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7/24 (12:34) from 211.39.50.209' of 211.39.50.209' | Article Number : 21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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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623 , Lines : 25 |
| 드라큘라가 사면복권 되어야 하는 이유(한백의소리200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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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가 사면복권되야 하는 이유 김 진 호 마르코복음서 6장 34절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 군중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보시고 목자 없는 양과 같은 그들은 측은히 여기시어 여러 가지로 가르쳐주셨다. [공동번역 성서] 지난 금요일 밤 TV에서 뮤지컬 <드라큐라>를, 비록 전체는 아니었지만, 주연배우들의 소감을 곁들여 방영했습니다. 중요 장면들만, 그것도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들만 보여준 것이어서 결코 관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편의 충실한 예고편을 본 기분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물론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입니다. 지난 1997년이 이 소설이 출간된 지 꼭 100년째 되는 해였는데, 그간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에 속하고, 성서 못지 않은 최고의 스태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줄거리를 원본으로 하는 무수한 소설과 영화가 탄생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드라큘라 백작의 성이 있다는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는 이 나라에 막대한 관광수입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 드라큘라는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한데, 뮤지컬 <드라큘라>는 스토커의 원작에 기본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그 재해석의 수준은 원작의 그것을 압도할 만큼 참신하고 대담합니다. 이 두 텍스트는 드라큘라가 잔혹무도한 흡혈귀라는 사실을 공유하지만, 스토커의 텍스트 전체는 악의 화신으로서의 그를 묘사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반면, 뮤지컬의 텍스트는 그의 절대 악마성 이면에 한 여인(아드리아나)을 향한 절대 사랑이라고 할 만큼의 숭고한 인간성을 중첩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드랴큘라에 관한 또 다른 텍스트 하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드라큘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영화에선 놀랍게도, 드라큘라가 악의 화신이 된 것은 그가 전쟁터에서 죽은 줄 알고 자살한 사랑하는 아내의 영혼에 축복 주기를 거절하는 사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오스만투르크로부터 기독교를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힘겨운 싸움을 벌였는데, 그 신이 자신의 아내에게 줄 축복이 없다는 것에 분노했던 것입니다. 나아가 4백년 후 그가 트란실바니아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했던 것도 죽은 아내가 그곳에서 환생했다는 것을 알고, 아내를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사백 년에 이르는 변함 없는 사랑, 그리고 바로 그 사랑 때문에 드라큘라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야망을 위해 사랑을 헌신짝처럼 여길 수 있는 근대의 인간, 드라큘라가 고향을 떠나 도달한 19세기 런던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시대, 즉 근대의 최고 중심지였습니다. 막스 베버가 말한 것처럼, 근대는 도구적 합리성의 시대입니다. 목적지상주의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서 가장 효율성 있는 것만이 합리적이라 여기는 그런 사조가 지배하는 시대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도, 과정이 아니라 목적이 됩니다. 상대방을 정복하고 소유하기 위한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요, 다른 건 쓸데없는 낭비에 불과한 그런 사랑입니다. 그런데 그런 세계 한복판으로 들어온 드라큘라는 몇백 년전 자살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아니 아내를, 아내만을 오로지 사랑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죽음도 방해할 수 없는 그런 사랑입니다. 또한 뮤지컬에는 그를 사랑하는 또 다른 여인(로레인)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는 연인 드라큘라를 위해 스스로 흡혈귀가 되기를 선택합니다. 여기서 이 여인의 사랑도 신의 저주의 넘어서고 있습니다. 뮤지컬에 따르면, 런던으로 온 드라큘라는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량배(닉)가 카지노를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그는 드라큘라가 사랑했던 여자와 닮은 자신의 여자(산드라)를 카지노에 잠입시킵니다. 아내가 환생한 줄 알고 그를 사랑해버린 드라큘라와, 드라큘라를 사랑해서 그 역시 흡혈귀가 된 여자(로레인)의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카지노를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그래서 자신의 여자를 이용하는 인간의 대립. 인간과 흡혈귀가 이렇게 대립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신이란 존재는 참으로 고약한 심보의 심술쟁이로 전락해버립니다. 도대체 저주란 어떤 이를 향해 내려지는 것일까? 신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스토커에 의하면 드라큘라는 원래 잔혹무도한 악인이었다고 말합니다. 뮤지컬은 그가 잔혹무도한 존재인 동시에 지고의 사랑을 가진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프랜시스 코폴라는 사랑을 위해 흡혈귀가 된 존재를 이야기합니다. 스토커는 이유 없는 분노를 특정인에게 퍼붓고 있고, 뮤지컬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중성을 가진 존재, 아니 실은 이중적이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더 지극한 사랑을 할 줄아는 존재에게 신은 저주를 퍼붓습니다. 그리고 코폴라의 영화에선 종교적 아집을 지키기 위해 저주나 내리는 신이 냉소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부실한 한국 경제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부실한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년간 쏟아부은 공적자금이 무려 100조가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물론 이 가운데 회수되지 않은 돈은 국민이 떠맡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일단 책임이 없는 불특정 다수라 하더라도 그 책임을 분담하는 건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하니 어쩌겠습니까? 한데, 이런 부실의 주범인 기업가나 정책 입안자/집행자들은 무슨 책임을 지고 있나요?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들이 기득권자들이니, '힘없는 놈'들이 당하는 만큼 '고귀한 분'들이 당할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하긴, 이런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인가요? 우리 근대사만 보더라도 이런 일 투성이지 않습니까? 도대체 축복받는 자와 저주받는 자가 공평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던가요? 또 신은 그런 불공평함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하던가요? 아하, 그렇군요. 신은 축복받고 있는 자들에겐 한술 더 떠서 호들갑떨며 축복해주었지요. 무슨 조찬기도회에서 얼마나 많은 신의 축복이 있었던가요? 심지어는 교회 안에서도 그랬지요. 신은 대체로 권력 있는 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했지 않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드라큘라처럼 취급받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역사의 드라큘라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빨갱이'라고 경원시하던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그들이 특별히 더 의롭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또 더 특별히 악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실은 어떤 점에선, 드라큘라처럼, 그의 절대적인 사랑처럼, 지고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념이라는 대상을 사랑한 나머지 역사의 저주를 마다하지 않았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자신의 인생이 온통 저주 아래 놓였을 뿐 아니라, 가족이 풍비박산 나기까지 하면서도, 그 사랑을 끝내 지키는 모습은 존경할만도 합니다. 생각이 같든 다르든, 특별히 저주의 주문을 외워야할 일은 분명 아닙니다. 그런데 드라큘라를 소설화한 스토커가, 그를 만인의 공포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대단한 명성과 수입을 올린 것처럼, 그를 영화로 만든 무수한 헐리웃 제작자들이 그를 향한 저주의 대열에 사람들을 동참하게 한 대가로 자산 증식에 엄청나게 성공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대다수 언론 매체들이 '빨갱이-드라큘라'를 창작해냄으로 얻은 대가는 실로 막대합니다. 누군가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고, 그리하여 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며, 접촉은 더더구나 금하는 대상으로 삼은 것, 그것은 우리 역사에서 참 편리한 지배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빨갱이-드라큘라'로 판정에서 다행히 벗어난 다수의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고 두려워하게 됨으로써, '고귀하신 분'들이 그런 다수의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처럼 여겨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그런 '고귀하신 분'들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노예 같은 자로 만들었습니다. 고귀하신 주인님들이 간혹 실수하시더라도, 그분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흡혈귀의 공격에 모두가 큰 저주를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실수에 관대해지게도 했습니다. '어쨌든 주인님들이야 옥체를 보전해야 하는 게지요. 몸으로 때우는 건 비천한 우리가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라며 말입니다. 그리고 드라큘라를 가지고 부와 명성을 얻는 이는 또한 따로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교회 등. 예수께로 많은 군중이 모여들었습니다. 굶주린 이들입니다.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면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살 길이 있다면 자기들을 걷어찬 사람들에게 다시 굽신거릴 만큼 벨도 꼴도 다 버린 그런 사람들입니다. 고귀하신 나리님들이 이 문둥이 자식 때문에, 그 불경한 세리 놈 때문에, 저 추잡한 창년 계집 때문에 우리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하면, 진짜 그런가보다며 그들을 미워하게 되는 그런 무지랭이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을 보며 마음 속으로부터 측은지심이 솟구칩니다. 그리고 복받쳐 오르는 분노를 느낍니다. 저들은 '목자 없는 양떼처럼'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온갖 전문가들과 지도자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그리고 드라큘라였던 죄인들에게 해방을 선포합니다. 당시 라삐들과는 다른 기준으로 말입니다. 물론 우리 시대 주요 언론이나 교회들과도 다른 기준으로 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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