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02/04 (02:51) from 210.219.98.99' of 210.219.98.99' | Article Number : 63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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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2672 , Lines : 23 |
| 니케아 히스토리(2002.2.3하늘뜻나누기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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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아 히스토리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으면서도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서로 믿고 있으며 또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으로 넘쳐 있습니다. (베드로 전서 1장 8절) -------------------------------------------------------------------------- 하느님의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거룩한 전쟁을 선포했던 미 대통령 조지 부시는 지난달 29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이란·이라크 등을 '악의 축'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미국 정권에서는 이른바 '깡패 국가'로 분류됐던 나라들입니다. 얼른 보아도 부시의 표현 속엔 그리스도교적인 냄새가 깊이 스며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인 그리스도 교회는 부시 정부의 주요 지지자들이며, 그 또한 이런 교회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가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이 안겨준 기회일 수 있었던 지구적인 반전 평화의 분위기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지난 10여 년 동안의 상황에서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좀더 광적이고 좀더 폭력적입니다. 오직 힘에 의존하는 모습이며, 일체의 대화와 타협을 무시하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고이즈미 현상'은 바로 그 단적인 사례입니다. 한국계 일본인인 한 연구자에 의하면, 그것은 냉전적 이데올로기의 대립 전선이 해체된 이후 겪게된 혼란을 광적인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미국, 그리고 그 동반자인 서유럽과 일본, 이러한 도식이 해체되면서 정체성의 혼란과 세계 질서관의 붕괴가 초래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안정된 질서관,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빠르게 구축하려는 운동이 일어납니다. 여기에서 원리주의적 태도가 만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종교는 이러한 운동의 가장 훌륭한 파트너임에 분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의 근거라는 것이지요. 이 학자는 이런 맥락에서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프로젝트를 '내셔널 히스토리' 만들기로 설명합니다. '스토리', 즉 '이야기'란 기억을 표현하는 언술을 말합니다. 가령 복음서가 그런 예입니다. 한데 적어도 우리는 네 가지 다른 예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이야기란 단지 하나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여러 기억들'인 것입니다. 반면에 '히스토리'란 여러 이야기들이 하나로 된, '단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다른 것은 더 이상 기억의 재현이 아닙니다. 단지 하나의 이야기만이 기억을 대표합니다. 다른 것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기억이며,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히스토리는 다른 기억을 억압하고 제거하는 운동을 동반합니다. 수많은 예수전들이 정전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부정된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성서는 예수전의 다른 네 가지 판본을 담고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히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라마지 않는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와 과거에 대한 해석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하여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집니다. 이때 그 연결은 필연적 과정이라고 해석됩니다. 이것이 바로 히스토리의 특성입니다. 저는 여기서 그리스도교의 히스토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교회, 그리고 종말의 때에 도래할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그리스도교의 히스토리입니다. 이것이 히스토리인 것은 다른 흐름은 모두 거짓된 것이고 단지 이 흐름만이 유일하게 올바르다고 주장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교회 말고, 다른 유의 예수 운동의 승계 방식이 모두 거짓된, 이단적인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교회주의적 해석에서 결정적인 계기점이 바로 니케아 공의회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제국의 종교로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로마 황제의 주간으로 주후 325년 제국의 주교들이 니케아 시에 모여서 벌인 최초의 전 세계적 교회회의가 니케아 공의회입니다. 이 회의의 취지는 그리스도에게 성부 하느님이 일시적으로 현현한 것이냐 아니면 본래 그 둘은 하나인 본질이냐를 둘러싼 교회 분쟁을 조정하려는 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도신조'가 만들어집니다. 성부 하느님과 성자 하느님은 '동일본질체'라는 결의를 명시한 신조입니다. 그리고 분쟁은 한 편의 일방적인 승리로 귀결됩니다. 그것은 황제의 비호를 받는 교회 권력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사도신조의 동일본질론은 '신적 존재인 인간'으로 추앙되어왔던 로마 황제 담론과 동일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즉 동요하는 제국 이데올로기를 대체하기에 적합한 담론이 그리스도교의 신학 논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니케아 공의회는 사도신조로 대표되는 니케아 히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회의 내내 황제의 극진한 대접을 받던 주교들은 황제의 화려한 축하 잔치에 초대되었고 커다란 선물을 받으며 돌아갔습니다. 그 시기를 전후해서 교회는 전례 없이 많은 특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과거 박해 시절 빼앗긴 재산을 되찾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교도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교회의 재산으로 귀속시키게 됩니다. 교회가 사법권을 가진 특권적 법익체로 부상하게 되고, 제국의 주요한 관직에 임용되기까지 합니다. 그리하여 326년 이후 교회는 로마 제국의 가장 확고한 결사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탈냉전시대 미국의 재질서화에 관여되어 있는 교회, 권력과 결탁한 교회의 기름기 흐르는 그 얼굴은 바로 니케아 히스토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결탁하여, 안팎으로 타자를 배제하는 존재, 그것은 니케아 히스토리의 산물인 것입니다. 교회는 이런 태생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한데 교회가 이렇게 타자를 공격하고 배제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그러한 교회를 떠나 불모의 땅 사막으로 탈주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도시의 밖이며, 제국 권력의 외부입니다. 니케아 히스토리가 표상하는 신의 영토를 벗어난 공간입니다. 이들 은둔자들은 그렇기에 제국의 담론 외부에서 제국을 볼 수 있는 소수의 그리스도교도들이며, 교회의 논리 외부에서 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신자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제국의 진리, 교회의 진리에 세뇌되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교회의 눈에는 그리스도를 보지 못한 자들이지만, 진정 그리스도를 사랑한 자들이고, 이웃을 받아들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권력의 즐거움이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것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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