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10/26 (16:42) from 63.106.235.197' of 63.106.235.197' | Article Number : 56 |
올빼미
|
Access : 2494 , Lines : 19 |
| 한백의 내력(2001.10.21하늘뜻나누기 원고) |
|---|
|
한백의 내력 ------------------------------------------------------------------------------ 오늘 우리 한국 교회는 제도적으로 비대화되어 가는 기성 교회의 변혁에 대해 희망을 걸기보다는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새 기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중 속에서 노동하고 기도하며 민중의 눈으로 성서를 읽고 예배드리는 민중교회 공동체에서 한국 교회의 희망과 바람직한 한국적 그리스도인 상의 씨앗을 본다. 새로운 교회의 언어와 문화가 그들을 통해 창출될 것이다. 이제 민중신학은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민중현장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민중 사실을 수렴하는 작업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존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질적인 갱신을 통해서 자기를 축소하는 일이다. 오늘 우리는 돌 위에 돌 하나조차 포개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경고한 예수의 말씀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제도적 교회의 존립이 문제가 아니다. 예수 사건이 지금 민중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또 그 사건을 몸소 체현하는 공동체가 되는 길만이 사는 길이다. 한국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정체 확립이라는 우리의 과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그러한 공동체적 삶 속에 간직되어 있다. ― 안병무, [한국적 그리스도인 상의 모색]에서 인용 ------------------------------------------------------------------------------ 이 글은 {신학사상} 52집(1986년 봄)에 처음 실렸던 것입니다. 여기서 굳이 그 출간 시기를 말씀드린 것은 선생의 글 가운데 이 글이 갖는 특별한 위치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한백의 탄생이 어떤 맥락에서 유래하였는지에 관한 하나의 암시가 이 글 속에 담겨 있음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잘 알다시피 안병무 선생은 '민중신학' 창시자의 한 사람입니다. 1960, 70년대 한국의 상황을 배경으로 해서 탄생한 민중신학은 현재까지 한국 국적의 신학으로 국제적 공인을 받은 거의 유일한 경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과 더불어 제3세계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운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문제의식은 제3세계의 비판적 지식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서양의 진보적인 신학자들에게도 신학하는 관점과 방법에 있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 신학운동들은 현대 신학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최근 영국과 북미 지역에서 일고 있는 그리스도교 개혁의 바람을 추동하는 '새로운 예수 연구의 붐'도 해방신학과 민중신학의 새로운 예수 읽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데 민중신학은 국제 신학계에서 1990년대 이후 정체된 혹은 죽은 신학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교 사회운동이 몰락한 이후 한국 교계의 반격이 거세져 민중신학의 위상은 급속히 위축되었습니다. 혹자는 그러한 평가에 기초해서 '민중신학 위기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별로 귀담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왜냐면 민중신학의 생명력을 국제 학계의 평가에 귀속시키는 것이나 의사표출 능력에 있어서 한국 교계의 다수자의 평가에 귀속시키는 것은 민중신학의 정신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중신학은 서구신학의 식민주의적 요소를 비판하면서 '한국적 신학'으로 제기된 것이며, 또한 사회 속의 다수자의 횡포를 비판함으로써만 비로소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소수자의 신학'인 것입니다. 그런데 민중신학이 국제학계에서 이론적으로 정체되었다는 평가가 난 것은 실은 1980년대 이후의 신학적 발전이 그들에게 소개되지 않았던 데 기인합니다. 그것은 민중신학의 주류 연구자들이 안병무 서남동 등의 비판적 문제제기를 더욱 첨예화함으로써, 신학 제도(신학교와 교회) 너머로, 즉 제도의 '언더그라운드'로 들어가게 된 것과 관련됩니다. 그리하여 서양의 진보적 신학자들과 민중신학 운동을 중계하는 이가 사라져버리게 된 것이지요. 민중신학은 서양신학자들과 대화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한국 상황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려는 데 더욱 힘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한국의 1980년대는 격변기였습니다. 특히 비판담론이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강하게 띠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비판적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저기서 민중신학이 이러한 비판 담론 지형의 변화에 대해 응답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일단의 신학 연구자들이 대답을 시도했습니다. 그리하여 민중신학의 새로운 전기가 시작되었습니다.(이것을 '1980년대적 민중신학'이라고 합시다.) 일반적으로 1980년대적 민중신학은 박성준 선생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절반은 옳은 얘깁니다. 그가 쓴 한 편의 글([한국기독교변혁과 기독교운동의 과제])은 수없이 복사되어 많은 그리스도교 청년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기도 하거니와, 한국신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하는 1980년대의 새로운 신학운동의 핵심에 그가 서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응답은 다름 아닌 안병무 선생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 첫 응답이 [한국적 그리스도인 상의 모색]입니다. 이 에세이의 핵심 주제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 그리스도인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당시 정체성을 둘러싸고 비판적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오가던 터여서, 선생의 글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글에서 선생이 가장 강조하는 바는, '한국적 그리스도인'은 교회 전통에 매몰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에서 재이적하여 한국인이 되는 '전향'을 해야 한다." 그것은 교회가 한국의 정치문화적 상황에 대해 선을 그으려는 태도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가 보기에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중에 서구문화에 식민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나아가 남한과 북한이 근본주의적 이념을 통해 상대방을 근절하려는 적대의식에 차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대방 체제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닌 묘한 연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무관심하거나 한 편에 치우친 입장을 견지한다면, 한국 그리스도교는 한국 근대화에 부정적인 역할만을 할 뿐임을 선생은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한국에 있어야할 필요가 없는 종교제도에 불과합니다. 그리하여 선생은 '물과 계급'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강변합니다. 그것을 마르크스주의로부터 배우기도 해야 하고 또 그것을 넘어서기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은 그것은 예수의 정신이었습니다. 한데 역사적으로 교회는 그것을 잃어버렸고, 마르크스주의가 근대에 와서 그것을 계승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선생은 새로운 교회운동을 제창합니다. 이것은 몇 달 후에 박성준에 의해 '새로운 정체성의 교회'론으로 발전합니다. 이른바 민중사건을 일으키는 공동체 그리고 그것을 증언하는 공동체입니다. 민중사건이라 함은 자기 시대의 억압 구조에 더 이상 순종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려는 하느님의 실천에 동지로 나서게된 대중이 이야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에 기층대중과 더불어 민중사건을 도모하는 민중교회 운동이 일어났고, 우리 '한백'과 같은 소시민적 대중이 주축이 된 공동체 운동도 그런 뜻에 기반해서 신학적 기초를 다졌던 것입니다. '한백'의 지향을 담은 두 어휘인 '나눔과 섬김'은 민중사건이 일상적 삶 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예배공동체란 이런 지향을 예배 속에서 공유하는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한백은 이렇게 해서 태어났습니다. 그것은 거대교회의 탄생 맥락이나 발전 맥락과는 근원적으로 다르며, 따라서 기성 교회가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과는 배치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예수를 본받아' 소수자를 향해 자신의 욕망을 초월하려는 공동체여야 하며, 또한 스스로가 소수자로서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읽은 글 속에서 선생이 우리에게 말하려는 내용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