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6/10 (23:35) from 211.196.249.246' of 211.196.249.246' | Article Number : 47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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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489 , Lines : 22 |
| 편견(2001.6.10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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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마르코복음서 10장 31절 그런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공동번역 성서) 최근 코미디언 이영자 씨가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방영됐습니다. 그녀는 펑펑 울면서 지방흡입 수술을 한 것을 시인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체중 감량엔 별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운동을 통한 감량이냐 수술에 의한 감량이냐를 둘러싼 공방은 이제 막 시작됐고, 아마도 한참 지난 뒤에 법정에서 가늠될 것이 예상됩니다. 그 법률적 귀추가 어찌되든 이영자씨는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의 경력에 치명적이 타격을 받은 듯이 보입니다. 이미 그녀가 출연하고 있던 방송프로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겠지만, 기자회견 중에 그녀는 방송을 계속하고 싶다는 절규에 가까운 하소연을 수차례나 반복해서 말합니다. 그리고 회견장을 나오던 중에는 실신하기까지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이 기자회견 방영 이후 동정론이 거세게 들고일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분명 그녀가 여성의 미에 관한 사회적인 편견의 희생양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연기력에서나 열정에서나 어느 연예인 못지 않은 능력을 보여줬던 그녀가, 바로 이런 사실만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음에도, 무려 36kg나 되는 놀라운 체중을 감량해야 했던 것은 그만큼 살찐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더구나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상업주의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야 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서 그녀의 남다른 애환을 충분히 상상할 만합니다. 실제로 그녀는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재현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사기죄에 해당하든 아니든, 이영자 씨의 다이어트 비디오가 단지 한 달만에 3만 여 개나 팔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그녀의 섣부른 행동이 사회적인 성적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얼마나 일조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한데 우리는 최근 또 한 사람의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제3회 안티미스코리아 대회(5.19)에 참여해서 관객을 경악시킨 장본인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이 대회의 다른 참가자들과는 달리 늘씬한 몸매와 섹시한 의상의 '여자'가 세련된 여성적 걸음걸이로 무대를 가로지릅니다. 갑자기 무대 한 가운데서 그녀는 상의를 벗어버립니다. 놀랍게도 이 사람은 남자였습니다. 그녀, 아니 그는 청중을 행해 이렇게 말합니다. 편견에 도전하기 위해 대회에 참석했노라고... 이대학이라는 스물 한 살짜리 청년은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패션모델입니다. 그런데 특기할 것은 그가 주로 여성의상을 입는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자보다도 더욱 세련되게 여성의류를 소화할 수 있는 남자인 것입니다. 물론 직업상 여성적 이미지를 특정한 패턴으로 재현하려는 자본의 상업주의의 첨병이 될수밖에 없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의식을 이와는 전혀 다르게 형성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영자씨보다는 나이도 훨씬 어릴 뿐 아니라 연예인 경력에 있어서도 보잘 것 없는 그는 그녀와는 비할 수 없이 깊은 삶의 성찰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움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한 천편일률적인 기준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최근 우리는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또 하나의 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미술교사 나체사진' 사건입니다. 김인규라는 한 미술작가가 만삭의 아내와 벌거벗은 채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데서 비롯된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예술가에겐 있을 수 있는 하나의 퍼포먼스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중학교 교사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우연히 이것을 안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나 삭제를 요구합니다. 김 교사가 이를 거절하자 학부모회는 그를 고소했고, 법원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런 사태의 전개가 언론이 통해 보도함으로써 논쟁이 본격화되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나체에 대해 어떤 거부감을 갖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것은 성은 감추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연관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추어진 성은 엿보기 욕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감추려는 의식과 감추어진 것을 들춰내려는 욕망이 갈등하면서 공존하는 사회인 것입니다. 물론 여느 사회도 그렇겠지만, 우리의 경우엔 좀더 그러한 모순적 공생이 좀더 첨예하게 드러납니다. 자본의 상업주의는 이러한 모순적 공존의 틈새를 절묘하게 이용해왔습니다. 성의 상품화란 그런 틈새의 활용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관한 사회적 편견은 이 과정에서 생성합니다. 가령 미스코리아 대회의 수영복 심사는 감춤과 드러냄의 긴장을 극대화하는 장치인 것입니다. 관람객은 수영복 차림의 20대 전후의 여자아이들을 보면서 민망해하면서 동시에 강렬한 쾌감을 느낍니다. 포르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의 적나라한 모습보다, 수영복으로 가린/드러낸 어린 여자의 몸은 훨씬 더 아름다움에 관한 유혹의 시선을 끄는 것입니다. 성적 아름다움에 관한 사회적 기준이 이렇게 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공고화된다고 할 때, 이에 대한 항의는 몸을 숨막히도록 첩첩이 가리거나 아니면 벌거벗은 채로 시위하는 양상을 띨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나체 시위는 강렬한 이의제기로서의 호소력을 갖는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영화 <패션쇼>에서 거장 로버트 알트만 감독은 패션쇼를 둘러싼 비정한 상업주의와 비열한 성공 경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모델들이 나체로 무대에 서는 장면을 보여준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을 갖습니다. 특히 이 장면에서 만삭의 여자모델의 등장은 압권 중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미에 관한 일체의 상업주의적 도식은 교란되고 마는 것입니다. 김인규 작가/교사는, 누가 보아도 포르노로 느낄만한 것이 전혀 아닌,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과 (전시될 가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보통 사람의 보잘 것 없는 몸둥이를 한 부부의, 자신과 부인의 나체사진에 이런 해설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우리의 몸은 신델레라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쨌다는 말인가? 우리 스스로 이미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닌가?"라고. 한편 이 사진이 문제가 되자 그는 비난의 초점인 성기와 체모를 삭제한 우수깡스러운 나체사진을 다시 올려놓으며 이런 글을 곁들였습니다. "우리 학부모들은 내가 교사이기 때문에 성기를 그대로 드러낸 사진을 찍었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단다. 여전히 우리의 몸은 살아있는 그대로 현실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 당한다. 그것은 항상 세상 저편에 신비로운 것으로 남아있든지, 욕망의 대상으로만 있어야 한다." 요컨대 그가 주장하는 바 핵심은 성에 관한 통념에 저항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삶이 생략된 채 수술이나 스포츠 센터에서 비정상적으로 가꾸어진 치수로만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지한 삶의 이야기가 한참은 들어있을 법한 느낌의 나체 장면으로 그는 아름다운 성에 관한 제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진정 내세우는 아름다움은 일상의 이야기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관계맺음이라는 것이지요. 오늘의 본문에서 첫 단어인 "그런데"라는 표현은 앞의 말과 뒤의 말을 중계할 때, 앞의 것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동시에 분위기를 전도시키는 언어의 효과를 갖습니다. 본문 바로 앞에서 제자들의 대표인 베드로는 예수님께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주님을 따랐는지를 강변합니다. 제자직의 아름다움에 관한 호소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그러한 열정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한 아름다움은 충분히 존중되어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데'라는 어휘와 함께 첫째와 꼴찌 사이의 위계를 교란시키는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제자직의 아름다움은 순위 매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제안일 겁니다. 순위매김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제자직의 아름다움의 문제를 하나의 행동 원리로 환원시키려는 유혹에 떨어지게 됩니다. 베드로는 자신들이 이렇게 열심히 '따랐음'을 강조합니다. 한데 예수님은 그 따름의 태도에 대해서는 존중하면서도, 그 하나의 원리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많은 따름의 삶의 방식이 있으며, 그것은 순위매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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