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6/26 (11:29) from 210.219.89.36' of 210.219.89.36' | Article Number : 48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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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701 , Lines : 26 |
| 군사주의와 신(2001.6.24하늘뜻나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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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주의와 신 마태오복음 4장 8절 악마는 다시 아주 높은 산으로 예수를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며, "당신이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공동번역 성서) 매주 집으로 배달되지만 거의 읽지 않던 한 기독교계 신문을 우연히 들쳐보다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전쟁은 살아계신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연합공보 95호, 2001.6.13)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습니다. 얼핏 보기에 반전주의에 대립되는 듯한 문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쟁이'들이 아무리 생각이 없기로소니, 전쟁을 미화하는 기사를 쓰기야 하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제목엔 물음표가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필경, 전쟁'도' 하느님의 섭리에 속한다는 주장인 듯 합니다. '별 정신나간 놈 다 있군' 하는 꼬인 심사로, 기사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목 바로 위에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성경적 견해"라는 조금 작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커니, 이 엉뚱한 제목의 정체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비판적 견해였던 것입니다. 지난해(2000년) 2월 말에 열린 '제주 국제 인권 학술 대회'에서 한인섭 교수(서울대 법대)가 처음 거론한 이래, '한겨레21'에서 줄기차게 다룸으로써 은폐됐던 사실이 비로소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올 2월 현재 집총 거부로 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 1,317명이며, 그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여호와의 증인' 신자라고 합니다. 이 종파의 한국 지부인 '워치타워 성서책자 협회'의 주장에 의하면, 1990년대 이후 매년 500명 이상의 청년들이 집총을 거부해 교도소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출소한 이후 병역기피자 경력 때문에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숫자는 이보다 몇십 배는 많겠지요. 이 정도라면 이 문제는 의당 대책을 강구해야할 거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군사정권 아래서 뿐만 아니라 민간 정부 시대 이후에까지도 철저히 은폐되어 왔던 것은 물론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가 군사주의에 쉽게 동화되어 있던 탓일 겁니다. 대다수 국민은 '국방의 의무'는 국토 방위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국민적 과제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병역의 거부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는 얘깁니다. 한데 그런 가운데서 이러한 '상식의 폭력'이 무수히 자행되었습니다. 최소한 일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과자가 되어야 했고, 평생 공적 활동에 치명적인 제약을 당해야 했습니다. 타인에게 상해를 입혀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에 동참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에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신문은 이단시된 종파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보수주의적 기독교계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본적 논조는 전쟁 또한 하느님이 주관하는 것이므로, 거부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로운 전쟁'의 수행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명한 구약학자가 나와서 '죄를 징벌하는 하나님의 거룩한 전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하느님 편에서의 전쟁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까지 합니다. 혹시나 하면서 기사를 마지막 한 줄까지 다 읽고 난 후, 저는 실날 같은 가능성 마저 포기한 종교의 지저분한 얼굴을 보아야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전쟁 치고 거룩하지 않은 전쟁이 있었을까요? 또한 전쟁 치고 추악한 과정으로 점철되지 않은 전쟁이 있었을까요? 도대체 죄를 징벌하는 하느님의 거룩한 전쟁이란 무엇인가요? 여기서 '죄'는 누구에게나 자명하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인가요? 한국전쟁은 하느님의 거룩한 전쟁인가요? 이 땅에서 '빨갱이'를 몰아내려는, 하느님의 응징의 전쟁인가요, 아니면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를 축출하려는 거룩한 전쟁인가요? 그가 성실한 사람이든 아니든, 효녀/효자든 아니든, 이웃에게 어떤 사람이든, 단지 미국의 이념이나 소련의 이념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전쟁에서 하느님의 정의는 자명한 것인가요? 도대체 어느 시선으로 봐야 죄의 징벌의 대리인과 죄인이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나요? 그 구약학자는 말합니다. "생명과 영토, 민족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전쟁은 정당하"다고. 요컨대 그는 침공 이외의 전쟁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얼핏 타당한 주장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방어와 침공은 반대개념인가요? 도대체 전쟁이 방어로 점철될 수 있나요? 방어를 위한 수비와 방어를 위한 공격이 무수히 교차되는 것이 전쟁 아닌가요? 누가 시작했든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계속 공세를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이 전쟁 아닌가요? 또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전략'(NMD) 같은 것은 방어에 초점이 있는 것인가요 아닌가요? 요컨대 국민의 병역의 의무는 국가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지 신학적으로 정당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가의 존립이 정의라는 전제 하에서, 다시 말해서 민족주의는 신성하다는 명제 아래서 국민의 병역의 의무는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국인/조선인에게서 국가(민족)의식과 국민의 병역의 의무가 하나로 결합되는 전통이 세워지게 된 것은 태평양 전쟁을 치루고 있던 일제 말기의 총동원체제에 의해서였습니다. 결국 이런 논리대로 하면, 우리가 군국주의/제국주의라고 부르는 일본의 민족주의와 우리의 민족주의는 쌍생아인 것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의 민족주의는 일본의 제국주의 못지 않은 공세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제3세계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서 숨김 수 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3의 길'로 유명한, 세계의 석학 안토니 기든스는 근대의 국가와 전쟁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근대 국가의 주된 특징의 하나로 군사주의를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든 아니든 말입니다. 그것은 전쟁을 산업화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리하여 민족국가는 국경 내에서 전쟁이라는 실물적(예: 무기 산업) 혹은 상징적인 자원(예: 남성주의)을 독점한 정부에 의해서 관리되고 운위됩니다. 국민은 그러한 정부의 전쟁 재화의 독점을 자발적으로 승인하고 협조하는 존재로 국가에 참여합니다. 더욱이 근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엔 이러한 군사주의적 성격은 사회 속에서 한결 뚜렸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서양과 한국의 근대국가에서 군사주의 양상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사회의 변동 과정에서 군사주의적 요소의 영향력은 어느 사회든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족주의-군사주의를 잇는 연결망은 근대적 국가의 정당성을 위해 필수불가결의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신학적 정당화의 대상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신학은 이러한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담고 있는 전체주의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배제된 이들의 고통을 증언하는 과제를 짊어지는 게 타당합니다. 그렇다면 국가-민족주의-군사주의의 연결고리를 푸는 작업은 신학의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악마는 예수님을 시험합니다. 자신에게 절하면 세상의 권력을 주겠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마태오는 권력 자원의 독점을 추구하는 국가권력을 빗대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러한 독점은, 마태오에 의하면, 화려하기까지 하다. 즉, 사람들에게 권력 독점은 횡포로서 여겨지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것, 정당화된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마태오는 유대전쟁 직후의 팔레스틴 인근의 도시에서 형성된 한 유대인 공동체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즉 마태오는 고대의 잔혹자 로마 제국의 폭력을 뼈저리게 체험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로마의 권력이 화려함으로 치장되어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태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은 권력과 동맹을 맺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에 저항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권력의 정당화, 정치의 미학화를 비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군사주의를 미학화하는 신학은 결코 예수의 신학이 아니라, 예수에 의해 극복되어져야 하는 신학인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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