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5/16 (18:01) from 63.106.221.176' of 63.106.221.176' | Article Number : 45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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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305 , Lines : 23 |
| 복장도착(2001.5.13하늘뜻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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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도착 그리스도교 죄론 해부 1 갈라디아서 3장 27절 세례를 받아서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습니다.(공동번역 성서) 한 내담자가 심리치료사를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치 못해하듯 겨우 말을 꺼냅니다. 그녀를 그토록 곤혹스럽게 했던 것의 정체는 약혼자의 이상한 성적 취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약혼자와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는 나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또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해요. 그는 절대로 동성애자 같지는 않아요. 한데 이상한 것은 그가 여성용 팬티를 즐겨 입고 있다는 거예요.' 킨제이 리포트(Kinsey Report)에 실린 상담 한편입니다. 약간 각색을 했지만 내용에 손상이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손을 댔지요. '복장도착증'(transvestism)의 사람에 관한 얘깁니다. 이런 증후의 사람(transvestite)은 이성의 옷을 입고 있거나 그렇게 상상할 때 성적 쾌락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그렇게 입지 않았을 땐 성적인 흥분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치 남자가 여자의 야한 이브닝 드레스를 보고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것과 유사한 증상일 뿐입니다. 다만 전자가 정상적 행동에 속하고 후자가 '도착'적 행위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선 잘 나타나지 않는 증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도착(paraphilias)이라는 말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라'(para)라는 접두어가 '밖'이라는 뜻을 가진 전치사에서 왔고, '필리아'(philia)는 '즐긴다'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입니다. 즉 파라필리아, 도착은 정상적이지 않은 취향을 가리키는 말일 따름입니다. 한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것은, 남자가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보고 욕망을 느끼는 것은 '타인을 봄'으로써 쾌락을 느끼는 행위인 반면, 복장도착자는 '타인의 시선을 상상하면서' 쾌락을 맛본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보여지는 것'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한 취향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적 취향의 사람에게 '성도착자'라는 경멸조의 말을 붙였겠지요. 하지만 실은 인간에게서 (미지의)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 감시당하는 것이 곤혹스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때로 그런 것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로라 멀비(Laura Mulvey)라는 여성주의 영화 연구자는 '서부극' 같이 헐리웃 식의 남성 우위의 논조를 띤 액션 영화에서 여자 관객이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보여지는 것의 쾌락'에 관해 말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것은 그녀들이 봄으로써가 아니라 보여짐으로써 나타나는 증후라는 것입니다. 카메라의 시선과 영화의 남성 주인공의 시선, 그리고 그것이 남자 관객의 시선으로 연장되면서, 그런 시선의 릴레이를 그녀(들)이 느끼면서, 자신을 그 시선의 주체와 동일시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얘기지요. 이런 일은 남자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영화 '람보'가 (남성) 미국인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쟁의 실패로 의기소침해져 있었고, 일본과 유럽의 도약으로 세계 최강으로서의 자의식이 흔들리던 때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람보라는 일당백의 영웅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쾌락을 체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바로 이런 '보여지는 것의 즐거움'이 그리스도교의 '죄의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죄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의 한계상황과, 그것에 대한 인간의 돌파 능력의 한계를 적시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구원 가능성이 인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인간이 된 '신' 예수라는 존재의 필연성은 바로 이런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신인'(神人)의 강조점은 항상 인간이 아니라 신에 있습니다. 안병무 선생이 민중구원론을 주장했을 때, 이에 대한 대표적인 반론은 이른바 '타율적 구원론'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누구나 죄성을 지니는데, '민중은 과연 다른 존재일 수 있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과 맞물려 있습니다. 얼마 후 민중신학의 동맹자임을 한동안 자부해왔던 민중교회 목회자들도 이런 문제에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단에서 말하는 대상이 아니라 '체험되는 민중'의 죄성을 민중신학이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반문들은 민중신학의 반신학적 문제제기의 취지를 제대로 간취하지 못한 사고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그것을 바로 이해하려면 '죄'에 관한 신학적 논의에로 깊이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죄론'은 그리스도교 이전에 이미 유다교 신학에서 발전한 것입니다. 본래 야훼신앙에서 '죄'의 문제는 공동체의 규율에서 유래합니다. 가나안에 형성된 야훼공동체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율법은 이것은 해도 된다느니, 이런 행동은 안 된다느니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데 세월이 흐르고 왕이 공동체를 대표하는 국가시대가 도래하면서, 율법의 신학화가 진척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율법은 야훼신학의 일부로 자리잡게 됩니다. 즉 야훼의 이스라엘 구원사에 속하는 모세 담론 속에 율법이 들어가고, 그것은 이스라엘 건국신화를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율법은 이스라엘을 선택한 하느님의 징표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왕국으로서의 이스라엘 역사가 종식되었습니다. 다윗 왕가의 수호신 야훼가 바벨론 제국의 신에 의해 패배했던 것입니다. 성전을 파괴됐고, 야훼 신은 더 이상 거할 곳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억만리 바벨론 땅에 유배된 유다인 집단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체험합니다. 그들이 접하는 문명은 고국에서 보던 것과는 비할 수 없이 웅대하고 강성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율법 신앙이고 여기에서 유다교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이 망국의 한과 유배의 시련을 겪어야 했던 것은 자신들의 '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때 이들에게서 율법이란 공동체의 규율이거나 민족 선택의 징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신의 계약입니다. 이로써 율법은 개인을 향한 규율이 되었고, 그것은 인간 외부에서 '내면'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은 율법의 감시자가 판사나 관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때 보이지 않는 존재는 당연히 야훼 하느님이고, 따라서 그의 감시의 시선에서 은폐될 수 있는 영역은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결국 모든 인간은 죄 아래 있게 되고, 그것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징벌이 마땅한 신의 사랑법이라는 의미로서 해석됩니다. 그리하여 유다인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런 신학에서 '죄'는 그것을 감시하는 시선의 권력에 의해 규정되며, 그 시선에 자신을 동일시한 사람들에 의해서 판별됩니다. 한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흥미롭게도 이렇게 죄인이 된 이들이 바로 그런 낙인으로 인해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보여지는 자는 보는 자의 시선 속에 자신을 감금하고, 그 시선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쾌락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런 유다교 신학은 신과 인간의 이분법에 기초합니다. 신은 인간 외부에 있고, 인간은 결코 신과 동일해질 수 없습니다.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데 이런 류의 이분법적 신학은 자기 한계의 돌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왜냐하면, 자신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존재가 한계 상황 아래 놓여 있으며, 곧 모두가 죄인이며, 동일하다는 인식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신의 시선에 의해 감시당함을 체감하는 자는 자신만이 그 시선에 보여짐을 의식하면서 행동함으로써,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여 유다교의 죄론은 성립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신학에 저항합니다. 이분법은 보여지는 자에게 보는 자의 시선에 저항할 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보여지는 자는 단지 순종하는 권리만이 주어질 뿐입니다. 그것은 보는 자의 시선이 제도화될 때, 그 제도적 장치가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절대권력과 동일시된 보는 자의 시선 속에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그것은 쾌락을 체험합니다. 물론 그것은 절대권력의 이해와 맞물린 쾌락이며, 보여지는 자의 행복은 그런 시각에 의해 규정되는 것입니다. 죄의식은 그렇게 구성되었습니다. 병든 자는 그 자신이나 조상의 죄 때문에 그런 것이며, 악령 들린 자도 그럴만한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다른 보통의 사람들은 그 정도의 심각한 죄로부터는 벗어났기에 질병이나 악령에 들리지 않았고, 그러니 자신의 운명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이 내면화되었기에 그런 상황은 실제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저항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모든 이가 죄인이라는 관점, 그러니 외부로부터의 구원이 불가피하다는 견해, 이런 것에 예수님은 비판을 가했던 것입니다. 이미 '죄 개념'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윤리적 규율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그것은 체제의 불평등한 재생산을 위해 기여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든 이가 자발적으로 그런 불평등한 체제의 재생산을 위해 순종하고 헌신하도록, 나아가 그 속에서 기쁨을 만끽하도록 하는 장치에 다름 아니었던 것입니다. 신이 인간이 됐다는 선언은 이런 이분법에 대한 '흔들기' 담론입니다. 신과 인간 사이의 벽은 허물어졌고, 이제 보는 자와 보이는 자 간의 구분은 교란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양자 사이의 교호, 대화입니다. 그래서 신이 된 인간은 사람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사람들의 운명에 참여했고, 사람들의 동료로서 구원의 역사를 만들어간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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