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6/01 (05:17) from 210.97.190.220' of 210.97.190.220' | Article Number : 1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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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황(5.28 한백교회 하늘뜻 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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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 5.28 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 원고 루가복음 12장 1~3절 이 때 예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들의 위선을 조심해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곳에서 말한 것은 모두 밝은 데서 들릴 것이며,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것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공동번역 성서] 강연 후, 어떤 이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날 강연에서 저는 예수운동이 교회운동으로 이행하면서 신앙의 핵심적 요소가 유실되어버렸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이 교회의 위기, 나아가 그리스도교의 위기를 낳았고, 따라서 지금 여기서 예수는 우리의 신앙 관행에 대한 하나의 신랄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신앙의 근간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는 존재라는 얘기지요. 그러니 제 강연 취지를 잘 이해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도에 관해 질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전한단 말이냐는 물음인 것이지요. 길지는 않지만 약간의 강연 경력 가운데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주장이 과격해도 그것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일 때는 온건하고 평이한 것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지만, 과격한 발언이 우리의 관행에 관한 구체적 사항과 연결될 땐 설득력보다는 거부감을 자극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강연 내용에서 구체적인 얘기를 할 땐, 신중하게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지요. 교회 목사로서 전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난처하게 됐습니다. 왜냐면 과격한 논조로 일관한 강연의 연속선상에서 구체적으로 전도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죠. 능숙한 화술이 없는 저로선, 도리 없이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하지 않는 게 미덕입니다." 순간 몇 곳에서 당혹스런 한숨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 몇이 눈에 띠였습니다. 오늘 본문은 마태복음서에도 병행 구절이 나옵니다. 두 복음서는, 공히 감춰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니 예수님과의 관계를 숨기질 말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 두 텍스트는 예수님을 전하는 데 있어 담대하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단 마태오에는 좀더 심각한 박해의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면, 루가는 상대적으로 박해의 상황이 좀 더 완화된 상태와 관련된 듯이 보입니다. 오히려 루가는 예수님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위신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두려워하는 걸 경계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바리사이의 누룩'이라고 표현한 위선의 모습을 버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루가의 선교 상황은 마태의 그것보다는 우리와 좀 더 유사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주목할 것은 루가복음서든 마태복음서든 예수님을 간직하고 또 그분을 전하는 일이 사회의 정상적 질서와 '상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체제의 질서는 예수를 공공연히 전한다고 해서 그들의 육체와 정신을 말살시키려는 위협을 가하는, 한 마디로 폭력적 존재로서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예수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체제 전복성 때문입니다. 많은 유태계 급진주의자들은 그 이름에서 불순종의 파토스를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 체제의 시선을 내면화시키고 있는 사람에게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 자체가 '위대한 로마의 평화'를 위협하는 불순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제 가까스로 전쟁이 난무하는 세계가 아닌, 평화가 지배하는 세계가 도래했는데,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선이든 아니든, 로마라는 힘의 상징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비판한다는 건, 무책임한 질서의 교란자요 위험한 선동자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를, 그분의 이름을 전한다는 건 당시의 지배적 견해에선 결코 바람직한 행위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 속에서 초기 그리스도교의 선교가 이루어졌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종교를 전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항의요, 로마식 평화의 원리에 대한 상이한 견해인 것입니다. 그러나 로마가 주창하는 평화란, 로마에 반대하지 않는 평화요, 힘의 불균형을 전제한 평화였고, 그것에 대항하는 자에게는 전혀 관용을 베풀지 않는 평화였습니다. 평화라는 숭고한 가치가 폭력이라는 야만성과 결합하여 제국주의적 평화를 낳았습니다. 마치 한국의 근대화가 치졸한 제국주의(일본)나 야만적 독재(유신)를 통해 실현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로마제국 시대의 초기 그리스도교나 20세기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선교운동에 대대적인 성공을 이룩하였습니다. 야만적인 로마의 평화에 대해 하느님나라라는 대안적 평화의 공간을 설파하며 펼쳐졌던 초기의 그리스도교 선교운동이, 20세기의 한국에선 야만적 근대화의 부산물을 흡수하면서, 그 자양분으로 대성공을 이룩했던 것입니다. 1930년대와 70년대 절정에 이르렀던 한국의 대부흥운동은 바로 근대화로 인해 정체성을 유실당한, 존재의 안착지를 빼앗겨버린 대중에게 시대의 야만성을 감내할 위안처를 제공해줌으로써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세기 한국 그리스도교의 약진은, 그 선교사(宣敎史)적 기적은 일본 제국주의자나 유신 독재자들에겐 위험한 것으로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시대의 야만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대와 대면하려 한 게 아니라, 시대로부터 도피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이탈적 복음선교운동', 그것이 한국의 그리스도교 팽창의 기본 속성이었습니다. 시대의 야만성으로 인한 대중의 심리적 공동화(空洞化)에 대면하여, 그 야만성과 대결하려 하기보다는 시대를 회피함으로써 야만성을 피해가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대의 야만성이 다소 완화된 시대에도 선교상의 이러한 속성은 변화 없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렇게 역사이탈적으로 사고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선교운동은 '선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가치와도 결합할 수 있었고, 어떤 존재와도 즐겁게 만찬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 그리스도교의 선교사적 기적은 한국의 야만적 근대화 과정을 개선하는 데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야만성의 공모자로서 시대의 변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서 기능하여 왔다고 할 수 있기까지 합니다. 1980년대 말 이후, 한국의 근대화에서 야만성이 다소 이완되었습니다. 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폭력이 상당히 완곡해진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지난 시대를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살아온 한 시인이 갈구했듯이, '타는 목마름으로 남몰래 썼던 민주주의'가, 그 희망의 절절한 상징이던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야만성이 더욱 지양된 민주주의가, 그러나, 결코 '더 많은' 행복의 기반이 되지 못하다는 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공유된 한계인식입니다. 니힐리즘,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역사적 인식론적 기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야만적 근대화의 공모자였던 한국의 교회는 전혀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채, 1980년대와 90년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여전히 '야만적 시대성'이라는 철지난 얼굴이 작금의 한국 그리스도교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야만성이 완화돼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존재의 위기를 문제시할 내적 역량은 그리스도교 속엔 없습니다. 교회의 실패! 이제 교회가 생산해내는 종교적 재화를 소비할 대상은 점점 사라져갑니다. 특히 품격 있는 신앙을 그리스도교에서 기대하는 층은 이 사회 속엔 별로 없습니다. 남은 것은 비대해진 제도 속에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의 효용성뿐. 그러므로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그리스도교는 조만간에 신앙적 공황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전도에 대해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전도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겐, 목사인 제겐 그것을 숨기지 않는 게, 위선자의 길을 따르지 않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규모로부터 자유로와진다면 전도의 희망이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저는 다소의 희망을 품은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우리 사회의 이해관계에 연연하던 삶을 반성하는 힘이, 이해관계보다는 나약한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동기가 다른 가치가 아닌 우리의 신앙에서 유래한다면, 우리는 아직 전도할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감히 고백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우리의 전도가, 예수의 이름을 담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 사회의 근대성의 질곡을 문제삼고 그것을 개선해보기 위한 실천적 개입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 우리의 그리스도교는 공황을 헤쳐나갈 내적 잠재력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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