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5/27 (21:53) from 210.219.97.149' of 210.219.97.149' | Article Number : 46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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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323 , Lines : 27 |
| 복장도착2(2001.5.27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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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도착 그리스도교 죄론 해부 2 갈라디아서 3장 27절 세례를 받아서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습니다. (공동번역 성서) 오늘 본문인 갈라디아서는 세례를 받는다는 것, 즉 '그리스도인 됨'이라는 것을 '옷 입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로마서에선 구원의 때가 가까이 다가왔으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라고 하면서(13,12)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시오"(13,14)라고 강변합니다. 한편 바울 자신의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 문서인 골로사이서에서도 비슷한 표현들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모든 ... 부끄러운 말을 벗어버리시오. ... 묵은 사람을 그 행실과 함께 벗어버리시오. 새 사람을 입으시오."(3,8~10) 여기서 바울과 골로사이서 사이의 차이가 있다면, 바울은 종말이 임박했다는 의식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반해, 거의 한 세기 가까이 후대의 문서인 골로사이서는 종말이 한정 없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이 예수 당파로 전향하기 이전의 생활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옷 입음'으로 말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골로사이서는 예수 당파만의 규범이 아닌, 일반적 규범에 따른 생활을 강변하기 위해 '옷 입음'의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는가,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묻는 것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질문거리입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들 초기 그리스도교의 지도자들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옷 입음'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옷 입음이라는 것은 '보는 이의 시선'을 가정합니다. 두 주 전 '하늘뜻나누기'에서 말씀드렸듯이. 여자 속옷을 입고 있을 때 성욕을 보다 강렬하게 느낀다는 남자들 같은 사람들, 즉 '복장도착자'는 자신의 '옷 입은 자태'가 타인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면서 성적인 희열을 체감합니다. 이때 주목할 것은 타인이라는 관찰자가 실재 인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타인은 복장도착자 '외부의 누구'가 아니라, 그가 상상하는 타인, 즉 그의 '내면에 들어와 있는 타인'인 것입니다. 바울이 묘사하는 바 그리스도교 신앙도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이의 시선'에 의해서만 포착될 뿐입니다. 물론 그 시선의 주인공은 하느님입니다. 하지만 이때 하느님은 이미 그 외부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의 내부에 있는 존재, 그리스도인 안으로 내면화된 존재인 것입니다. 그분의 시선에 의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단지 그분의 시선에 의해서만 응시되고 있다는 믿음에서 그리스도인은 아무리 힘겨운 현실에 닥쳐있다 하더라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바로 이것이 '옷 입음'의 신앙인 것입니다. 한데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옷 입음'의 소재가 '죄 담론'과 연관되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죄 관념'(죄론)은 바로 그런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즉 '본질적으로 죄인인 나/우리'가 세례를 통해서 그리스도로 옷 입음으로써 의인이 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죄론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죄 개념은 신학적으로 그리스도 개념과 직결되며, 구원 개념과도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죄는 어떤 인간도 회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요컨대 그것은 인간 존재의 필연적인 '굴레'인 것입니다. 인간은 죄 의식에 억메여 있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신앙인들은 이런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얘깁니다. 한데 그것만은 아닙니다. 저의 가설입니다만,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죄의식은 굴레 의식만이 아니라, 그것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연민, 번뇌만이 아니라, 동시에 '쾌락'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복장도착자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서 불쾌감이나 예속감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죄 의식으로 인해 심판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리스도교 교리에 복종하는 것(신앙의 수동성)만이 아니라, 동시에 죄 의식 속에 내포된 쾌락/희열로 인해 자발적으로 신앙에 순종하고 있다는 것(신앙의 능동성)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모든 인간은 죄인입니다. 한데 그들 모두는 자신이 죄인임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설사 그것을 느끼고 있더라도 그냥 죄 의식과 대면하기보다는 그것을 회피하며 살아갑니다. 한데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는 자입니다. 신앙의 입문의례인 세례란 그러한 죄 고백에서 시작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러한 죄 고백은 그리스도로 옷 입는 세례 예식을 통해 구원을 보장받습니다. 즉 죄인은 이로써 의인, 아니 잠재적 의인이 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그리스도인 자신을 의미할 때의 '죄인'은 곧 '죄인-의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죄인'은 세상에 실재하고 있는 자신, 즉 '존재'라면, '의인'은 궁극적으로 그리될 것이지만 현재는 그렇다고 가정되는 존재, 즉 '비존재'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실존은 이렇게 '죄인-의인'이라는 존재와 비존재의 복합체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저주하는 자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자입니다. 이질적인 것이 혼재된 자아, 모순된 자아입니다. 그리스도로 옷 입음으로써 완전한 의인은 아직 아니지만 '죄인-의인'으로 된 자, 이렇게 믿는 그리스도인은 이로써 정체성의 변형을 체험합니다. 의인이 아님에도, 내면에서 감시자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죄다 꿰고 있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시선으로 인해 죄 의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에도 그리스도인은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 잠재적 의인인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로 옷 입다'라는 말이 담고 있는 신앙의 구조인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두 주 전에 말씀드린 유다교의 죄 신학에서 배워온 것임에 분명합니다. 한데 여기서 저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죄론이 갖는 위험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왜냐면 이런 죄론은 '보는 이'와 '보여지는 이'라는 이분법을 가정해야만 하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보여지는 이라면, 보는 이는 자신의 내면에 있을지언정 결코 자신과 대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이는 실재로는 무한정의 거리에 있습니다. 그이는 실재로는 우리와는 결단코 유사해질 수 없는 전지전능의 존재인 것입니다. 단지 은총에 의해서 그분이 우리 안에 있을 뿐입니다. 이런 이분법이 위험스런 것은 권력이 신성화될 때, 즉 권력이 신앙의 '보는 이'의 시선과 동일해질 때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파시즘은 바로 이런 신성화된 권력을 가리키는 사회학적 개념입니다. 한데 더욱 놀라운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 체제가 이런 점에서 바로 파시즘과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교 권력이 자신을 보는 자로서 동일시한 모습으로 그리스도인의 신앙관을 만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또한 종종 그리스도교는 지배권력과 이런 점에서 제휴를 거듭해왔습니다. 바로 여기서 역사의 폭력성에, 그 테러리즘에 그리스도교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죄론 해부 1'이라는 지난 '하늘뜻나누기'에서 예수님의 실천을 유다교의 이러한 이분법에 대한 저항의 관점에서 볼 것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한데 역설적이게도 예수님을 승계한 그리스도교는 그분의 반권력의 실천에서부터 점점 멀어져 갔던 것입니다. 민중신학이 전태일 예수론 혹은 민중구원론을 제기한 것은 바로 이런 그리스도교 신학의 오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반신학적 도전인 것입니다. 종종 오해되어왔던 것처럼 그것은 민중 우상화 논리가 아닙니다. 왜냐면 '민중'이라는 개념이 단지 고통당하는 대중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고통을 통해 해방의 그리스도적 의미를 발견해낸 신앙적 성찰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자신의 고통에서, 타인의 고통, 나아가 인간 종을 넘어 온갖 세상의 고통을 읽어내고, 이러한 고통의 역사를 종식시키고자 목숨을 바친 예수의 가르침을 읽어냄으로써 하느님의 해방의 뜻을 발견하는 자, 그리하여 세상의 해방, 그리고 자신의 해방을 위해 삶을 사는 자, 이것이 민중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곧 민중은 자기에 갇혀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초월한 존재, 고통 속에 내장된 초월의 가능성을 실현한 존재인 것입니다. 독일의 한 급진주의적 여성신학자는 그리스도교의 죄론을 재해석하면서, '소외된 자가 자신을 소외된 존재로 규정해왔던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실존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도로테 죌레). 그러나 민중신학은 자신의 목소리를 담는 것을 넘어 자신이 세계와 연계되어 있다는 의식에서 자기를 초월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민중을 말하기 위해, 그리스도교 신학의 죄론을 해체했던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민중신학은 우리에게 민중이 되라고 권합니다. 곧 자신의 고통을 직시함으로써,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나아가 착취당하고 있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삶을 사는 자가 되기를, 곧 자기초월을 실천하는 자가 되라고 충고하는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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