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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4 (11:35) from 80.139.158.227' of 80.139.158.227' Article Number :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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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수리철학의 흐름


『 20세기 수리철학의 흐름 』 박창균(서경대학교 교수)

1. 들어가는 말

"1+1은 왜 2가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 그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험론자 Mill에게 있 어서 1+1=2와 같은 공식은 어떤 공리적인 접근이 요구되기보다는 인간의 감각을 일반화한 것에 불과하다. 실용주의자였던 Dewey에게 "1+1=2는 참인가?"라고 묻 는다면 망치(도구)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묻는 것과 같은 부적절한 질문이라는 답 변을 얻을 것이다. 수학자는 그가 수행하는 수학적 작업에서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수학에 대한 어떠한 관점(perspective)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학적 대상들 - 수, 함수, 다양체 등 - 은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인 식주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 정신내의 구성물에 불과한가? 만 약 수학적 대상들이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처럼 존재한다면 수학자의 작업은 그 영역에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되고, 수학자의 인식 내에서 구성되는 것이라면 '창조'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면 "이 수학적 대상들은 어떻게 발견되 어지는가?" 혹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는가?" "무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가?" "수학적 진리란 무엇인가?" "왜 순수수학은 물리학에 응용될 수 있는가?" " 수학에서 사용하는 논리는 반드시 연역적이어야만 하는가?" "컴퓨터를 이용한 증명을 인정할 것인가?" 등의 물음을 수리철학은 묻는다. 환언하면 수리철학 은 수학의 존재론적 문제, 인식론적 문제, 수학적 진리의 문제, 수학과 다른 학문과의 관계, 수학의 문화사적 의의 등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수학기초론과 수리철학을 구별없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수학기 초론을 어떤 확실한 토대 위에 수학을 구축하려는 입장으로 제한하고, 수리철학 은 수학에 '대한' 체계적인 모든 이론을 포섭하는 보다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취급한다. 즉 수리철학은, 수학기초론은 물론, 수학의 토대를 세우기가 불가능하 거나 온당치 못하다고 거부하는 '반토대주의'를 망라한 포괄적인 영역을 지칭한 다고 전제한다.

인간이 유아기를 지나면서 점차로 자의식이 발달하고 인생의 의미를 놓고 고 뇌하게 되듯이 수리철학은 수학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수학의 본질적인 측면을 점검해보고 수학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견해를 살펴보는 일이 수학자체를 연 구하거나 수학을 교육하는데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왜냐하 면 어떠한 수리철학적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수학을 연구하는 태도와 이해하 는 방식, 그리고 수학을 가르치는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 학자나 수학교육학자들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있는 자신들의 입장을 '상대화' 시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는 창의적인 연구와 교육에 매우 긴요한 함축을 가진다. 따라서 수학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전문적인 수리 철학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리철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20세기 수리철학은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수학의 기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인 20세기 초로부터 G del의 불완전성 정리가 발표된 30 여년간을 전기로 하고, 후기를 실재론과 반실재론의 대립과 새로운 수리철학이 대두된 최근 30여년간의 기간이라 한다면, 본고는 이미 잘 알려진 전기의 수학 기초론 보다는 후기를 중심으로 오늘날 활발하게 논의되는 수학에 대한 입장들 을 소개하려고 하며 '새로운' 수리철학의 특징을 살펴볼 예정이다.

2. 수학기초론의 대두와 전개

19세기에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등장은 가장 확실하고 학문의 전형으로 일컬 어지는 기하학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비단 수학에서만 아니라 학문전반에 지적인 충격이 컸다. 수학자들은 수학의 기초를 기하학에 두기가 불안했다. 그래 서 산술에 수학의 기초를 두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무한집합이 도입되었고 집 합론은 모든 수학을 통일적 관점에서 분석하리라고 기대되었었다. 그것은 집합론 이 가진 일반성과 포괄성 때문이었는데 Fraenkel은 집합론의 발견을 천문학의 Copernicus의 지동설과 물리학에서의 상대성이론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일련의 역설들 - Burali Forti의 역설(1897), Cantor역설(1899), Russell의 역설(1903)등 - 이 발생하면서 집합론은 물론 수학전체의 기초가 흔 들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흔들리는 기초를 확실한 토대 위에 세움으로 써 수학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나타난 학파가 Frege와 Russell로 대표되는 논 리주의와 Brouwer의 직관주의 그리고 Hilbert의 형식주의이다. 이 세 학파는 또 약간의 입장 차이로 세분되기도 하지만 20세기 전반을 주도했던 수학에 대한 서로 상이한 입장을 대변했다.

논리주의는 흔들리는 수학을 논리학의 기초 위에 세우려했다. 그러나 수학을 논리학으로 환원시키려는 그들의 시도는 논리학의 발전은 가져왔는지 모르나 목 표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Russell이 채용한 공리 속에 논리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직관주의는 논리주의에 반대하였으며 수학의 근거와 본질은 직관에 있다고 주장한다. 수학적 대상은 자연수로부터 유한단계 내에 구성되는 것만 의미가 있다고 간주한다. 또한 배중률의 무제한적 적용에 반대했다. 논리주의가 역설의 해결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면 직관주의는 역설의 포기를 통해 문제를 극복하려 했다고 할 수 있다.

Hilbert의 형식주의는 수학을 형식화된 체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한다. 일련 의 부호들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여 그 체계의 정리를 만들어 내는가에 주목하 지 그 부호들이 가지는 의미와 표현하는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형식주의자에 게 있어서 수학의 체계는 하나의 형식체계이다. 이 형식체계의 무모순성 증명이 최대의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학의 토대 만들기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논리주의 프로 그램은 수학이 논리로 환원되기에는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일찍 실패로 판명 되었고, 컴퓨터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조명을 받기도 하지만 직관주의는 수학 을 축소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많은 학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G del의 불완전성 정리[1931]는 형식주의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G del의 불완전성 정리이후 수리논리학의 주요관심은 메 타수학의 문제로 집중되었다. 즉 계산가능성(computability)이나 결 정불가능성(undecidability)의 문제, 공리체계의 모델에 관한 연구 등이 수리논 리학의 새로운 주제로 부상된 것이다.

수학기초론의 세 학파들은 비록 수학의 기초 만들기라는 원대한 꿈은 사라 졌지만 자체 변신을 시도하여 명맥을 유지하려 했다. 특히 이중에서 일찍 실패 로 판명된 논리주의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규약주의(conventionalism)로 피신하기 도 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에 활발했던 토대론적 논의가 G del의 불완전성 정리에 의해 일단락이 된 후 수리철학은 표면상 잠복기에 들어간다. 그들은 '거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무기력함을 실감했는지도 모른다. 20세기 수리논리학 의 이상이었던 논리적 환원가능성과 형식체계의 완전성, 그리고 모든 정리의 결정 가능성이 좌절됨으로써 오는 후유증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수리철학이 진공상태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 에 수학이 등장한 이래 많은 사람들이 가져왔던 수학에 대한 일종의 '믿음' 인 플라톤주의(Platonism)마저 소멸해 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플라톤주의는 수학적 대상들은 감각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이며 시공을 초 월하여 인식주체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존재자들은 창조되 거나 소멸되지 않고 불변한다. 수, 집합, 함수, 무한차원 다양체, 공간을 채우는 곡선 등의 수학적 존재자들은 '플라톤 세계'의 주민이다. 따라서 플라톤주의 내에서 수학적 활동은 이미 존 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이 플라톤주의자 로 추정되고 오늘날도 많은 수학자들은 공개적으로는 형식주의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플라톤주의자라고 여겨지고 있다. Cantor도 플라톤주의자이며 논리주의자들은 거의 모두 플라톤주의자였고 G del도 그러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하던 전통적인 수리철학은 1970년을 전후하여 바로 이 플라톤주의 에 대한 Benacerraf의 비판을 계기로 다시 논쟁이 활발해졌다.

Benacerraf의 비판은 두 갈래에서 제기되었다. 하나는 존재론적이고, 다른 하나 는 인식론적이었다. 플라톤주의의 존재론적 비판은 수학적 대상들이 모두 집 합으로 가능하다면 수들도 집합이며 어떤 특정집합이어야 하는데 공리체계에 따 라 서로 다른 집합이 제시되므로 어느 것을 그 수로 보아야 하는가? 라는 것이 다. 예를 들어 수 3을 { , { }, { , { }}}로 보면 원소가 세 개인데 반해 {{{ }} }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인식론적 비판은 추상적 존재자들은 인과적 효력을 갖지 않는데 어떻게 인 식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반응은 소위 실재론과 반 실재론으로 불려지는 입장으로 크게 구별된다. G del은 '수학적 직관'이라는 특 수한 지각을 주장했지만 실재론자들은 가급적 보통의 인지능력으로 어떻게 플라 톤주의를 방어하느냐에 골몰했다. Maddy, Resnik, Shapiro등은 플라톤주의를 보완하여 지지하려는 실재론적 입장이고 Chihara와 Field는 대표적인 반실재론 자들로서 플라톤주의를 대항한다.

Maddy의 플라톤주의를 보완하는 방식은 수를 집합의 속성으로 취급함으로 써 존재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수학적 대상들을 오관과 접촉하는 수준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인식론적 문제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Maddy는 달걀 세 개가 담긴 바구니로부터 달걀 세 개의 집합을 지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러한 Maddy의 입장을 '집합론적 실재론'이라 부른다. Shapiro, Resnik 등에 의해 주도된 '수학적 구조주의'는 수학적 대상을 구조의 일부로 이해하고, 구조에 대한 지식은 추상과 패턴인지에 의해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플라톤주의의 수정을 모색한다. 그러나 Chihara의 구성주의 (constructivism)는 플라톤주의에 반대하며 고전수학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한 다. 직관주의와 마찬가지로 고전수학의 존재에 관한 정리들이 형이상학적이라 고 비판하고 이를 배제하려고 하며 존재적 정리를 구성가능성 (constructibility)정리로 대치하기를 주장하는데 직관주의보다 훨씬 더 강하게 주 문한다. 한편 Field의 허구주의(fictionalism)는 추상적인 수학적 대상들은 현실적 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플라톤주의가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정된 플라톤주의로는 안되고 허구주의만이 참다운 대안이라 고 강조한다.

이상의 논의들은 20세기 전반의 수학기초론의 논의를 계속하여 수학의 토대를 문제시하는 연구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3. '새로운'수리철학

집합론적 실재론이나 구조주의, 구성주의, 허구주의는 모두 수학의 토대론적인 연구의 맥락 속에서 논의되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토대를 중심으로 하는 논의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수학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가? 라고 반문하며 실제 수학자들의 '실천(practice)'에 초점을 맞추는 수리철학이 형 성되었는데 이러한 사조의 배경에는 Kuhn, Polanyi, Feyerabend 등에 의해 제시된 '새로운' 과학철학의 등장으로 인한 과학관의 변화도 작용했다.

Lakatos는 수학에 익숙한 철학자로서 Popper의 과학적 인식론을 수리철학 에 적용했다. Lakatos는 그의 저서 『Proofs and Refutations』에서 역사에 기초 하여 수학도 자연과학과 같이 오류가능하고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수학적 지식이 비판과 수정을 통해 성장함을 보여준다. 그는 같은 책에서 증명은 단순 히 기계적 과정이 아니라 추측을 설득력 있게 하는 정당화이며 반례의 압력에서 더욱 상세하고 정밀해진다고 했다. Lakatos의 견해는 더욱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형식주의는 수학의 성장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는 비판 은 수긍할만하다. 결국 Lakatos는 수학의 형식적인 모형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음을 깨닫고 형식적 공리 속에 화석화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서 성장하는 수 학의 모습을 제시하려 했다(3).

한편 Kitcher는 『The Nature of Mathe- matical Knowledge』이라는 저 서에서 Kuhn의 '전문분야 행렬(disciplinary matrix)'을 원용하여 수학적 실천 (mathematical practice)을 제안했다. Kitcher는 Kuhn의 입장에 서서 수학사를 '수학적 실천'의 발전으로 보았다(6). 이 '수학적 실천'은 5개의 요소로 구성되 어있는데 이 5개의 요소는 서로 구별되면서도 상호관련을 가진다. '실천'을 위한 5개의 요소는 인데 이때 L은 '실천'의 언어이고 M은 초수 학적 견해의 집합, Q는 수용된 질문들의 집합, R은 수용된 추론들의 집합, S 는 수용된 진술들의 집합을 각각 나타낸다. 수학적 지식의 성장을 설명하는 문제는 가 으로 바뀌는 것에 대한 이 해의 문제이고 Kitcher는 수학적 변화의 5개의 중요한 패턴을 다음과 같이 소개 하고 있다.

(ⅰ) 질의 - 응답형(question - answering) :

→으로 표시할 수 있으며 M은 그대 로 유지되고 나머지 요소인 L, Q, R, S는 변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수학 공동 체에 의해 중요하다고 인식되어진 질문에 대한 응답을 제공하기 위한 참신한 방 법이 '수학적 실천'의 광범위한 수정을 수반할 때 나타난다. 이때 특기할 것은 잘못 이해된 언어나 진술, 엄밀하지 않은 추론은 질문에 대한 응답의 중요성 때문에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Newton 과 Leibniz의 미적분학이 그 기초가 엄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 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발달했음은 이러한 유형의 예라고 할 수 있다.

(ⅱ) 질문 - 생성형(question - generation) :

→ 로 표시할 수 있다. 즉, 언어 L이 L′으로 확장됨에 따라 새로운 질문 Q′을 생성하게 된다. 예를 들면 복소수의 기호가 소개되었을 때 실수에서와 같이 복소수에 로그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생성되었다.

(ⅲ) 일반화 (generalization) :

사소한 (trivial) 일반화와 설명적(explanatory) 일반화로 나눌 수 있으며 후자는 어떤 조건을 완화하여, 일반화되기 전의 중요한 결과들을 유지해야 된 다는 점에서 어려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퍼지집합은 보통집합의 일반화로 이해할 수 있는데 퍼지집합은 보통집합의 중요한 성질들을 유지하고 보 통집합은 퍼지집합의 특수한 예로서 간주될 수 있다.

(ⅳ) 엄밀화 (rigorization) :

'수학적 실천'의 엄밀하지 않은 부분이 엄밀하게 된다면 수용된 추론의 집합 R이 변하고 새로운 언어 L′과 새로운 진술 S′이 소개된다. Cauchy와 Abel의 무한 급수의 수렴에 대한 개념소개에서와 같이 중요한 문제들이 추론 기법과 언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조사 없이는 풀리지 않을 때, 엄밀화는 수학 적 지식의 확장으로 이르게 한다.

(ⅴ) 체계화 (systematization) :

두 종류의 체계화를 생각할 수 있는데 '공리화에 의한 체계화'는 적은 수 의 '기초원리'로부터 많은 진술들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공리들과 새로운 정 의 그리고 새로운 증명을 소개함으로써 이루어지고, '개념화에 의한 체계화'는 전 에는 다양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결과들 사이에 있는 유사성을 드러내도록 혹은 어떤 추론기법의 공통된 특질을 보여주도록 수학적 언어를 조절하는 데에 있다.

Kitcher와 관련하여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엄밀성과 관련된 합리적이라 는 개념이다. Kitcher는 Newton 추종자들이 Berkeley의 공격에 귀를 기울여 Calculus를 엄밀한 용어로 정당화하려고 노력했던데 반하여 18세기의 Leibniz 추종자들이 엄밀성은 제쳐두고 이론의 적용을 추구했던 것에 대해서, 이러한 Leibniz 추종자들의 엄밀성에 대한 '무시'가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Kitcher의 견해가 수학적 지식의 사회적인 성격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었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으나 해박한 수학적, 철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수학지식의 변화와 그 패턴 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더욱 급진적으로 수학에 대한 견해를 표시한 사람도 있는데 Goodman같은 이는 수학이 선험적인 학문이라는 종래의 지배적인 견해를 거부하고 수학도 자 연과학적(경험과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복소수와 전자는 존재론 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자나 이상기체등 자연과학의 이론을 구성하는 존재자들은 인간이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알 수 있으며 또한 일정한 조건아래서 상정되듯이 수학적 존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다.

이러한 최근 수리철학자들이 표출하고 있는 수학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가지 는 특징을 오늘날 지도적인 수리철학자의 한 사람인 Hersh는 다음과 같이 정리 한다(4).

1) 수학은 '인간적'이다. 수학은 인간문화의 한 부분이고 문화와 조화한다. (Frege식의 추상적이고 시간에 매이지 않는 객관적 존재가 아니다.) 2) 수학적 지식은 오류 가능하다. (과학처럼 오류를 수정하고 재수정함으로써 진보한다. 3) 시간과 장소와 다른 어떤 것에 따라 증명이나 엄밀성에 상이한 해석이 존 재한다. 증명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엄밀성에 대한 전통적이 아닌 해석이다. 4) 경험적 증거와 수치적 실험, 확률적 증명도 수학에서 믿어야 할 것을 결정 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만이 항상 필수적으로 결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5) 수학적 대상들은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존재의 한 특수한 종류이다. 이러한 수학관의 획기적인 변화는 20세기 후반에 이성의 절대성과 자아의 명증성, 언어의 도구성등을 비판하고 과학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거부하는 서구 철학의 '반데카르트'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실제 과학사에 근거하는

역사적 접근이 새로운 과학철학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수리철학도 ' 수학사적 경향'을 나타내는데 이는 수학자들의 실천을 중시하는 현대수리철학의 당연한 귀결이다.

4. 맺는 말

수학의 기초에 관한 논쟁은 Quine(12)의 주장대로 중세 보편논쟁이 다른 형 식으로 표출된 것에 불과한지 모른다. 그리고 인식론적으로도 이성주의와 경험 주의의 대립이 수리철학에서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수리 철학적 논쟁은 수학만이 고립되어 치룬다기 보다는 문화전반의 경향과 관련을 맺으며 이루어지 고 있다. 엄밀화를 추구하기전의 수학은 다소 실용적이고 경험적으로 정당화가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었으나 엄밀하게 공리화된 후에는 선험적이고 이성적인 쪽 으로 기울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요즈음은 경험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결국 어느 한쪽이 일 방적으로 수학의 본질적 측면을 독점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진다.

수학이 인간이 가진 가장 확실한 지식으로, 학문의 모범과 이상으로서의 영광 스러운 지위를 구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수리철학은 수학도 오류 가능하며 경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수학자들은 수학이 가져왔던 엄밀한 학문으로서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위가 손상되었다고 해서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자존심을 상해할 필요가 없다. 수학만이 아니라 지식전반 이 '상대주의'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들이 모 두 수학의 어떤 측면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오히려 그것들을 전 향적으로 받아들여 내일을 위한 디딤돌로 삼는 지혜와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수리철학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 수리철학이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갖지 않 는다면 그것은 공허한 관념의 유희일 뿐이다. 얼마나 수리철학이 우리에게 중요 한지를 교육과정 개편의 예를 통하여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대학교육개혁 이 이루어지면서 수학을 필수과목에서 제외하려는 일부의 움직임이 있는데 이러 한 문제에는 수학자가 보는 수학이 아니라 수학자가 아닌 사람 혹은 일반인이 보는 수학에 대한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한 인식은 수학교육을 받으며 형성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수학에 대한 이해가 입시에 그저 필요하다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정책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학이 왜 필요하고 어떠한 성격의 학문인지를 규명하고,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수학 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데 있어서 수리철학은 필요하고 또 대응논리를 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세기 수리철학은 금세기 초 수학의 기초를 확립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하여 20세기 후반에 이르러는 기초론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수학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표출하게 되는 수리철학의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 이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수리철학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를 예측하는 일과 연관된다. 현재로서는 수리철학이 가까운 장래에 획기적으로 어느 한 관점으로 수렴하기보다는 다양 성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 4색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성과를 거 둔 컴퓨터의 사용은 수리철학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어 왔는데 앞으로도 그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수학연구와 수학교육에 그 영향력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 된다. 그러할 경우 성능이 향상된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이 수행하는 증명을 얼마나 대치할 것인지? 이 때 수학자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될 것이며 컴퓨터의 한계는 무엇인지를 수리철학은 심각하게 묻게 될 것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수학을 문화라는 거대한 토양에서 만들어진 화원으로 생각한다면 이 화원에 있는 꽃들이 모두 동일한 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수학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며 수학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것임을 현대 수리철학은 말하고 있다. 만약 수학이 그렇게 단조롭다면 애써서 탐구할 가치는 어쩌면 반감될지 모른다. 즉 오늘날 수리철학은 수학이라는 '화원' 에 있는 많은 종류의 꽃들이 색이 모두 같다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며 화 원을 특정 색의 꽃만 자라는 부분으로 축소시킨 것이라고 보고, 여러 가지 색이 형형색색 피어나는 꽃들의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따라서 화원의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 수학자들은 현재의 수리철학을 긍정적으로 보고 거름을 주고 가꾸되 단지 잡초를 뽑아내는 작업은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다.

[참고문헌]

(1) Chihara, Charles S.(1990), Constructib ility and Mathematical Existence, Clarendon Press, Oxford.

(2) Clouser, Roy A.(1991), The Myth of Religious Neutrality,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Notre Dame.

(3) Davis, Philip J. & Hersh, Reuben (1981), The Mathematical Experience, Houghton Mifflin Company, Boston.

(4) Hersh, Reuben (1995), Fresh Breezes in the philosophy of Mathematics, AMM Vol.102, No.7, Aug-Sep, pp.589-594.

(5) Field, Hartry(1980), Science unithout Numbers, Princeton University Press, Princeton.

(6) Kitcher, Philip (1984), The Nature of Mathematical Knowledge, Oxford University Press.

(7) Machover, Moshe(1983), "Towards a New Philosophy of Mathematics," Brit J. Phil. Sci.34 (1983), pp.1-11.

(8) Maddy, Panelope(1990), Realism in Mathematics, Clarendon Press, Oxford.

(9) Resnik, M.(1981), "Mathematics as a Science of Patterns: Ontology and Reference," Nous 15(1981), pp.529-550.

(10) Shapiro, S.(1989), "Structure and Ontology," Philosophical Topics, 17(1989), pp.145-171.

(11) Tymoczko, Thomas(ed.) (1986),New Directions in the Philosophy of Mathematics, Birkh user.

(12) Quine, W.V.O.(1963), "On What There Is," rp. in From a Logical Point of View, Harpert Row.


in 대한수학회 뉴스레터 논단[제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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