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12/06 (12:15) from 63.106.210.80' of 63.106.210.80' | Article Number : 58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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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544 , Lines : 27 |
| 가족로망스(2001.12.4 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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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로망스' -------------------------------------------------------------------------- 하느님께서는 ... 그리스도를 ... 다시 살려내시고 하늘 나라에 불러 올리셔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여러 천신들을 지배하게 하시고 또 현세와 내세의 모든 권력자들(원어: 이름)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 아래 굴복시키셨으며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 ○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 에페소서 1장 20~23절 -------------------------------------------------------------------------- 목사님과 신부님이 당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번번이 물리기만 하던 목사님이 투덜거립니다. "에이 'xx' 되게 안 맞네!" 하라는 사목 활동은 안 하고 당구나 치고 있는 이들을 괘씸하게 보고 계시던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이 말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시며, 옆에 언제라도 명령만 기다리던 벼락을 목사를 향해 힘껏 날려보냈습니다. 한데 그 벼락 심판을 받은 이는 신부였습니다. 그러자 하늘의 하느님께선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에이 'xx' 되게 안 맞네!" 잘 알고 계신 것처럼,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 유머입니다. 그리스도교의 권위를 비아냥대는 말입니다. 이런 류의 것들은 사실 꽤나 많지만, 제가 보기엔 이보다 신랄한 유머는 없어 보입니다. 우선 재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단번에 쏙 들게 합니다. 그리고 내용상, 성직자들뿐 아니라 심지어 하느님까지도 조롱과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좀 지난 얘기지만 아마 이런 유머가 요즘처럼 썩 어울리게 느껴진 때는 없을 듯 합니다. 연이어 터진 굴직한 교회의 비리나 추문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자의식인지를 일깨워줍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사건들은 우릴 더욱 몸둘 바 모르게 합니다. 세르비아 족속의 인종청소(제노사이트)의 배후에도 그리스도교가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의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부시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것을 합니다. 세계의 자본을 주름잡는 이들 대다수는 주일에 교회엘 가고 성서를 두고 이런 저런 서약을 해 왔던 사람들입니다. 아우슈비츠에서 나치의 잔혹한 학살과 인권 유린을 보면서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고 질문했던 소설가 빅터 프랭클의 말이 오히려 '호교론'처럼 들릴 정도입니다. 신은 불의를 방관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차라리 자본의 편이 되고, 군사주의적 패권주의의 수호자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예수님 시대 '반항아'들의 눈에 보이는 유다주의의 하느님도 그랬습니다. 그분은 왕의 편이었고, 지주들의 신이었으며,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 황제들의 후견자였습니다. 그래서 이들 이단적 반항자들은 하느님을 모독했습니다. 이런 모독의 한 지점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심문하던 유다의 대표자들은 그분에게서 신성모독을 읽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시대와 예수님 시대는 어떤 유사성이 있습니다. 단지 유다의 하느님이 우리에게선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으로 바뀌었다는 점만 다를 뿐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유다주의의 하느님을 비판했던 그리스도교가 유다주의적 하느님을 숭배한 셈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좀 길고 어려운 설명이 필요하지만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예수님을 따른 최초의 사람들은 그분을 하느님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분은 다름 아니라 '사람이 된 신'이라고 말입니다. '육이 된 신', 요한복음서가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말은 정통 유다인이나 그리스 문화의 지식인들에게는, 심지어 주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에게는 굉장히 도발적인 주장임에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은 최초의 예수 운동가들 사이에선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신의 육화라는 걸림돌(스캔들)'. 그것은 분명 걸림돌이었던 것이지요. 아무튼 예수님의 새로운 신학/신앙은 작지만 하나의 반향을 일으켰음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분은 메시아/구원자로 섬겨지게 됐던 것입니다. 한데 세월이 흐릅니다. 그분은 보이질 않습니다. 처형당한 이후 부활했다지만 몇몇 직제자들에게나 잠시 보였을 뿐, 아무도 그분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은 희망을 상쇄시킵니다. 아니 희망의 위기가 옵니다. 이때 바울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몸"이 '교회'라고 가르칩니다. 그는 희망이 바로 이 교회에서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입니다. 그러니 교회 안에서 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서로를 위해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한데 이 주장은 더 세월이 흐르면서 논조가 달라집니다. 골로사이서와 에페소서로 이어지면서 그것은 하나의 '신앙 도식'으로 변모합니다. 오늘 읽은 본문처럼 말입니다. 물론 이것은 바울에게서 비롯됩니다. 바울도 예수님이 하느님에 의해 높이 올려지게 되었다고 하고, 모든 권세가 예수님 앞에 무릎꿇게 되리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골로사이서와 에페소서로 갈수록 그 논조가 현저히 추상화됩니다. 그것은 '사건이 없는 말'로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실상 이것은 유다주의의 하느님과 꼭 같습니다. 많은 유다주의 철학자들이 훨씬 정교하게 철학적으로 다듬어 놓은 신조들을 보다 간명하게 반복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컨대 이미 우리 성서 안에서 후기로 올수록, 예수님이 주창한 하느님이 당신 자신이 온몸으로 부인하고자 했던 바로 그 유다주의적 존재의 얼굴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배자의 신, 권력의 후견자일 뿐인 신, 그리고 그에 관한 종교만 남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해체하고자 했던 권위의 상징을 다시금 열망하게 되는 그 패러독스의 내막입니다. 제가 제목으로 잡은 '가족 로망스'란 바로 이런 것을 뜻합니다. 권위의 중심인 아버지를 어느 순간 모독했지만, 권위의 부재로 인한 혼돈을 겪으면서, 또 다시 권위를 갈망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지요. 베스트셀러 소설 {가시고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미 가시고기는 새끼를 낳고는 무책임하게 떠나버리고, 아비 가시고기가 생명을 무릅쓰고 홀로 새끼를 키우다, 장성해 떠나버린 자식 가시고기를 그리며 죽어갑니다. 바로 이런 생태의 가시고기가 의인화된 것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흥미롭게도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이 되었다가,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그것을 완성했다는 지고지순의 신에 관한 신학과 꼭 같은 논리틀입니다. 한데 이 감동적인 소설의 이야기는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지키기 위해 불의에 타협했던, 그리고 이른바 '아이엠에프'를 거치면서 퇴출당하거나 그 위협 아래서 전전긍긍하는 '나약한 아버지'에 관한 현실을 전복시키려 합니다. 그리하여 강한 가부장에 의해 질서가 다시 짜여지는 가족의 복원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독자들은 소설에 감동하면서 무의식 속에서, 강한 권위의 아버지의 복원을 욕망하게 됩니다. 처음에 인용한 유머처럼 오늘날 온갖 조롱거리가 된 교회와 성직자들은 '나약한 아버지'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강한 아버지'로 남아있기를 갈망합니다. 자기 아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세습시키고 싶어하고, 자신의 말에 교회가 일사분란하게 통제되는 것을 꿈꿉니다. 신학교의 학문조차도 마음대로 조율하고 싶어하고, 세상 밖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우월한 위치를 고수하고자 합니다. 반면에 이런 나약함과, 그것을 애써 부정하려는 퇴행성을 비판하는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교회를 만들었고, 열네 해나 꾸려왔습니다. 어느덧 한백은 안정된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결같이 교회의 성서 해석과 예전과 찬송, 그리고 직제를 모독했고, 비아냥댔습니다. 그것과는 다른, 평등한, 대화적인 나눔의 공동체를 구현하기를 바랐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런 비전을 실행하는 데 있어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패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제가 목회자로 있는 지난 7년 동안 한백 식구들의 마음 속에서 과거에 모독했던 권위에 대한 향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극복하고 싶었던 모습이 우리 안에서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있다는 우려인 것입니다. 그것이 괜한 노파심이면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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