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8/07 (02:59) from 210.219.88.167' of 210.219.88.167' | Article Number : 23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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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46 , Lines : 24 |
| 모순(2000.8.6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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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김 진 호 마르코복음 12장 17절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한 정신과 의사가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신용구 저, 뜨인돌 刊)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박정희가 유아 시절(오이디프스기/구강기)의 퇴행적 성장 과정에서 독재자로서의 인성이 무의식적으로 형성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한때 좌익운동에 가담했던 것은 남로당원이자 셋째형이던 박상희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의 발현이었으며, 4.19에 대한 반혁명적 쿠데타를 일으키게 된 것도 자신에게 결여된 남성성의 과시적 표현 욕망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내 육영수가 그의 초자아(슈퍼에고)의 역할을 함으로써 한동안 무의식적 불안이 어느 정도 잠재되어 있었지만, 아내의 죽자 그의 강박증은 병적으로 폭발했고, 이후 그는 자기 자신이 곧 국가며 법이라는 메시아적 과대망상에 빠지게 되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흥미로운 분석을 통해서 의도하고자 했던 것은, 책의 부재('신화는 없다')가 시사하는 것처럼, 박정희 신드롬을 경계하려는 데 있습니다. 박정희 신드롬은 카리스마적인 권력자에게 자신을 위탁하고자 하는 자율성 결핍증이라는 퇴행적 욕망의 결과이며, 신화화된 박정희 이미지에 메시아적 기대를 겹쳐놓음으로써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사람들이 박정희 신화를 탈신화화함으로써 스스로가 국가와 민족의 자율적 주체로 성숙하게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박정희 신드롬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1996년 말부터입니다. 이른바 문민정부 집권 말기, 무능력과 부패가 만천하에 폭로되던 시기입니다. 거기에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국가환란이라는 'IMF 사태', 그리고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개혁 정국 등, 일련의 급속한 사회변동을 거치면서 박정희 신드롬은 점점 일반화되고 강화되는 상태에 있습니다. 조선일보 등이 앞장서서 박정희 신화를 유포시켰고, 인터넷에 '사이버 박정희 기념관'이 만들어졌으며, 올 초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한국현대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 압도적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장녀를 비롯해서 그의 일가들 여러 명이 정계 복귀에 성공했고, 국내 각 정파는 그들에게 앞다투어 선심공세를 퍼붓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뿐 아니라 구미에 있는 그의 생가 주변 20만㎡ 지역에 약 7백억 원의 기금으로 '박정희 기념관' 건축이 추진되고 있고, 현 정부도 여기에 막대한 기금을 보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박정희 신드롬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퇴행적인 지역주의와 결합해서 2천년대를 맞은 우리 민족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서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다시 {박정희 정신분석}에로 돌아가 봅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된 저자의 대답을 제가 추정하여 살을 붙이면 이렇습니다. 억제된 사회적 역사적 경험이 퇴행적 욕망을 집단 무의식 속에 잠재하게 했고, 이것이 특정한 사회 역사적 환경을 맞아 집단적 히스테리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입니다. 요컨대 저자는 이러한 신드롬이 우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굴절시켜 놓을 수 있다는 것에 심히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이 아니라,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박정희 기념관 건립 계획이 소개된 이후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애절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념관 건립이라는 것은 단순히 건축물 하나가 세워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을 상징하는 건조물은 가상의 존재를 형상화/구체화하는 준거가 됩니다. 비록 현재 박정희 신드롬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아직 구체적 이념과 비전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는, 단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다수의 막연한 회고 성향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를 기리는 건조물은 그것을 건립한 자들의 이념적 구상을 그를 추모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가슴속에 메아리처럼 울리게 하는 매체 역할을 합니다. 즉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기준으로 그러한 이데올로기가 은연중에 제시되고 유포되는 교두보가 마련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박정희 신드롬은 건조물을 매개로 해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우리의 역사에 보다 명시적이며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박정희 정권에 의해 이순신 신화가 구성되고 유포됨으로써, 그가 단지 한 전쟁 영웅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준거로서 국민의 사고에 깊은 영향을 미친 것을 상상해 보면, 그것의 파괴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순신 신화는 당쟁에 골몰했던 조정 대신들의 정치를 충성스런 군인인 이순신 같은 이가 '쓸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의 가슴속에 은연중에 불어넣었습니다. 그것은 일반적 민주주의의 확대를 염원했던 4.19 혁명의 정신을 비효율적인 정치과정을 양산한 역사의 퇴물로서 폄하하게 했고, 결국 5.16 반혁명을 정당화하는 담론을 확산시키는 효과적인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작동였습니다. 또한 이후 제기된 정권 비판적인 일체의 정치적 담론을 정치 과정에 흡수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국민적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유용한 기재였습니다. 오직 호국정신이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일사분란하게 국가의 지침에 따르는 국민만이 애국하는 자라는 사고를 유포시켰던 것입니다. 기실 박정희의 최대 업적이라는 경제성장은 이러한 국민 총동원체계의 산물이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준전시적 국민동원체계에 의해 국가적 역량을 최대화한 결과가 바로 경제성장이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박 정권은 반공의식을 조직적으로 강화시키고 체계화합니다. 무반성적인 반공주의적 적개심이 전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온존되고 더욱 심화되도록 하는 '분노의 정치'가 구사된 것입니다. 그러한 반공주의적 분노에 힘입어 국민 총동원체제가 구축되었고, 획일주의적 관념이 정치 사회 경제 제 영역에 뿌리깊게 안착되었던 것입니다. 요컨대 박정희의 경제 정책의 성공은 곧 이후 줄곧 한국사회를 괴롭혀온 제 모순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이룩한 성공은 동시에 심각한 위기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박정희는 그 성공을 위해 악마와 흥정을 했습니다. 민족 내적 적개심을 병적으로 발현시키는 악마성을 국민에게 불어넣었고,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적 과정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자폐적 조급성이라는 악마성을 우리에게 선사했으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본 팽창에만 몰두하는 천민적 자본주의라는 악마성을 이 땅에 심어놓았던 것입니다. 박정희의 성공은 이 모든 악마성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어느 하나라도 없다면 그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박정희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혁정국에 대한 반사행위입니다. 개혁이란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악마성을 제거하기 위한 사회적 과정입니다. 마치 구마치유 과정에서 악령들린 이가 발광하듯이, 개혁은 값비싼 비용을 대가로 치러야하고, 그것은 그야말로 뼈저린 고통을 동반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참지 못해 집단적인 히스테리가 일어나고, 퇴행적 욕망이 마구 발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날날 '기념관' 건립이라는 퇴행적 정치술이 누군가에 의해 활용되고 있습니다. 박정희의 유제로 인한 위기를 다시 박정희를 향수함으로 해소해보려는 대중의 굴절된 욕구를 반개혁적 욕망으로 전이시켜보려는 술수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개혁을 주장하던 정치인들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개혁을 바라면서 동시에 박정희 신화의 센터 구축에 공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양립할 수 없는 둘이 오늘의 지평에서 만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느냐는 헤로데의 사람들과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예수님은 느닷없이 한 데나리온 짜리 동전을 찾습니다. 이 은전은 납세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던 것으로, 한 면에는 평화의 여신 리비아가, 그리고 다른 면에는 티베리우스 로마 황제(카이사르)의 두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납세가 빼앗기는 게 아니라 주인에게 임대료를 바치는 행위임을 상징하며, 동시에 평화는 이 동전의 주인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질문을 던질 때 자신들은 충실한 납세자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에서 만약 예수가 납세 거부 발언을 한다면 반역자로 그분을 고소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들에게 말합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바치라.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 카이사르의 상징을 받아들이는 자는 곧 카이사르를 받아들이는 자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것을 바치는 행위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두 주인을 섬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곧 예수님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을 양립할 수 있는 양 내세우는 자들을 향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되묻고 있는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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