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4/16 (17:16) from 112.145.248.24' of 112.145.248.24' | Article Number : 167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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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7669 , Lines : 35 |
| '빗나간 예언' - 요나 증후군에 대하여(2011.3.20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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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2011.3.20)입니다. ---------------------------------------------- ‘빗나간 예언’- 요나 증후군에 대하여 사람들이 십이만 명도 더 되고 짐승들도 수없이 많은 이 큰 성읍 니느웨를, 어찌 내가 아끼지 않겠느냐? ―｢요나서｣ 4장 11절 아밋대의 아들 요나는 기원전 8세기, 여로보암 2세 치하에서 이스라엘국의 국력이 맹위를 떨치던 시대의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훗날 세포리스 성읍이 세워진 곳에서 불과 3킬로 떨어진 성읍인 ‘가드헤벨’(Gath-hepher) 사람으로, 여로보암 왕의 영토가 다마스커스 북쪽(하맛 어귀)에서부터 유다국 남방(아라바 바다)에까지 확장될 거라고 예언했던 사람입니다.(열왕기하 14,25) 필경, 그는 당시 이스라엘 왕실 예언자 가운데 가장 명망 있고 지체 높던 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명성은 거의 사오백년이 지난 후대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더욱이 요나 예언자를 기억한 이 후대의 공동체는 이스라엘국의 맥을 잇고 있는 집단이 아니라, 유대국의 맥을 이어가던 집단이었지요. 놀랍게도 이스라엘국이 유다국을 정복할 것이라고 예언한 사람을 유다국의 후예들이 자기네 민족의 자긍심을 높인 사람으로 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사란 참으로 기묘한 일입니다. 식민지 시대 유다국의 후예들은 자기네 종족 공동체를 건설하면서 적의 위대한 기억을 자기네의 위대한 기억으로 탈바꿈해 간직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유다국의 후예들은 비록 지금은 제국의 식민 치하에서 종속되어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한 번영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요나 같은 예언자가 다시금 나타나기를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사장들이 제사의식을 치룬 뒤에 백성들에게 훈시를 할 때에 요나 얘기를 종종 했는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서기관들이 저자거리에서 큰 소리로 자기가 쓴 상상소설들을 들려주면서 요나의 무용담을 얘기했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거리의 예언자가 나타나 세상에 일어날 일을 요나의 입을 빌려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필경 요나는 그 시대 희망가의 핵심에 있던 전설적 인물로, 사람들은 요나의 재림을 기리며 자주와 독립, 그리고 번영의 황홀한 꿈을 꾸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혹자들은 그 무렵 일어났던 국제적인 사건들을 이야기할 때도 요나를 들먹였던 듯합니다. 가령 저 북쪽 나라 어딘가에서 화산이 터졌다는 소문을, 요나 예언자가 식민제국의 몰락을 예언한 것이 들어맞은 것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고, 또 남쪽 나라 어디에서 메뚜기 떼가 땅을 휩쓸어버린 얘기를 요나 예언자의 재앙예고로 떠벌렸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서쪽 바다 저편에서 지진으로 배들이 다 뒤집히고 해일로 집들이 온통 잠겨버렸다는 얘기를 요나의 예언으로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 동쪽 제국들의 땅 어딘가에서 작렬하는 햇빛 속에서 가뭄이 심하게 들어 땅거죽이 갈라지고 산의 나무들이 불타버리는 사건을 요나의 얘기로 덧입혀서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요나는 세계 종말의 키워드였고, 하느님이 종말 심판 속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실 것이라는 구원담론의 중심고리였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랬다면, 사오백년 전의 요나가 이 후대의 유다계 공동체의 희망가이자 세계사적 심판과 구원의 핵심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면, ｢요나서｣의 이상한 스토리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다시피 ｢요나서｣는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느웨(Nineveh)에서 처절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그이들에게 전하라는 사명을 요나 예언자가 받았다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니느웨가 있는 동쪽 땅이 아니라 저 서쪽 바다 끝을 향해 가버렸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방해로 물고기 뱃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어쩔 수 없이 니느웨로 가서 심판예고를 하자, 그가 만의 하나라고 우려했던 대로 그곳 백성들이 회개하고 죄의 사면을 간구한다는 얘기입니다. 아, 그런데 ｢요나서｣의 이 얘기는 요나 예언자에 관한 널리 알려진 얘기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여기서 요나는 유다 종족의 찬란한 부흥을 예언하는 위대한 예언자의 풍모가 아니라,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제멋대로 가는 청개구리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결국 그의 심판예언은 저 아시리아제국의 몰락이 아니라 그네들의 구원을 가져다준 것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시종일관 요나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의 상징이고, 하느님은 요나의 빗나간 생각을 교정해주는 분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Robin Jensen이 그린 요나 시리즈. ｢요나서｣ 4장 7~11절. ‘요나, 더워서 죽을 것 같았다’(www.robinjaunt.com/Jonah.htm) 여기서 비로소 우리는 ｢요나서｣가 예언문학이 아니라 풍자문학임을 알게 됩니다. 이 문서에서 ‘요나’는 유다국의 번영을 꿈꾸며, 이방족속들에게 일어나는 재앙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심지어는 그 희생들을 도구화하는 ‘빗나간 예언’의 신봉자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그런 요나, 아니 요나‘들’을 향해, 죽음을 도구화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그 땅에 닥친 재앙으로 많은 이들이 죽임당하고 동물들이 학살되는 것을 하늘의 뜻인 양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느님을 남용하는 빗나간 예언에 다름 아니라고 말입니다. 하느님은 어떤 존재의 가치도 가볍게 여기는 이가 아니고, 심지어 적의 생명, 아니 적의 재산들의 생명까지도 존중하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유대 중심주의는 여지없이 붕괴됩니다. 여기서 어떤 종족 중심주의도 설 자리가 없습니다. 여기서 어떤 종교 중심주의도 보존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자기 중심주의를 깨뜨리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엄청난 지진으로 재앙을 당한 이웃들에게 폭언을 한 정신 나간 목사들 몇이 있습니다. 쓰나미 해일로 수십만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긴 남아시아 사람들을 향해 김홍도(금란교회)는 우상을 숭배한 대가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진과 해일로 재앙으로 어마어마한 재앙을 입은 일본인들을 향해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온갖 우상들을 섬기는 오만의 죄 탓이라고 하고, 김성광(강남교회)은 천황을 섬긴 탓이라고 망언을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 그리고 더 많은 동물들과 식물들, 땅과 집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생각하는 종교의 교리만 보였고, 그 교리에 거스르는 것으로 판단되는 모든 것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자들입니다. 그들은 요나였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청개구리에 불과한 자들인 것입니다. 근데 왜 이런 망언들이 되풀이 될까요. 그때마다 그토록 심각한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저들은 왜 번번이 하느님의 피조세계의 존귀함을 인정하지 않고, 생명을 도구화하는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일까요. 저 무뢰함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자기들의 언행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닥칠 때마다,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고 변명하면서도, 번번이 되풀이되는 것은 왜 그럴까요. 결국은 그게 그들에게는 진심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말해버린 것이고, 사후에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서 아닌 척 피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바로 이런 저들의 믿음의 근저에는, 나의 해석에 의하면, 공히 ‘빗나간 예언’의 심리학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들의 생각 속에는 ‘예언’에 대한 마술적인 비상한 갈망이 있습니다. 마치 마술처럼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을 과하게 신봉하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 개신교도 가운데 이런 신앙관을 가진 이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문제는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사건이 무엇이냐는 것이지요. 저들은 바로 이런 사건들을 찾느라 늘 안테나를 종긋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물론 스팩터클한 사건이겠지요. 이번 일본에 닥친 해일은 그야말로 스팩터클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바다에서 거대한 해일이 육지를 향해 일렬로 달려드는 장면, 그것이 배를 장난감처럼 뒤집어 버리고, 집들이 종이장처럼 쓸려가는 장면, 원유공장에 불이 나고 도시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 버리는 장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등등, 하나하나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영화의 스팩터클을 무색하게 하는 재앙현장의 스팩터클이 넘쳐났습니다. 마술적인 예언광들은 이런 사건을 예언의 징조로 말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강박증환자들입니다. 해서 그 사건을 경험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경험 현장의 일부로 자신의 생각을 섞어야 하는 자들입니다. 한데 그들이 생각을 섞는 방법이란, 그 재앙의 고통을 남다르게 공감한다든가 하는, 가령 구조대원 자원봉사자 같은 심정으로 생각을 섞는 게 아니라, 예언이 실현되었다고 믿는 방식입니다. 즉 그들은 이 사건을 예언의 징조로 보아야만 하는 자들입니다. 예언의 징조로 본다는 것은 그 사건이 종말사건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해서 그들은 종말 사건의 일원이 되기 위해 말해야만 합니다. 그 사건은 심판의 징조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그 원인은 우상숭배라고 말해야 하고요.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믿는 종말 사건에 자기들이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망언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곧 그 망언의 배후에는 빗나간 예언의 심리학이 있었던 것이지요. 바로 요나 증후군입니다. ｢요나서｣의 요나처럼 모든 존재를 도구화하면서까지 빗나간 예언의 신봉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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