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12/10 (04:21) from 63.106.234.110' of 63.106.234.110' | Article Number : 34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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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650 , Lines : 26 |
| 사실과 진실(2000.12.10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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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미가서 5장 1절 너 에브라다 지방 베들레헴아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 것 없으나 나 대신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난다. [공동번역 성서] 어느날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 신문사 기자라고 신원을 밝힌 그는 다짜고짜 최근 일고 있는 '역사의 예수'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움찔 했습니다. 딴척하느라고 신학계 논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그간 무슨 논쟁이 있어나 싶었던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역사의 예수 문제에 관한 한,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학계의 소식조차 모르다니..., 낭패였습니다. 당황해하는 내게 그는 TV가 방영한 도올 선생 강의 때 있었던 얘기를 간단히 들려주었습니다. 이제 사태의 전모가 대충 짐작이 갔습니다. 기독교계의 항의가 방송국에 전해졌을 것이고, 이것이 기자들의 기민한 코에 사건거리로 읽혀졌던 것으로... 후에 알고 보니, 꽤나 시끄러웠던 모양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즉각 항의 공문을 방송국에 보냈고, 많은 시청자들의 문제제기가 방송국 홈페이지에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각종 기독교계 언론들이 앞다투어 강한 논조의 비난을 퍼부어 대기도 했습니다. 허나, 도올 선생의 인기와 지명도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적지 않은 반격이 있었고, 두 편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이런 사건을 언론이 가만놓아둘 리가 없지요. 몇몇 신문들이 발빠르게 기사를 준비했고, 최근에는 시사주간지에서 그것을 다루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이 경우 언론들의 문제인식은 그리 복잡할 게 없습니다. 그리 노력하지 않아도 간단하게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사태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가뜩이나 기독교계의 몰상식이 회자되던 터라, 이 일에 접하는 기자들의 선입견 또한 이미 한편으로 경도되어 있었으니, 이 공방을 다루는 기사들의 관점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태의 전개는 별로 생산적이지 못했습니다. 기독교계의 반응은 신학의 지성사적 성과에 대해 몰상식한 태도로 일관했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반기독교적 정서를 은근히 반영하는 수준의 기사에 그쳐버렸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그것으로 기독교계가 좀더 건강한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로 재편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게다가 이런 유의 보도는, 문제점을 심도 있게 전달해서 독자들의 판단력을 증진시켜주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런 비판적 평가에서 저도 면책될 처지는 아닙니다. 왜냐면 이 일로 가장 많은 인터뷰의 대상의 된 소위 전문가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대중이 사태를 보다 명료하게 읽기에는 저의 언변이 너무 현학적이었던 것이지요. 얼마전 한백식구들께 약속드린 바도 있고, 또한 이런 자책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질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번에 걸쳐 그 논점들을 보다 상세하게 말씀드리는 게 지당하다는 생각에서, 오늘부터 그 얘기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오늘은 '베들레헴 탄생론'에 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도올 선생은 예수님의 베들레헴 탄생에 관한 성서의 기술은 전혀 사실 보도가 아님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에 기독교계는 펄쩍 뛰었다고 하지만, 선생의 그 주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당합니다. 그건 논쟁점이 될 수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성서 본문은 마태오복음서와 루가복음서뿐입니다. 한데, 이 둘의 기술은 대단히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차이 가운데는 결코 하나로 조화될 수 없는 모순적인 내용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 본문은 서로 다른 탄생 전승의 소산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베들레헴 탄생설에 관한 주제와 관련해서만 그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복음서는 공히 예수님의 부모를 마리아와 요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리아가 요셉과 관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수님이 잉태되었다는 점에서도 일치합니다. 이때 이 두 남녀는 정혼 상태, 즉 아직 혼인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한데, 잉태 당시 그들이 살던 곳에 관해서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루가복음서는 그들이 나자렛 출신인데(1,27), 인구조사 때문에 요셉의 본적지인 베들레헴으로 왔으며(2,4), 이곳에서 예수를 낳고 나자렛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한데, 마태오복음서는 전혀 다릅니다. 동방의 '마고이'(동방박사들)가 베들레헴으로 와서 아기 예수를 경배했다는 것입니다(2,7). (있을 수 없는 얘깁니다만) 헤로데가 그것을 막기 위해 갓난아기들을 학살했고, 이를 피해 부모는 에집트로 도주했다가, 헤로데가 죽은 뒤에 귀국했는데, 부친 헤로데를 승계한 유다의 통치자 아르켈라오를 두려워한 나머지 갈릴래아의 나자렛으로 도주하여 그곳에 살게되었다고 합니다(2,16~23). 정리하면, 루가복음서는 '나자렛⇒베들레헴⇒나자렛'이라는 장소 이동을 따라 예수 탄생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반면, 마태오복음서는 '베들레헴⇒에집트⇒(베들레헴⇒)나자렛'의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한편, 두 이야기는 탄생 시기에 관해서도 전혀 다릅니다. 먼저 마태오복음서는 예수님이 헤로데 대왕이 죽기 직전(주전4년)에 탄생한 것으로 묘사합니다. 반면, 루가복음서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인구 조사령을 내릴 때 그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2,1). 그렇지만 그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될 수 없습니다. 한데, 그 다음 구절은 중요한 역사적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그때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의 총독 재임시절(주후6~7년)이라는 것입니다(2,2). 그런데 그 당시 인구조사가 있었을 법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헤로데의 영토 중 유다와 사마리아, 이두매아를 상속받아 통치하던 아르케라오스가 축출되고, 로마 황제가 파견한 총독이 이 지역을 관할하던 시기가 바로 주후 6년이었던 것입니다. 새로 부임한 총독은 자기 관할 지역의 조세부과를 위해 인구조사를 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조사 지역은 나자렛이 포함된 갈릴래아 지방과는 무관하며, 따라서 다른 통치자의 관할지에 살던 나자렛의 두 남녀가 베들레헴으로 와서 인구조사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아무튼 두 복음서는 예수의 탄생시기를 각각 주전 4년과 주후 6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베들레헴 탄생설을 논하는 성서의 묘사를 역사적 정보로서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셨을 겁니다. 실제로 마태오와 루가복음서의 탄생 이야기 부분(7회)을 제외하고는, 신약성서의 어디에도, 단 한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요한7,42), 예수의 탄생지를 베들레헴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전무합니다. 반면 예수가 나자렛 출신임을 보여주는 본문은 얼추 30회 이상이나 됩니다. 나자렛이라는 지명이 구약성서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무명의 곳임을 감안할 때, 또 베들레헴이 구약성서에 최소한 10회 이상, 특히 그 유명한 다윗의 고향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학자들이 베들레헴 탄생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데 합의하게 된 것은 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자 이제부터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래서 성서가 사실을 날조하고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아마도 교계의 반대의 핵은 그렇게 되면 성서의 가치가 훼손되며, 결국 기독교의 존립 자체가 의문시되리라는 데 있을 겁니다. 한데, 그것은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결과일 뿐입니다. 즉 '베들레헴 설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므로 그것은 날조다'라는 전제에서 그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데, 오늘 택한 미가서 5장의 본문은 베들레헴 탄생설의 '사실 아닌 진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본문은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나시리라는 예언의 말을 담고 있습니다. 왜 하필 그곳이냐면, 베들레헴이 다윗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미가 예언자와 동시대(주전 8세기) 예언자인 이사야는 "이새의 ... 뿌리에서" 메시아가 나올 것이라고 예언합니다(이사11,1). '이새의 뿌리'란 다윗의 후손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미가 예언자 시대에는 이미 다윗의 후손에게서 메시아가 오리라는 기대가 널리 퍼져 있었다는 사실을 함축합니다. 바로 그 기대가 예수님에게 투영되었고, 그리하여 그분이 베들레헴에서 나신 것이라는 전승이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미가 당시 베들레헴은 보잘 것 없는 작은 촌읍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다윗이 날 당시도 그랬습니다. 즉 그곳은 메시아가 날만한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작고 보잘 것 없는 곳에서 메시아가 나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신분의 사람에게서 신의 구원 역사가 이루어지리라는 기대와 맞물려 있습니다. 동시에 이것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절절한 소망을 품은 자가 바로 메시아라는 대중의 염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새의 뿌리 운운하는 이사야서 11장의 계속되는 이야기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날이 오면, 늑대와 새끼양이 한데 어울리고, 독사굴에 아기가 장난처도 괜찮고, 서로가 서로를 해하거나 죽이는 일이 없는 세상이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를 말합니다. 즉, 강자에 의해 약자가 억눌림당하는 현실이 아닌 세상, 누구나 다 행복을 누릴 권한이 지켜지는 세상, 그런 나라에 대한 꿈이 '베들레헴-메시아론' 속에 담겨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기대 속에서 예수님이 메시아로 태어났던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예수 탄생의 진실이 들어있습니다. 그분의 삶과 실천 속에서 사람들은 이분이야말로 바로 '베들레헴에서 나시리라던 바로 그 메시아'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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