만과 증오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고학적이거나 문헌적 증거가 굉장히 많은데, 그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대중에게 회당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유대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자기 삶의 지지리 궁상을 투사시킬 대상이 나타난 것이지요. 하여 유대전쟁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잔뜩 고추세우고 있던 당국에게 바로 이자들이 그런 위험분자라는 걸 기소하는 것입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세상을 어지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중은 그를 기소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그네들 자신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정체 모를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이 분노가 만만한 대상에게 전이되어 표출된 것이 이 소요사태의 핵심이었지요. 그리고 거기에는 로마제국 도시들의 구조적 위기가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 황제와 제국 당국의 반란종족에 대한 엄격한 조치가 대중이 희생양에게 폭행을 가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여 도미티아누스의 갑작스런 죽음을 하느님의 응징으로 해석하는 ｢사도행전｣ 저자는 권력과 부가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실례의 하나를 피폐한 삶을 사는 대중의 질곡과 분노를 희생양에게 투사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폭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사도행전｣의 이 텍스트에서,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이들’로 낙인찍힌 존재들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어떤 대중’을 연상합니다. 도처에서 열리고 있는 저들의 집회는 마치 뽕맞은 자들의 종교집회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지구화 시대의 불안한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하여 저 어떤 대중은 자신의 불안감을 투사할 대상에게 추한 광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그것에 조응해서 ‘대통령의 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검찰, 경찰, 교육관료 등의 권력의 난동을 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바보 머저리들의 춤판에 마당을 제공해준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명령’입니다. 그 명령이 실체로서 존재하든 아니든 그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대통령 자체가 바로 그 명령처럼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과거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 열망이 자신의 권력을 향한 공격이라고 동일시하고 있는 존재처럼 처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그나마 허술했던 민주주의는 이 바보 머저리들로 인해 난도질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넘어서, 그 한계를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싶었던 이 땅의 그런대로 대화적인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 이제 설 곳을 잃었습니다. 역사를 거꾸로 되돌려야만 권력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의 말로를 경고하며, ｢사도행전｣ 저자는 이 땅의 데오빌로들에게 권고합니다. “여러가지 증거로서 당신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드러내셨”다고 말입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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