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01/22 (03:23) from 211.39.51.206' of 211.39.51.206' | Article Number : 62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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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695 , Lines : 20 |
| 교통 통제 (2002.1.20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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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통제 악마는 다시 아주 높은 산으로 예수를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화려하 모습을 보여 주며 ○ "당신이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하고 말하였다. ― 마태오복음 4장 8~9절 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탔습니다. 시청 앞을 지나는데, 문뜩 별나게 많은 교통경찰들이 도로에 짝 깔려 있었고, 경찰 오토바이 십여 대가 도열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택시 기사는 '귀빈'이 곧 지날 것임을 짐작했고, 교통통제 전에 그곳을 지나칠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물론 한 시가 급한 내 입장에선 훨씬 더한 안도의 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얘기는 자연 자기가 경험했던 교통통제에 관한 얘기로 옮겨갔습니다. 환영객으로 동원됐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불평할 줄 몰랐던 학창 시절 얘기나, 공항에도 도착 안 한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세종로 앞길을 교통통제에 들어간 전두환 정권 시절 얘기 등,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교통통제란 우리에겐 참으로 낯익은 문화였습니다. 아무튼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의 정부가 끝나갈 때가 되도록, 비록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귀빈이 지나갈 때면 그곳 경찰들은 비상 상황에 돌입하고, 교통통제의 관행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교통통제'란 왜 해야할까? 저의 몇 시간을 지배한 생각은 바로 이런 의문이었습니다. 그곳을 지나는 이의 단순한 권위 때문이라면, 독재 정권 시절이라면 모르되, 지금에는 전혀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의 직무가 다른 이의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라는 국민의 동의를 전제하면서 이런 관행은 정당화되었을 듯 합니다. 사람들 각자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분주히 살아가지만, 그들은 사익이 아니라 국민의 공공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일에 종사하는 자들이니 다른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욱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공직자의 업무 일체를 관장하는 고위 공직의 귀빈을 위한 교통통제에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이유겠지요. 그들이 부패한 권력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는 한, 국민은 그들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개인적인 불편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일체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 교통통제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시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통통제의 이유에 관한 수긍할만한 근거를 억지로 생각해내다 불연듯, 며칠 전 대학 동기동창생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한 친구는 아버지로서 자신의 아들을 조기유학시킬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는 아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아들에게 있을 법한 일체의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 그는 아들의 인생에서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한 일종의 교통통제를 기획하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선택이 조기유학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은 이것은 별난 사람의 별난 꿈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부모들이 실제로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자식을 위해 자신이 어떤 희생을 해야할지를 각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른바 영어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혀를 수술시키는 부모의 광기를 낳는 근거일 겁니다. 시행착오 없는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없애 주기 위해서..., 이른바 교통통제! 도처에서 이런 유의 교통통제 의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장애물을 제거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문화입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며, 남보다 빨리 남보다 큰 것을 성취하는 것을 존중하는 문화입니다. 이것은 세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경쟁의 정글 속으로 급속도로 편입되어간다는, 세계화의 현실에 대한 미래학적인 진단에 힘입어서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회학자의 한 사람인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적 근대 사회가 이러한 효과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통해 '더 많은' 발전을 이룩했고 그리하여 인류에게 많은 이익을 부여하였음에도 동시에 바로 그것 때문에 세계는 암울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경쟁 사회의 승자들을 '가슴이 차가운 관료들'이라고 묘사하였습니다.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 이들을 지배자로 만드는 세상에 대한 따가운 문명비평인 것입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교통통제 문화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곳을 장애물 없이 통과하는 귀빈은, 장애물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인식을 품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교통통제는 모든 사람이 매일매일 겪는, 그리하여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만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일상적 현실로부터 그들을 차단합니다. 자식을 경쟁사회의 승자로 만들려는 부모의 욕망은, 그 시행착오가 제거된 인생을 선물해주고픈 부모의 교통통제 욕구는 자식에게 인생은 승리해서 남을 누르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관계를 통해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방법을 강조하는 효율성 문화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관한 생각을 마비시키는 악마의 유혹입니다. 광야에서 예수님을 시험한 악마의 유혹의 요체는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영웅적인 능력을, 남보다 탁월한 권위를 통해서 무엇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 보다 빠르게, 보다 손쉽게 세상을, 세상의 논리를 이겨보겠다는 욕망, 장애물 없는 대로를 달리는 왕의 마차에 올라타려는 욕망. 이것이 악마가 유혹한 내용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실천은 바로 이러한 유혹을 넘음으로써 시작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의 신앙과 삶은 바로 이런 문명의 유혹에 순순히 동조하지 않으려는 저항의 몸짓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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