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06/25 (13:44) from 203.252.17.174' of 203.252.17.174' | Article Number : 3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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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065 , Lines : 55 |
| 불륜의 아들, 임마누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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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아들, 임마누엘 -------------------------------------------------------------------------------- * 통일염원 51년(1995) 12월 24일 오백 스물 일곱번째 모임 * 본문 : 마태복음 1:23 * 곳 : 한백교회당(연남동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강당) 예수님의 오심을 기리는 예배에서 -------------------------------------------------------------------------------- 23 "보라, 동정녀가 몸가져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부르리라" 하였다. 이는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 가톨릭 계통의 성서는 언제나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동정녀'로서 예수님을 낳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가톨릭의 '성모'론 내지는 성모신학으로 발전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일진대, 그분을 잉태한 분이 이른바 '더럽혀진' 이여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여기에 깔려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후 성모론의 전개는 뻔해집니다. 요컨대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하였다"라는 주장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성서나 그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논란이 일자 비오 12세라는 교황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지상의 생애가 끝나자, 죄에 물들지 않은 하느님의 어머니요 '항상 처녀'인 마리아는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상 영광 속으로 받아들여졌다" 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래된 가톨릭의 마리아론, 성모론의 한 명제가 재선언되고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은 셈퍼 비르고(semper virgo), 즉 '항상 처녀'라는 개념이 그것입니다. 이 기상천외한 주장은 가톨릭의 이천년 전통에서 면면이 수호되어 오고 있는 이른바 마리아론의 골자고, 여기서 수녀라는 독특한 여성직자 제도의 배경이 설명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가톨릭의 성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나아가 가톨릭적 세계관의 이념적 근거로서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성모론에 따르면 '처녀성'이라는 것은 '아직 죄에 물들지 않음'이라는 명제와 동일시됩니다. 여기서 여성의 '육체'가 문제로 등장합니다. 즉 여성이라는 존재는 육체로서 해석됩니다. 다시 말하면 여성이라는 존재는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존재가 확인되는데, 그것도 육체를 통한 관계만이 여성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고, 나머지 모든 관계적 요소들은 한갓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합니다. 직업이라든가 사회 조직에서의 역할이라든가 의를 추구하는 실천이라든가 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여러 측면들은 여성과 잘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리하여 동정녀 신학은 이러한 논리를 계속 몰고 가서, 육체를 통하지 않는 관계, 즉 하느님과 영적인 관계를 맺을 때만 이상적인 여성적 존재가 된다고 그립니다. 여기서 하느님은 남성적 존재로서 가정됩니다. 얘기가 어려워졌군요. 어쨋든, 가톨릭의 성모신학은 성과 죄를 과도하게 연계시킴으로써 모든 여성들을 인간다운 삶의 내용을 성 문제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신학적 이데올로기라는 것입니다. 가톨릭 얘기만 해서, 우리 개신교는 이 점 있어서는 최소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물론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상황에 대해 '동정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가톨릭에 비해, 개신교 계통의 번역은 '처녀'라는 표현을 선호하고 있기는 합니다. '처녀'라는 표현은 동정녀보다는 가치판단이 덜 개입된 용어이지요. 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선 개신교도 가톨릭과 대동소이한 관점을 같고 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서 머리통 터지도록 치열하게 전개됐던 '성모론' 논쟁을 보면, 논의의 초점이 메시아를 잉태한 마리아도 거룩한 존재인가 아니면 오직 하느님만 거룩한 것이고 마리아는 일시적인 도구에 불과한 것인가 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들의 논지에는 처녀가 잉태한 것 자체를 도덕적으로 허용할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처녀가 임신하게 되는 무수한 상황을 한데 묶어서 모두 정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이든 빈곤이든 여러 요인에 의해 불가가피한 경우도 있을 터인데 말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천사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여라." 임마누엘이라는 말은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리 말 가운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는 말이 있습니다. 탄식할 때 주로 쓰이는 말입니다. 사람으로서는 어찌 할 도리 없이 불의한 일,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하는 말입니다. 즉 신 부재의 상태를 탄식하는 소립니다. 임마누엘은 바로 이 말 반대편의 의미를 같습니다. 즉 감히 감당할 수 없이 강력한 세력에 의해 자행되는 그 억울한 일이 해소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리하여 임마누엘이라는 이름을 같는 이는 곧 메시아, 구원자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메시아가 처녀에게서 잉태합니다. 약혼자인 요셉은 당혹스러워합니다. 남들에게 이 사실이 드러내지 않게 하려고 몰래 파혼하려고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멍청한 녀석이라고 놀림받을 것이 싫어서 입니다. 여기서 요셉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곧 불룩해질 배 때문에 임신한 것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된다면 마리아가 겪을 고초는 요셉보다는 훨씬 큽니다. 어쩌면 간음한 여자로 공개처형될지도 모릅니다. 혹 처형당하지는 않더라도 평생을 떳떳한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낙인찍힌 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요셉에게 어떻게 충고하시겠습니까?〈70분의 선택〉같은 TV 프로에 소재로 나올만한 이야기죠? 요셉이 마리아와 결혼한다고 해도 그가 과연 마리아를 진정 아내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아비 모르는 자식인 예수를 그가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을까, 게다가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서 다른 자식이 생긴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요셉이 마리아와 결혼한다고 해도 무수한 난관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즉 상황은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입니다. 당장은 결혼하는 것이 나을 듯한데, 어쩌면 아이의 저주받은 앞날을 생각하면 간음녀라는 명목으로 돌로 쳐죽임당하는 것이 낳을지도 모릅니다. 이 상황에선 아무것도 최선일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성서에는 마리아가 잉태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우리가 읽은 본문인 마태오복음서는 예수탄생의 배경에 전쟁을 설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의 추측은 불가능합니다. 성서의 침묵은, 어쩌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처녀의 임신을 정죄하는 가혹한 현실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의 마리아에게선 임마누엘이란 없습니다. 오직 '하늘도 무심하시지' 라며 탄식하는 신 부재의 상황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마태오복음서를 보면 천사가 꿈속에서 요셉에게 나타납니다. "이 아이는 성령으로 잉태한 것이니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신학은 '성령으로 잉태했다'는 말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특별한 고귀한 존재로 해석하는 근거가 됐고, 또 마리아도 범상치 않은 여성이 됐습니다. 물론 이분들이 범상치 않은 존재라고 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성령으로 잉태했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범상치 않은 사람이 돌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서 있는 저도 제 어머니 꿈 속에서 예사롭지 않은 인물로서 상징된 바 있습니다. 요셉은 고뇌에 시달리다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천사가 말하는 꿈을 꿨습니다. 그 내용은 이미 말한 것처럼 이 아이는 '하늘이 주신 아이'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특히 아들을 낳았을 때, 그것을 하늘의 선물로 생각한 것처럼, '이 아이도 너 요셉에게 주는 하늘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요셉은 꿈 속에서 한 충고를 듣습니다. 현 상태에서 차선책으로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너의 자세는 이 아이가 하늘이 네게 준 자식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임마누엘'의 내용을 이룹니다. '주께서 오신 날'이라고 온통 법석입니다. 뭔가 엄청난 기적이 있었던 날처럼 생각하면서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오심은 커다란 굉음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문서들은 이 사실을 침묵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사소한 사건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초기의 그리스도인들이 미친듯이 자랑스러워 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다시 말하거니와 그것은 엉청난 대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을 증거한 첫 목격자들은 평생 그러한 기적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도 세상의 불의함, 신 부재의 상황 속에서 탄식하여야 했습니다. 마리아에게 닥쳤던 난감한 여성의 현실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무수히 계속되었습니다. 마태오복음서의 요셉에게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명한 대응이란 고작 '차선'을 택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그리스도교의 비밀이 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세상은 여전히 도무지 풀리지 않는, 얽히고 섥힌 엉킨 매듭과도 같은데, 그리스도인은 이 신 부재의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임마누엘', 즉 해방의 상황이라고 기뻐합니다. 그것이 무얼까? 대답은 이렇습니다: 그리스도교 교리의 핵심은 바로 성육신 신학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것도 왕이 아니고 학식 높은 사람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닌 천민으로 태어났습니다. 또 애비 없는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신 없음이 가장 두드러진 곳에서 신이 함께 하심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지하가〈장일담〉에서 '창녀의 썩은 자궁에서 새 생명이 탄생한다. 하느님이 탄생하는 것이다'라고 탄성을 올리는 것과 맥락입니다. 장일담은 감옥에서 탈출해서 수배되어 도망다닙니다. 그러다 창녀촌에 들어가서 바로 이것을 체험하고 득도를 하게 된 것입니다. 또 바울은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말하면서 이렇게 희망에 차서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수의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고후 4,10). 나의 나약함 속에서, 우리의 나약함 속에서, 사회의 고난에 찌든 현장에서 하느님은 인간이 되십니다. 마치 내가 나의 약함을 말할 때 나와 대화하는 상대방이 나에게 대해서 자신의 마음을 열듯이, 그리하여 둘은 서로 소통관계를 맺게 되듯이, 하느님이 당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곳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대면할 수 있고 소통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살며시 '희망'이 우리 안에 들어와 앉습니다. 주님 오신 날을 기리면서 온 세상이 호들갑을 할 때, 많은 교회가 불륜의 아들 임마누엘을 영광과 화려함으로 은폐하고 있을 때,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나약함을 똑바로 쳐다보는 날로 되새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잃었던 희망을 되찾기 위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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