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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학논문은행에 대하여

2004/07/22 (00:35) from 80.139.178.23' of 80.139.178.23' Article Number :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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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산책 - 과학과 근대세계




과학과 근대세계

김준섭 옮김, 을유문화사, 1993.
 


러셀의 자서전에서도 화이트헤드와 만날 수 있다. 러셀이 캠브리지에 입학했을 때 화이트헤드의 수학 강의에 참여했는데, 당시 화이트헤드는 러셀에게 "자네는 다음 시간에 배울 것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네. 자네의 입학 시험 답안을 보니 이미 잘 알고 있더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화이트헤드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씨름하는 동안 러셀이 가까이 갔으나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인기척을 도무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경외감을 품고 물러섰다는 일화도 볼 수 있다.

유명한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지만, 러셀은 화이트헤드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부터 전개한 철학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화이트헤드가 부쩍 종교적인 성향을 나타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서는 이미 출간되어 있는 관련 서적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연세대 철학과 오영환 선생이 화이트헤드 원전을 책임있게 번역하고 연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여하튼, 비평가 허버트 리드는 화이트헤드의 이 책을 가리켜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이래 과학 및 철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다분히 과장 섞인 찬사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상실하지 않을 명저 중의 명저임이 틀림없다. 본래 하바드 대학에서 행한 로웰 강좌의 내용에 바탕을 둔 책인데, 화이트헤드의 대부분의 저서가 그 난해함으로 독자들을 괴롭히는 것에 비해서 이 책은 비교적 평이하다. 화이트헤드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다름 아닌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형이상학 체계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는 책이면서, 동시에 과학에 주안점을 둔 서구 근대 사상사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서구 근대 과학의 기원으로부터 시작된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서구 세계의 16세기는 기독교 교회가 분열되고 근대 과학이 시작된 시대였다. 즉, 종교 개혁과 과학 혁명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종교 개혁은 어떤 의미에서 가톨릭 교회 이전의 기독교 본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었던 것에 비해서, 과학 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학문 체계를 탄생시킨 움직임이었다. 16세기 중후반의 갈릴레오, 케플러에서부터 18세기 초의 아이작 뉴턴에 이르는 시기에 걸쳐, 과학 지식은 비약적인 진보를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이러한 과학 지식의 진보는 모든 자연 현상을 기계론적, 유물론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을 낳고 말았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적인 법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독단적인 태도를 낳았다는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러서도 원자설, 세포설, 에너지 보존 법칙, 진화론 등의 발견이 그 이전 시대의 과학적 성취에 바탕을 두고 속속 이루어졌다. 그러나 화이트헤드가 보기에, 19세기의 그러한 발전은 오히려 기계론적 유물론의 기반을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에너지는 단순한 물질이 아닌 유기체의 작용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며, 진화도 자연의 기본 요소로서 유기체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이에 따라, 오랜 동안 자연 과학을 지배해왔던 기계론적 유물론의 대안으로 유기체 개념이 대두되기에 이르렀다고 본다. 바꾸어 말하면, 유기체 또는 생명체를 더 이상 원자나 그 밖의 물질 요소의 기계적인 결합체로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이전의 과학에서라면 사람도 여러 부속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적인 물질에 불과하겠지만, 19세기 이후의 과학에서는 고도로 복잡한 유기체로 간주되어야 하는 셈이다.

어떤 의미에서 화이트헤드는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의 원인을 기계론적 유물론에서 찾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여러 세대를 통해서 유물론적 측면에만 전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결과는 바로, 생존 경쟁, 분쟁, 계급 투쟁, 국가 간의 대립, 전쟁 등과 같은 크나큰 불행이었다. 이에 비하여 상부상조하도록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기체는 번창한다. '(번역서 p.271)  화이트헤드는 이상과 같은 내용을 근대 과학의 기원, 사상사의 한 요소로서의 수학, 천재의 세기, 18세기, 낭만주의적 반동, 19세기, 상대성 원리, 양자론, 과학과 철학, 추상, 신, 종교와 과학, 사회 발전의 요소 등 모두 13장에 걸쳐서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과학사의 중요한 발견과 업적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지막 장 '사회 발전의 요소'는 자연 과학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현대 학문 및 교육의 전반적인 위기를 논하는 내용이다.

사실 화이트헤드 철학 전반을 유기체 철학이라는 말로 규정하곤 하는데, 그의 철학은 특히 1960년대 이후 서구 세계가 자신의 전통에 대해서 심각하게 반성하면서 사상적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을 때, 새롭게 조명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동양 사상과의 비교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기도 했고, 이른바 '과정 철학', '신과학 운동' 등과 밀접히 연관을 맺기도 했다.

오영환 선생이 번역한 '과정과 실재'를 읽다가 두 손들고 말았던 경험이 있는 독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화이트헤드의 저술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고안한 새로운 개념으로 논지를 전개한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새로운 술어를 창안한다는 것이 전적인 무에서 유의 창조와는 다른 것이어서, 어느 정도까지는 전통적인 술어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화이트헤드의 저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양 철학(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탄탄한 과학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다행히도 이 책은 약간의 과학사 지식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과정과 실재'를 읽을 때와는 달리 대부분 '무사히'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상 깊은 대목은 근대 과학 관련 부분이 아닌 제13장 '사회발전의 요소' 부분이었다. 특히 보편적 교양인, 전방위적 지식인의 이상이 사라지고 세분화된 전문 분야 지식의 습득이 강조되는 현대 학문 및 교육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대목이다. 그 일부. (pp.259~262의 일부.)

"현대가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특정한 사상 영역을 전공하면서 그 전공 영역 내의 지식을 점차로 증대시켜 가는 전문가의 양성 방법이 고안되었다는 점이다......(중략)......현대의 화학자는 동물학 방면을 소홀히 하는 것 같고, '엘리자베스 시대'의 연극에 대한 지식이 더욱 박약해진 것 같고, 영시 작법상의 운율의 원리에 전혀 무지한 것 같다. 고대사에 대한 지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기술자나 수학자나 고전학자의 경우도 화학자의 경우와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들에게 유용한 지식이란 전문 지식이며, 이것은 이에 속하는 유용한 주제에 정통한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러한 상황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틀에 박힌 정신을 낳는다. 각 전문 분야는 진보하지만, 이 진보는 자신만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문화되는 것은 추상화되는 것을 가리킨다. 틀은 폭넓은 영역을 정신에 제공하지 못하며, 추상은 사전에 우리의 주의를 끌지 않는 것을 배제한다.......(중략).....

지식의 전문화가 야기하는 폐단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히 심각하다. 이성의 지도력은 약해지고 지도적 입장에 있는 지식인들은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 상황의 어느 일면만을 보고 좀처럼 양면을 보지 못한다. 요컨대 사회가 전문적인 여러 분야에서는 훌륭하게 기능하고 진보해 가지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지니지 못한다. 세부적인 것에 편중된 진보는 통합의 기능이 미약한 데서 오는 갖가지 위험을 증대시킨다."

이 부분을 읽으면 화이트헤드의 1932년도 저작 The Aims of Education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 책 역시 미래를 내다 보는 혜안이 번뜩이는 그런 책이다. 그 국역판은 1960년에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고. (유형진 옮김, 단기 4293년 발행) 최근 국내 모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미권 철학계에서는 어디까지나 '수학 원리'의 저자로서 남아있고, 그의 후기 철학 사상은 '위대한 이단아' 정도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형이상학적 본능'이랄까, 그런 것이 사리지지 않는 한, 화이트헤드의 철학은 언젠가는 그 계승자들을 적지 않게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화이트헤드의 저서 번역판 및 관련 저서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출간되어 있다. (이하 무순.)

"이성의 기능", 정연홍 역, 이문출판사, 1988. "이성의 기능", 김용옥 역, 통나무, 1998. "상대성 원리", 이문출판사, 1998. "자연 인식의 원리", 이문출판사, 1998. "관념의 모험", 한길사, 1997. "종교론", 류기종 역, 종로서적, 1993. "화이트헤드의 수학 에세이", 청음사, 1993. "수학의 이해", 조인호 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1990. "상징 작용", 정연홍 옮김, 서광사, 1989. "열린사고와 철학", 오영환, 문창옥 옮김, 고려원, 1992. "화이트헤드 철학의 이해", 안형관 지음, 이문출판사, 1988. "화이트헤드의 철학과 신학", R.멜러트 저, 김상일 역, 지식산업사, 1989. "화이트헤드와 동양철학", 김상일 저, 서광사, 1993.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입문", 강성도 저, 조명문화사, 1992.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이해", 문창옥 저, 통나무, 1999.

한편 여기에 소개한 "과학과 근대세계"는 1974년에 오영환 선생의 번역으로 일신사에서 출간된 바 있으며, 오영환 선생의 그 번역은 다시 1989년에 서광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고, 이것은 다시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에도 수록되어 있다. 현재 을유문화사판, 삼성출판사판, 서광사판이 동시에 유통되고 있다.

(사족: 화이트헤드의 주저라 할 '과정과 실재'를 20세기의 고전들 중의 하나로 선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지만, "대학생 필독 도서"들 중의 하나로 올려 놓는다든가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 같다. 대학생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필독'이라는 말을 더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책의 물리적인 무게도 그렇지만)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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