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3/25 (02:11) from 63.106.206.216' of 63.106.206.216' | Article Number : 42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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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629 , Lines : 25 |
| 전쟁과 평화(2001.3.18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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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예레미야서 11장 4~5절 이 계약은 쇠를 녹이는 가마 같은 에집트에서 너희 조상을 건져 올 때 지키라고 명한 것이다. 나의 말을 들어 시키는 대로 다 하면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되리라고 했던 그 계약이다. ○ 그리고 내가 너희 조상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주겠다고 한 맹세를 지켜 이 날에 이른 것이다. (공동번역 성서) 혹시나 하면서 요행을 바랐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지난 3월 8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소식에 접하면서 불길한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몇몇 학자들이 표현한 바, 이른바 '신냉전주의'라는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는 데로 귀결하는 '암울한 미래로의 길'입니다. 3.8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부지 미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위(NMD) 전략을 위한 알리바이를 바로 '북한을 통해서' 확보하려는 속셈임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 소요경비가 2400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천문학적 금액의 부시 정부의 NMD 전략이, 연간 군사비가 30억 달러(미국의 1/100 정도)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허구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진정한 상대가 바로 '중국'임은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추정되고 있고, 또 중국 자신에 의해서도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는 바입니다. 그것은 현재 향후 50년 내에 미국에 필적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은 '단극체제'의 국제질서를 확고히 하기 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과시하려고 합니다. 동유럽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으로 미국 중심의 단극적 국제질서의 하나의 위협요소가 제거되었지만,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다극적 질서로의 변동 요인은 계속 상존하고 있습니다. 부시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가장 확고한 힘의 우위의 지점이 군사력, 특히 핵 전력이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단극적 국제질서를 추구함으로써 진정한 세계 평화가 구축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치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를 부르짖는 로마제국의 슬로건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의 기도를 확인한 중국은 올 7월 러시아와 우호조약을 체결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러시아 및 중국과 전략적 동맹자 관계를 맺었거나 맺을 계획에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남한 정부나 일본이 미국의 국제전략에 대해 반대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미국-일본-남한을 한 축으로 하고, 중국-러시아-북한을 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냉전질서가 구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냉전질서로 인한 쟁투의 한 복판인 한반도는 또 다시 '전쟁 상태'로 내몰릴 가능성을 지닌 위험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냉전이든 열전의 양상이든 말입니다. 여기서 '전쟁'이란 서로 상대방을 살상하는 쟁투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는 것만이 자신의 생존 전략이라고 믿는 일체의 행동, 의식 상태를 가리킵니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신냉전주의적 기류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선택 여지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햇볕정책을 희생시키더라도 한미 공조체제에 금이 가게 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원하지 않더라도 정부는 결국은 NMD 정책에 공조할 것이 분명합니다. 한편 정치권은 훨씬 더 기회주의적으로 반응할 것입니다. 권력 장악/유지에 유리한 방향이란 부시 정부와 가까워지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는 냉전주의자인가요? 아마도 한백식구들은 예외 없이 '아니!'라고 답할 것입니다. 한데 질문을 이렇게 바꿔본다면 어떨까요? '당신은 냉전주의에 공모자가 될 우려는 없나요?' 아마도 이 질문 앞에서 자신 있게 답할 이는 별로 없을 겁니다.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 한 사람은 최근 서울에 방문했을 때 친척으로부터 "언제 미국에 들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들어가다'니, 그녀는 놀랐고 또 불쾌했다고 합니다. 무심코 던진 친척의 말속에는 미국이 중심에 있고 한국은 주변화된 지정학적 이해가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이해를 '무의식의 식민화'라고 표현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주변화되고 정서적으로 중심에 예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대국 미국에 대한 종속의식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그리고 폭넓게 새겨져 있다는 뜻입니다. 정신분석학적 개념으로 얘기하자면, '대국'은 '아버지'와 동일화된 대상입니다. '아버지'란 집안 최고의 권력자입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외세의 압제자와는 같지 않습니다. 가족 성원은 아버지의 권위에 '스스로' 복종하며, 아버지가 자신들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대국을 이러한 아버지 이미지로 상상하는 것을 '무의식의 식민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들들(식민지 백성들)은 아버지의 권력에 반발/저항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동경하고 닮아갑니다. 우리 국민 다수는 미국의 NMD 전략에 대해서 비판적입니다. 하지만, 비판자든 아니든, 아버지의 힘을 동경하고, 아버지처럼 '힘의 우위를 추구하는' 것을 닮아갑니다. 그리하여 자기도 모르게 한반도의 안보관을 '힘의 압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나아가 원칙적으로 호혜와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주의관에서조차 상대를 압도하는 힘을 확보하는 권력게임의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성서 본문에서 '무의식의 식민화'에 대항하는 예언자의 투쟁을 보고자 합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유다 왕국의 패망이 멀지 않은 시기에 외롭게 투쟁하던 한 예언자였습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바벨론의 위협 앞에서 조정은 에집트의 힘에 기대서 위기를 넘어설 궁리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본문과 같은 예언자의 신탁이 제시된 것입니다. 그는 야훼의 계약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내용인 즉슨, 야훼의 말씀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 말씀을 따른다면, 야훼가 그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시겠다는 게약인 것입니다. 이 계약 반대편에 에집트가 있습니다. 출애굽이란 전자에서 이탈하는, 즉 앞에서 말한 예를 따라 말하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이에게 약속된 것이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것입니다. 즉 그 땅을 향하여 '나온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표현은 에집트를 묘사하면서 '쇠를 녹이는 가마 같은'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는 '젖과 꿀이 흐르는'과 대조되고 있음을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둘 다 '흘러감', 즉 장소의 이동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는 고열에 의해 녹은 쇳물이 흘러감의 주체라면, 후자에는 '젖과 꿀', 즉 식생과 관련된 생명의 단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쇳물은 힘을 상징합니다. 거기에는 힘을 통한 풍요, 힘을 통한 권력, 힘을 통한 지배가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에 대한 착취와 압제, 즉 '죽임/살상적 흐름'을 전제로 합니다. 여기서 야훼의 계약을 준수함, 즉 '야훼를 따름'이란 그러한 질서로부터의 탈출을 뜻합니다. 그것이 바로 생명을 상징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하는 도정인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출애굽 여정이 그렇듯이, 그 길에는 굶주림, 방랑, 적의 공격 등 무수한 시련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도정의 길에 있는 이들은 뒤를 돌아보곤 합니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지난날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레미야가 당시의 유다를 이러한 '나옴'의 도정에 있는 이스라엘과 빗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가령, 에집트를 추구하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그는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에집트가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반면 예언자는 구원은 야훼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유다인치고 출애굽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에집트가 억압의 땅임을 유다인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에집트로부터 구원이 당도할 것을 또한 믿습니다. 예언자는 그것은 유다인들이 힘에 의한 구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빗대고 있는 것입니다. 식민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그 대국의 논리에 종속되게 만드는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집트가 억압의 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에집트로부터의 구원을 기대한 유다인들처럼,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에 비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네들 식의 힘의 우위 논리에 종속되어 버린 우리가 바로 식민지의 백성인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런 우리를 향해 '나오라'고 권고합니다. 힘의 상징인 에집트에서 '나와' 젖과 굴이 흐르는 곳을 향하여 가라고 합니다. 그것은 힘의 우위의 논리가 불가피하게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전쟁의 논리로부터 '나오는' 길입니다. 반대로 그것은 힘의 논리의 포기선언인 평화를 향해 '나가는' 길입니다. 타자를 정복하지 않으려는 길로, 타자의 삶의 방식을 지배하지 않으려는 길로, 타자의 사고를 억지로 자기 식으로 교정하지 않으려는 길로 '나가는' 것으로 말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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