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7/25 (01:39) from 210.219.89.73' of 210.219.89.73' | Article Number : 50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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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830 , Lines : 24 |
| 글레디에이터(2001.7.22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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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김 진 호 요한복음서 6장 15절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데려다가 왕으로 삼으려는 것을 아시고 당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가톨릭200주년기념성서) 서기 69년, 로마의 황제 오토와 북부 게르만 국경지역의 군단장 비텔리우스간의 내전에서 병력이 모자란 황제군의 가장 용맹한 군대는 검투사(글래디에이터)로 편성된 부대였습니다. 하나같이 로마 제국 최고의 싸움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일당백 용사들은 기껏해야 게릴라 작전을 통한 소규모 비정규전에서만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을 뿐, 전정한 승리는 수많은 전투 경험과 강도 높은 전술 훈련으로 무장한 비텔리우스 부대의 것이었습니다. 로마시의 검투사들은 필경 일대일 싸움에선 제국의 어느 누구와 겨루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최고의 투사들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콜로세움 안에서의 예깁니다. 실제의 격투는 콜로세움처럼 엄격한 규칙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용맹무쌍해도 어디선가 예고 없이 날아온 표창에 심장이 찢겨버릴 수도 있고, 느닷없이 땅속에서 튀어나온 덫에 발목이 잘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의 싸움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돌발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콜로세움은 단순히 검투사들의 무대만이 아니라, 그들을 최고의 격투사로 승격시키는 격투의 질서 체계인 셈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한 위대한 검투사를 최고의 용사라고 환대할 때, 그것은 콜로세움이라는 격투의 체계를 전제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만약 격투의 체계가 바뀐다면 당연히 최고의 용사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선 검투사 막시무스가 콜로세움 최고의 용사였지만, 사각의 링에선 무하메드 알리가 최고의 용사였으며, 축구 스타디움에선 펠레의 브라질팀이 최고였던 것입니다. 최근 언론사의 탈세 문제를 둘러싸고 지식인들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공방의 표면상의 논점은 언론의 자유냐 조세 정의냐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즉 한편에선 정치권력이 세금 포탈을 들고나와 언론사의 사회적 공신력을 훼손하였을 뿐 아니라 언론사 자체의 자유로운 비판 기능을 억제하려는 음모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사회의 모든 성원들의 당연한 의무인 조세를 불이행한 것은 언론 권력의 특권주의 탓이며, 바로 이런 특권주의에서 언론의 부패뿐 아니라 언론 기능의 비정상화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조세 정의'론은 '언론 개혁'론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언론 개혁의 목표는 일체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정립에 있습니다. 즉 이 논쟁은 언론 자유라는 동일한 의제를 두고 두 상이한 파가 대립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 '언론자유파'는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한다면, '언론개혁파'는 자본의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공방은 이문열씨의 조선일보 기고를 발화시점으로 해서 거의 전면전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이 확대된 전쟁에 동원되여 '언론자유파'와 '언론개혁파'로 양분된 전선에 따라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후자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 시사주간지에선 "이제 회색지대는 없다"고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한데 논쟁 참가자들은 너무나 빨리 이성을 상실해 가는 듯이 보입니다. 순식간에 논쟁은 원색적인 비난으로 점철되어 버렸고, 주장하는 바 의제의 사회적 의의는 망각된 듯이 보입니다. '언론자유파'는 홍의병 운운하며 대중주의 지식인을 비난하고 있으며, '언론개혁파'는 과거 행적을 파헤치며 저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를 비아냥거립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회색지대라고 비아냥댄 제3의 시각이 자리잡을 곳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럴수록 비판에 대한 자기 반성이 자리할 곳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요컨대 이 논쟁은 한국전쟁 당시의 좌우대결과 닮은꼴이며, 이후 계속된 냉전주의 시대의 논리의 후계자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제압만이 유일한 목표이며, 거기에 대한 장애물은 무엇이든 파괴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방은 어떻게 귀결될까요? 대개의 경우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기 십상일 겁니다. 하지만, 승부가 나지 않은 채 치졸하게도 정치적인 타협으로 귀결하는 마는 것이 아니라, 한편이 승리했다고 가정하면 어떨까요? 우리 중에 언론자유파'가 승리함으로 해서 언론 자유가 증진되리라는 것을 믿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러면 반대로 언론개혁파가 승리했다고 합시다. 과연 주장하는 바 일체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이 경우 예측되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졸한 행태를 보여왔던 몇 개 언론사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심지어는 아예 붕괴돼버릴 수도 있습니다. 통쾌한 일입니다. 민중의 승리이고 역사의 진보라고 소리치는 상기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한데, 그것이 해결은 아닙니다. 진정한 언론 개혁이 진행돼어야지요.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언론개혁파가 언론을 이끌어 가는 세상에서 또 다른 형태의 권력 블록이 형성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비판이 자리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무망한 상상이지만, 과거 이분법적 논쟁의 시대에 제3의 입장을 펴던 지식인들은 결코 비판자로 나설 수 없습니다. 왜냐면 회색분자라는 낙인이 끊임없이 그들의 족쇄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수구적 지식인들은 그때 그 시절에 쥐죽은듯 있던 자들이 뭘 말할 수 있느냐고 비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억지 상상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언론 개혁의 의제도 결국은 마찬가지다라는 식의 양비론을 펼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회의주의자연 하는 것은, 어떤 논쟁이 다른 견해를 말살하는 방식으로 펼쳐지게 될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함입니다. '비판'은 항상 '비판의 비판'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서양의 일부 양심적인 지성이 도달한 '성찰성'입니다. '결과'에 집착하는 논쟁의 자세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자기 주장만이 절대진리라는 방식의 자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자세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주장의 하나입니다. 최근 지식인들의 공방은 이런 성찰의 자세를 결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분법적 양분구도에 사로잡힌 채 다른 주장에 귀기울일 수 없는 말의 폭력만 늘어놓는 지식인들의 말에 그 이상의 신뢰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저들이 그것을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성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데 최근 조선일보에서 흥미로운 기획연재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지식인 사회'라는 제목의 연재입니다. 추측컨대, 이른바 냉전주의적 지식인 공방에 대한 제3의 견해들의 발언의 자리를 만들어줌으로써 냉전주의적 지식인론을 재고하려는 취지인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어제(토요일)까지 네 명의 지식인의 발언이 게재됐는데, 제가 보기엔 최소한 한 명을 제외하면 그 취지의 지식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기획연재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왜냐면 이러한 기획연재는 이제까지 무력한 회색분자에 불과했던 제3의 논객들을 강력한 검투사로 재탄생시키는 일종의 콜로세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 추측대로라면 이것은 꽤나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로마의 콜로세움이 검투사들을 로마 황제와 로마 시민을 위해서만 위대한 격투사로 자리잡게 하는 것처럼, '위기의 지식인 사회'라는 이름의 이 새로운 콜로세움은 조선일보와 그 편의 지식인들만을 위한 위대한 검투사를 양성하는 기능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회의 성찰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비판의 비판'을, 그것조차 무력화시키는 음모로 귀결될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저의 두 번째 주장이 들어있습니다. 시민을 위한 콜로세움은 시민이 세워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비판의 비판을, 즉 제3의 지식을 경청하는 자세로 우리가 스스로를 다짐하지 않으면, 지금의 공방을 보다 아름답게 귀결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서가 그랬습니다. 오늘의 본문에서 우리는 당시의 지배블록인 로마 제국 세력과 유다교 권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초기 그리스도 교회의 권력에 대해서도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권력에 대한 강력한 민중주의적 비판자인 동시에, 민중주의적 권력 비판에 대한 비판의 비판을 수행하는 예언자로 등장합니다. 당신을 기존의 왕에 대한 대립왕으로 추대하려는 대중을 피해 예수님은 산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산'은 권력의 공백지대를 뜻합니다. 즉 일체의 권력화를 비판하는 성찰적 지식의 담보자로 예수님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제3의 지식을 보여주는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의 하나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한백의 너른마당이 우리 시대의 지식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성찰적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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