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08/16 (11:05) from 63.106.210.140' of 63.106.210.140' | Article Number : 51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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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367 , Lines : 28 |
| 이방인(2001.8.12한백교회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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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수기 15장 15절 ... 너희에게 몸붙여 사는 이방인이나 너희나 다 같은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것이 너희가 대대로 길이 지킬 규정이다. 주 앞에서는 너희와 이방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 (공동번역성서) 이 성서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방인'(게르)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방인이란 '외부자'를 의미합니다. 즉 판단하는 주체가 있고, 그 주체들의 영역 외부의 사람들이 이방인이라는 것입니다. 한데 이런 규정만으로 이방인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종족 같은 커다란 집단일 수도 있고, 한 개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부자일 수도 있고 가난뱅이일 수도 있습니다. 또 그들이 적대자일 수도 있고, 우호적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외부자'는 무수히 많으며, 또 그들의 범주 또한 규정하기에 따라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게 묘사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서 묻고자 합니다. "이스라엘에게 이방인이란 무엇인가?" 다시 질문한 이 물음 속에는, 이스라엘(특히 유다인)이 누군가를 가리켜 이방인이라고 부를 때, 이스라엘의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이방인'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에 관한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이스라엘이라는 주체와 이방인 사이의 '관계'가 중요시됩니다. 그리고 관계는 항상 '시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즉 위의 성서 구절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느 특정한 시기에 어떤 관계에 있던 사람들을 이스라엘은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문적인 성서학의 논의를 소개하면, 성서에 나오는 '이방인'에 관한 묘사는 대략 주전 7세기 이후의 전승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역사적으로 해석하자면, 앗시리아 제국의 군대가 시리아-팔레스틴 지역 일대를 휩쓸고 지난 뒤에 비교적 전쟁의 참화를 덜 겪은 유다 사회에서 '이방인' 문제가 신학적으로 신중하게 고찰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유다 족속은 이들 주변 족속들로부터 적지 않은 피해를 입어왔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다윗 왕조에 더욱 충성함으로써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유다인에게 있어서 종족적 결속의 핵은 다윗 왕조였고, 이러한 결속력은 다윗 왕조에 대한 충성심으로 표현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근 족속들에 대한 배타성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신학적으로 이방 족속에 대한 하느님의 증오로 표상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전 8세기 말 이후 앗시리아로 인해 야기된 난폭한 살육의 장을 피해, 그리고 기근과 전염병을 피해 무수히 많은 인근 족속 사람들이 유다로 몰려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예루살렘과 그 인근 지역은 이런 난민들로 들끓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버려진 음식 찌꺼기를 놓고 들개와 경쟁을 해야하는 비참한 군상. 굶주림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갔고, 시신들을 수레에 실어 성밖 화장터로 나르는 광경은 매일의 일상이었습니다. 유다의 야비한 상인들과 권력자들은 이런 처지의 사람들을 고용하여 저임금에 마구 부려먹습니다. 때로 이방인들이 그 불의한 노동 관행에 대해 항의를 하면 인정사정 없는 폭행을 당해야 했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곤 했습니다. 여자들은 유다인들에게 팔려가 온갖 성적 학대의 대상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유다인들은 모순된 두 가지 마음으로 뒤얽히게 됩니다. 하나는 야훼만이 진정한 신이라는 것입니다. 저들의 고통은 그릇된 신앙을 가진 자들의 말로를 보여주는 단적인 징표인 것입니다. 요컨대 다윗 왕조를 지켜주시는 하느님의 보호를 실감하면서, 유다인들은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우월감을 강화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유다인들은 이렇게 비참한 처지에 떨어진 이들에 대해 측은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데 당시 상황에서 유다 사회인들 넉넉한 처지일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난민의 숫자는 감당할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측은지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순된 인식에 사로잡히게 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많은 유다인들은 이방인들에게 궁휼을 베풉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들이 열등한 족속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궁휼입니다. 훗날 예수님과 시로페니키아 여인간 대화에서 사용된 표현처럼, 밥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베풀어준다는 식의 우열 관계에 기반한 구휼 관행이 모순된 인식으로 혼란에 빠진 유다인들의 대안적 행동전략으로 선택되었던 것입니다. 이때 이방인들은 결코 유다인들과 같아질 수 없다는 인식이 전제되는 한에서만 구휼의 대상으로 인식되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의 성서 텍스트는 이런 유다인들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법 안에서 이방인들과 유다인들간의 차등적 권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을 고용할 때 지켜져야 하는 규정은 이방인들에게도 지켜져야 하며, 유다 여인의 권리처럼 이방 여인에게도 그 권리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길게 성서 구절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서 제가 염두에 두었던 것은 "'탈북자'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1995년 여름 홍수를 계기로 북한의 경제 실정이 알려지게 되면서 당시 '문민정부'는 체제 우월론을 국민에게 고무시키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궁핍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히 흡수 통일을 떠벌리며, 원조에 인색한 자세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했던 남한 정부의 비열한 모습을 오늘 우리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이켜 봅니다. 아무튼 국제사회의 지원과 몇몇 시민 단체가 주동이 된 헌신적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한 '국민의 정부'는 훨씬 전향적으로 북한을 지원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 사회의 갱생 노력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 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탈북 유민의 숫자는 현재 수십만에 달할 만큼 많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들 중 남한으로 입성한 사람의 수는 2001년 7월 통계에 의하면 1620명이라고 합니다. 한데 이 일천육백여 명이라는 숫자가 최근 들어 갑자기 늘어난 것이고, 이 정도의 난민도 남한 정부는 버거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IMF를 거치면서 경제적 위기의식을 뿌리치지 못한 남한의 국민은 한편으로는 북한 난민의 불행한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충하는 일에 심한 중압감을 갖고 있는 형편입니다. 분명 우리 국민은 탈북자에 대해 모순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모순을 지양하려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노력 속에 문민정부 식의 비열한 체제 우월론이 끼어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로부터 저는 좀처럼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탈북자를 '열등한 존재'로 대상화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근대 국가는 영토에 대한 주권 개념과 불가분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넓은 의미의 '시민권'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 개념의 형성은 이러한 국가 주권과 시민권의 결착 과정과 맞물려 있다. 그러므로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시민권의 내용과 범위를 둘러싼 사회 세력들간의 경쟁과 담합의 결과로 제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현대 국가에서 국민의 우월 의식은 시민적 권리를 향유하는 능력과 맞물려 있다. 이것은 근대적 국가체제의 하나인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에게 충분한 시민권을 공여하지 않으려는 사회의 집단적인 무의식적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리하여 탈북자에 대한 편견의 메커니즘은 우월론에 기반한 체제 수호 담론에 기생하면서 자긍심을 작동시켜온 우리 내면의 파시즘의 한 양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성서 본문은 이방인에 대한 이천육백 년 전의 하나의 신앙적 성찰을 오늘의 우리에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영역 내부자간에 형성된 자긍심의 체제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외부자를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궁휼의 대상으로 여기려는 태도에 대한 자기 반성적 문제제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히려 성서는, 자긍심의 체제가 지켜지든 아니든, 그것에 연연하는 자세가 아닌, 외부자를 더 이상 외부자로 보지 않고 우리와 동등한 일원으로 보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성서는 더 이상 열등한 이방인은 없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우리됨의 자긍심은 바로 이러한 동등한 자매주의에 있는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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