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3/10 (20:30) from 121.162.209.238' of 121.162.209.238' | Article Number : 166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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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9878 , Lines : 23 |
| 그가 죽었다(2009.3.8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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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었다 그들이 이집트에서 우리야를 붙잡아 여호야킴 왕에게 데려오자, 왕은 그를 칼로 죽이고, 그 시체를 평민의 공동묘지에 던졌다. ―｢예레미야｣ 26장 23절 피투성이 남자는 쇠사슬이 묶인 맨발로 예루살렘 거리를 쓸어질 듯 난폭하게 끌려 다닙니다. 병사들이 살벌하게 도열하고 있는 광장에 도달하자 또 다시 고문이 시작됩니다. 형틀에 묶고, 곳곳이 상처투성이인 몸에 다시 칼로 난도질을 합니다. 채찍질이 이어집니다. 난도질된 피부에 채찍이 닿자 살갗이 터지면서 핏물이 허공으로 흩어져 나갑니다. 죽을 듯 고성을 지르던 남자의 소리가 사그라듭니다. 죽은 듯 축 늘어진 목아지를 향해 찬물을 퍼붓습니다. 가늘게 뜨인 눈을 확인하자 다시 채찍질이 시작됩니다. 핏방울이 고문관의 몸둥이로 튀어, 상체를 벗은 그의 몸둥이, 팔뚝,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 마치 지옥의 사자처럼 보입니다. 형틀에 묶인 남자의 몸둥이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헤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더 이상 깨어나지 않습니다. ‘그가 죽었다. 그가 죽었다. 그가 죽었다.’ 고문관이 소리치고, 광장 곳곳에 도열한 병사들 앞의 전령이 백성을 향해 소리칩니다. 그리고 백성들이 수근대며 어떤 이는 크게 또 어떤 이는 나지막하게 소리칩니다. 군대의 나팔수가 째질 듯 죽음을 고시하는 음을 내고, 고수들의 난장 같은 북소리가 이어집니다. 광장에 운집한 군중 모두에게 그의 죽음은 이렇게 고지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도시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그의 목을 잘라 광장에 걸어놓고 시신은 키드론 골짜기에 내던져버립니다. 여호야킴 왕이 즉위한 지 몇 달이 안 된 시기에 벌어졌던 한 사건을 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야기로 재현한 것입니다. 왕은 이렇게 자기를 반대한 자를 가혹하게 처벌함으로써 어떠한 반대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선포하였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연도로 표시하면 아마도 그가 즉위한 주전 609년 9월부터 이듬해 초 사이에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처형당한 남자는 우리야라는 이름의 예언자인데, 그에게 붙여진 죄목은 야훼의 예언자를 참칭하여 왕을 비방하고 나라에 재앙이 내릴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백성을 호도하였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서｣에 단 네 개의 절(26,20~23)로 압축되어 묘사된 내용에 따르면, 검거령이 내리자 우리야는 이집트로 도주하였고, 왕이 파견한 관리에 의해 압송되어 처형당했다는 것입니다. 이집트 운운하는 얘기는 표현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여기서 모세가 연상된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을 애석해하던 대중이 그렇게 기억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곧 그에 관한 대중의 기억의 진실은 제2의 모세를 잔혹하게 처형한 왕은 모세를, 야훼의 백성들이 가장 존경해마지 않던 조상이자 영웅을 헤친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체제적 이해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훗날 예레미야 예언자의 신탁집을 만들던 일부 지식인 집단에게 수집되어 간략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선포했다는 ‘재앙’에 관한 신탁에 주목해 봅니다. 말했듯이 이때는 여호야킴 왕이 즉위한 직후입니다. 당시는 유다 왕국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했던 시기입니다. 결과만 간략히 말하면, 왕국이 처음으로 번영을 구가하였다가 국제정치로 인한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때 즉위한 왕인 여호야킴의 정책은 결국 국가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이후 20년 만에 왕국은 완전히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로부터 100년 남짓 거슬러 올라가면 유다 왕국의 역사에서 최초로 번영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그때는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시리아-팔레스티나 지역의 패권국가의 하나였던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하여, 수많은 유민이 남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황량한 산악지대에 위치한 유다 왕국에는 갑자기 인구가 몇 배나 늘었고, 당시의 통치자인 히스키야 왕(주전 727~698년)은 이들을 수용하여 남아돌던 비경작지역을 개간하여 왕실 사유지로 편입시켰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서 발생한 수입으로 도성에 왕궁 및 사회적 공공시설을 건립함으로써 부유하던 유휴노동력을 사회적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족화하던 귀족은 견제되었고, 대중은 왕실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주체화되어 유다 왕국은 비로소 강력한 왕권제 사회로 정착하게 됩니다. 이때에 유다 왕실은 문서활동이 본격화되었고, 귀족계층으로 이루어진 구관료층 대신 ‘서기관’이라는 신흥관료층이 대두합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역사가 쓰여지고 왕실신학이 발전하게 됩니다. 이것을 역사가들은 ‘히스키야의 개혁’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아시리아에 의해 왕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그를 승계한 므낫세 왕(주전 697~642년) 시대에 귀족당파적 반개혁의 시대가 거의 반세기 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므낫세를 계승한 아몬(주전 642~640년)이 궁중암투에 의해 살해된 뒤 히스키야 당시 굳건히 왕당파로 편입된 민중세력인 암하아레츠가 주축이 되고 서기관과 왕실사제 층이 가담한 쿠데타로 요시아 왕(주전 639~609년)을 등극함으로써, 다시 개혁의 불길이 타오르게 됩니다. 개혁이 본격화된 기간이 재위 십여 년이 지난 뒤이니 실제로 개혁이 진행된 시기는 채 20년도 못되지만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이 고고학적으로나 문헌적으로, 특히 성서 문헌 속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요시아 개혁은 아시리아에서 바벨로니아로 메소포타미아의 패권구조가 변동하던 이행기에 팔레스티나에 권력의 공백기에 전개됩니다. 한데 이집트가 아시리아와 공조하기 위해 북진하는 과정에서 그 노선에 포섭되지 않는 요시아의 유다 왕국을 공격하여 왕을 처형함으로써 이 개혁은 다시 위기에 빠져듭니다. 이때 민중당파에 의해 옹립된 여호아하스(주전 609년)는 폐위되어 이집트로 압송당했고, 친이집트적 귀족당파가 옹립한 여호야킴(주전 608~598년)이 왕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집트와 아시리아 연합군은 주전 604년 히타이트의 수도였던 갈그미스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대패를 하여 바벨론의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우리야의 재앙 선포는 바로 이 시기 직전인 608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 시기에 여호야킴은 친이집트 노선과 반개혁주의-귀족주의 노선으로 집권한 정부의 우두머리였습니다. 이 정부는 이런 정부야말로 위기에 놓인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민중세력의 반대가 격렬했겠지요. 우리야의 신탁은 바로 그런 생각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여호야킴 왕은 요시아의 정치가 위기를 초래했다고 믿었고, 자기의 정치가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는 그렇다고 확고하게 믿었던 듯합니다. 또 귀족세력을 위시한 보수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지지했습니다. 한데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세력의 견해가 타당한지를 진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반대 견해를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왕은 즉위하자마자 반대주장을 펴는 이들의 상징적 존재 하나를 처벌함으로써 자기의 단호함을 보이고자 했던 것입니다. 예레미야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개혁지지파인 서기관세력의 비호 덕이었습니다. 아무튼 왕은 반대를 설득하기보다는 처벌함으로써 자기의 정치를 구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나는 이명박 정부를 그런 점에서 주목합니다. 개혁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성공적인 것도 있었고 위기를 초래한 것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대중의 다수는 더 이상 개혁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내적으로는 그의 보수주의적이고 반민중적인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대와 관련이 있고, 외적으로는 지구적 제국 시스템의 균열로 인한 위기입니다. 최근 그것은 지구적 자본의 위기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생산능력을 압도하는 소비욕구로 충힐된 세계를 구축한 자본이 초래한 위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위기에 취약한 나라들부터 위기는 표출되고 있으며, 한국은 바로 그러한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의 하나입니다. 당연히 정부의 위기 대응 정책은 중요합니다. 시민운동권과 학계에서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조직화되지 않은 시민사회의 집합행동과 넷공간에서의 다양한 견해들이 제기되는 것은 위기의 강도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의견들의 다수는 정부의 전략이 파국에 직면한 사회를 더욱 위기에 노출되게 한다는 문제제기들입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이러한 반대에 대해 위협하고 처벌하는 방식을 고수했고 점점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들 식의 전략을 적당한 대화나 설득의 공론 과정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위기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실은 이들이 밀어붙이는 전략은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본래부터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실용’이라는 정부의 자기 원칙은 실종되었습니다. 또한 반대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반대를 강압적으로 대했던 여호야킴의 전철을 정부는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재앙을 불러오는 진짜 이유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올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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