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11/27 (02:05) from 210.111.184.116' of 210.111.184.116' | Article Number : 33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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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403 , Lines : 30 |
| 함정(2000.11.26하늘뜻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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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루가복음 11장 52절 너희 율법교사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렸고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마태오복음 23장 13절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아, ... 너희는 겨우 한 사람을 개종시키려고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개종시킨 다음에는 그 사람을 너희보다 갑절이나 더 악한 지옥의 자식으로 만들고 있다. [이상 공동번역 성서] 지난 15일 오빠와 여동생인 연년생 남매가 함께 수능시험을 치뤘습니다. 둘은 모두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어서 모의고사에서 상위 5% 이내를 유지해왔습니다. 다행히도 여동생은 목표로 정한 학교에 특차 입학도 무난할 만큼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오빠의 성적은 학원 배점표에 의한 목표 학교의 커트라인에 약간 미달하게 나타났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두 문제를 어처구니없이 실수한 탓이라고 합니다. 속이 상한 어머니는 TV 뉴스에서 이번 수능이 변별력이 없게 출제됐다는 기사를 들으면서 분통을 터뜨립니다. 도대체 실수로 몇점 감점된 것 때문에 실력이 있어도 명문대에 못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그녀는 아들보다 실력이 모자란 학생이 잘 찍은 탓에 몇점 더 낫게 성적이 나왔다는 아들의 말에 앓아 누울 지경이 되었습니다. 입시철만 되면 늘상 듣는 얘기에 불과합니다. 다만, 그때마다 소재가 조금씩 바뀌곤 하는데, 그 소재거리는 주로 입시제도에서 옵니다. 이번 수능 담론의 주된 반찬은 '변별력 없는 쉬운 문제'라는 것입니다. 2,3년 전엔 수능고사의 문제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학교교육이 입시에 덜 매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느니, 과외 등에 투여됐던 비용이 절감되게 됐다느니 하면서 크게 환영받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이번엔 그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언론은 일제히 교육부와 수능 문제 출제기관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은 그것을 보면서 분노의 대상을 찾아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예의 어머니처럼 말입니다. 한데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이번 수능의 변별력 문제로 가장 곤혹스러워진 이들은 상위 5%, 많이 잡아야 10% 이내의 학생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른바 명문대로 진학할 학생들의 변별력이 작아졌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난해 모 지방대에 입학했던 한 학생은 수능이 대학에 입학해서 수학할 능력을 평가하면 됐지, 왜 명문대생과 비명문대생을 변별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이번 수능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는 명문대생을 위한 기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에 관한 정보를 별로 갖고 있지 못한 저로선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친구의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언론의 일상적 행태를 보건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또한 몇몇 주요 신문을 검색해보니, 그 제목이나 내용이 주로 380점 이상의 학생들, 그러니까 100점 만점에 평균 95점 이상의 학생들의 변별성에 관한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는 '명문대 출신'과 '나머지'(기타 등등의 존재)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이 기사들 속에서 엿보이는 언론의 가치관에 의하면 말입니다. 물론 너무나 단순한 매체 읽기에 불과합니다. 보다 깊이 있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정보를 통해 주요 언론 매체의 사회적 담론 행위를 검토해야 보다 책임 있게 발언하는 게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적어도 이번 수능을 둘러싼 언론 매체의 보도 관행은 충분히 의심할만한 요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왜 그토록 소수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을까요? 구독자의 수를 부풀리면서까지 무한경쟁을 벌이는 신문들이 왜 다수의 이해를 저버리고 소수를 택했느냐는 말입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언론 매체의 행태가 결코 그 독자들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명문대를 선호하는 집단적인 (의식·무의식적) 행위 구조 아래서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명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함에도 그것이 전체의 기호에 어긋나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언론 담당자들이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고 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명문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 사회의 엘리트로 충원되는 가장 유효한 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데 그뿐이 아닙니다. 단지 생존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얻기 위해 명문대로 간다는 류의 타산적 계산만으로 그러한 명문대 선호 취향을 전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더 나은' 학자, '더 나은' 정치인, '더 나은' 기업인, '더 나은' 직장인, 심지어는 '더 나은' 부모, '더 나은' 배우자라는 가치가 명문대라는 개념과 친화적으로 연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낫다'는 말은 단지 유능하다는 뜻만을 내포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무수한 인간학적 우성(優性) 논리가 개입되어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이미 명문대는 계산상의 우성인자만이 아니라 '상징화된 우성인자'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명문대를 선호하게 되며, 그것의 이해를 자신의 존재의 관심사처럼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언론의 계급 편향성은 바로 이러한 기반 위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오늘 읽은 두 성서 본문에서 우리는 예수 시대 이스라엘 사회의 엘리트 충원시스템에 대한 하나의 정보를 캐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엘리트란 고급 바리사이, 즉 율법학자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왕족이나 귀족, 혹은 종교귀족인 고위사제 등은 여기에서 주목의 대상이 아닙니다. 여기서 후자는 모두 세습을 통해 자신의 신분적·계급적 질서에 귀속되며, 따라서 그들은 이를 위해 대중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반면, 율법학자들은, 대중에 의해서 그 지위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끊임없는 대중과의 상징적 연관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루가복음 11장 52절의 말은 율법학자들이 나머지 사람들과 변별적 존재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식의 열쇠'를 소유한 자들입니다. 여기서 지식(그노시스)란 '하느님나라를 얻는 지식'을 말합니다. 하느님나라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근원이자 목적이요 존재 이유입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통해서만 그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중에게서 율법학자란 모든 '더 나은' 가치의 자격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니다. 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자신도 하느님나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의하면, 예수님은 율법학자들이 그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렸다'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율법학자와 대중의 '구별짓기'가 결정화되었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들이 동경하는 율법학자들의 경지, 그들의 구원의 위격을 결코 얻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본문인 마태오복음서에선, 그러한 율법학자들이 소수의 엘리트집단이며, 그들의 상징적 위격은 그렇게 한정된 형태로 계승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제자도 대중에게 하느님나라의 열쇠를 결코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의 엘리트 양성/교육 체계는 자기들만의 세상을 재생산하기 위한 기재에 불과하다는 비판인 것입니다. 그 체계 속에서 양성된 자는 스승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자폐적 존재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거니와, 율법학자 시스템, 곧 그들의 충원이나 권력 연계나 상징적 위계의 형성 등의 문제는 그 사회의 전 구성원의 의식·무의식적인 동의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저들 율법학자들을 향해 '저주받아라 이놈들아!'라고 부르짖음으로써, 그러한 체제의 재생산 맥락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율법학자들을 향한 도전이요 비판인 동시에, 그러한 시스템에 자기도 모르게 흡수 통합된 대중을 향한 근원적 문제제기였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명문대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이 황폐해진 것은 바로 그러한 열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정치, 경제, 심지어는 가정에서까지도 명문대 중심의 구별짓기 문화는 사람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그 문제를 어느 정도는 의식하고 있습니다.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대학입시에 관한 보도강령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의 보도에서는 그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반 대중도 그것을 문제로 느끼고 있음에도, 그러한 체제의 재생산에 스스로 공조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그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자신에 관련된 문제에 한해서는 그것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유념할 것은 예수님의 단호한 거부의 선언이요, 부정의 삶인 것입니다. 그분은 그러한 모든 체제에서 스스로를 이탈('탈맥락화')시켰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저주의 부르짖음, '화 있을지어다!'라는 말은 바로 우리 자신을 향한 경고이기도 한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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