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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학논문은행에 대하여

2005/06/17 (23:07) from 129.206.196.130' of 129.206.196.130' Article Number :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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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 배아(胚芽)복제를 중심으로
생명윤리 - 배아(胚芽)복제를 중심으로




박명철 박사(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1. 서론 : 배아복제를 중심으로 한 찬반논란

황우석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합동연구팀이 “인간복제 금지 협약을 위한 유엔회의”(10월 21일~22일 개최됨) 개최 하루 전인, 지난 10월 20일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내외에 논란이 일고 있다. 황 교수 측의 입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를 위해” 연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기다 영국이 뉴캐슬대학 연구팀에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는 형편에 “우리 연구팀과 이 연구팀 사이에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그의 연구는 중단 없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한겨레신문 8월 18일, 10월 27일). 이에 대해 황상익 교수(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는 “영국이 배아복제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을 2001년에 만들고도 3년이 지나서야 첫 실험 승인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한국 정부와 언론이 “우리 나라가 이룬 세계 최초의 연구성과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미래의 산업적 가치가 크다는 점만을 부각시켜 생명윤리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논의들을 건너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과정이 아예 생략되고 있는 국내의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한겨레신문 8월 18일).
국제사회의 쟁점의 중심은 인간 개체복제만을 금지하자는 소위 “벨기에 안”과 인간 개체복제와 치료복제(배아복제) 둘 다 금지하자는 “코스타리카 안”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인간 개체복제”라 함은 체세포복제 기술 및 분할기술을 이용하여 제작된 수정란을 자궁 및 인공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배아복제금지”라 함은 수정란의 자궁착상 이전의 단계로서 연구목적으로 행해지는 배아생산 및 출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인간 배아의 생산과 조작행위에 대한 금지 내지 규제를 의미한다(특히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는 수정되는 순간에서 약 2주간의 세포분할과정의 연구가 그 핵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는 다음 장에서 상세하게 언급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인간 개체복제의 금지는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쟁점의 핵은 연구목적용 배아생산의 허용 여부로서 이것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가로는 영국, 일본, 중국, 한국이며, 한국에서는 내년(2005년)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발효될 예정이다.


2. 배아복제, 무엇이 문제인가?

배아복제(embryo cloning)를 허용하고 줄기세포(stem cell)의 연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요한 요인은 이것이 21세기 의학에서 주요한 치료수단의 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의학은 약물처치나 수술에 의한 방법을 통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 이 같은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손상된 세포, 조직 및 장기를 새롭고 건강한 것으로 교체하는 치료법(세포/조직 대체요법, cell/tissue replacement Therapy) 개발은 현대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이식하고,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분비의 췌장세포를, 화상 환자에게 새로운 피부조직 이식 등의 치료법은 모두 줄기세포라는 주요 세포 공급원을 통해 가능하다. 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 및 조직이 분화 발전하는 원세포 혹은 만능세포(totipotent cell)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는 세포 치료제로서 뿐만 아니라 인체의 성장과 발달, 질병 원인의 규명, 신약 개발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난치병의 원인 규명과 치유는 분명히 우리에게 기쁜 소식으로 “복음”이다. 또한 이 같은 현대 의학의 새로운 지평과 비전은 우리에게 유토피아의 꿈을 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 사회에는 생존하고 있는 인간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이와는 반대로 인위적인 배아의 생산과 복제, 실험과정에서 폐기 처리되는 배아의 생명 등 “배아의 생명권”(sanctity of life)에 대한 관심 또한 한층 가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박충구, 69쪽, 주46)
2.1. 배아복제와 줄기세포 연구의 상관관계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우리는 더욱 구체적으로 배아의 생성과정(자궁착상 이전의 단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정란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후 하루만에 2개의 세포를 가지게 된다. 3일 정도가 되면 4개를 거쳐 8개의 세포로 늘어나고, 이것은 16개의 세포로 늘어나기까지 할구분할이 계속된다. 이때 각 세포들은 특정한 목표를 가진 세포로서 신체의 각 기관으로 발육하게 된다. 16개 세포로 성장한 배아는 수정 후 5일 정도 경과하면 나팔관을 따라 나와 자궁에 들어서게 되고, 7일이나 8일째 되는 날에는 자궁벽에 착상하게 된다. 배아조직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은 수정 후 14일 내지 15일이 되는 시기로서, 태반과 부속 구조물이 발생하고 배아세포의 일부는 태아(fetus)로 발육하게 된다. 그리고 수정 후 3주째 되는 시기에 “원시선”이라고 불리는 전구체(全軀體)가 형성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발생학적으로 더 이상 분리시켜 일란성 쌍둥이로 발생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되므로 온전한 한 개체인간으로 발생되도록 고정된 상태가 된다(박충구, 69쪽, 주 45)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의 시기, 즉 수정된 이후 약 2주간의 수정란을 대상으로 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줄기세포를 얻는 출처이다. 줄기세포는 크게 수정란 분할방법과 “체세포 핵이식” 기술에 의하여 복제된 배아에서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수정란 분할방법은 수정란이 4~8개의 세포로 분열한 할구세포들을 각각 분리시키면 각각의 세포는 완전한 개체 생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체세포 핵이식 방법은 복제 양 “돌리”를 만드는 데 사용된 방법과 같은 것으로, 성체의 체세포를 이용한 방법이다. 즉 성체의 체세포에서 핵을 분리해 내어 이것을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시켜 복제 배아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금번 황우석 교수팀이 개발한 것은 “단성생식기술”, 다시 말하여 여성의 생식세포 난자만을 가지고 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데 독특하고 새로운 연구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즉 난자의 생식세포에서 핵을 제거하고 같은 난자의 난구세포의 핵을 채취하여, 핵을 제거한 난자에 난구세포핵을 이식해서(체세포 이식) 수정란처럼 만들어 배아로 발전시켜 줄기세포를 얻는 것이 된다.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줄기세포로부터 신체의 각 기관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데 연구의 주요 성과로 부각되고 있다.

2.2. 복제된 배아 : 단순한 생명체인가, 인격체인가?

배아복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복제된 배아의 존재에 대한 이해이다. 배아는 수정의 과정을 통하여 “배아 - 태아 - 출산”이라는 발전과정상에 있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이것은 또한 ‘인간이 어느 시점에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과 연계되는 인격체에 관한 문제가 된다. 우선 인간(homo sapiens)의 동질성을 어디에서 발견할 것인가? 배아에 도덕적 지위란 있는 것인가? 다니엘 칼라한(D. Callahan)은 낙태문제를 다룬 고전적 연구에서 인간됨에 대하여 세 가지 기본 입장을 밝힌 바 있다(T.A. Shannon/구미정 역, 62-63쪽).
하나는 “유전학적 관점”으로 인간이란 인간만의 독특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존재라는 데 그 동질성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이것은 수정과 더불어 인간의 유전암호를 갖게 되면 인간이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적 정보는 DNA에 담겨 있는데 이것은 다른 생명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염색체나 유전자의 수에서 인간만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게놈 프로젝트의 수행 이전에는 인간의 유전자 수가 10만 개 정도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2-4만개로 가령 초파리의 유전자 수의 2배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원숭이는 90% 이상, 침팬지는 99% 이상 인간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유호종 외, 상게서, 214-214쪽). 이런 의미에서 유전자 소유만을 가지고 인간의 동질성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는 “발전론적 관점”으로서 인간은 “인간”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전에 최소한의 발달이 필요하다. 수정 후 6~8주 경부터 태아는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삶을 영유하는 개체가 된다. 태아를 완전한 인간존재로 간주하려면 일정 수준의 발달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발전론적 입장이다.
셋째는 사회결과학파의 입장으로 생물학적 요소나 발달론적 요소에 근거하기보다는 사회가 무엇을 인간존재의 가치로 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생명, 영혼, 이성, 인격, 자립심 등 사회가 인간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도덕적, 사회적 요구가 중요하다.
미국의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이 발표한 인간배아에 관한 연구와 실험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아가 그 인격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지 하나의 기준만을 충족시켜서는 안 되고 다양한 기준의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아래와 같은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정성(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 (자의식과 같은) 뇌기능의 시작, 기초적 인식기능 등을 들고 있다. 이 것은 위의 “발전론적 입장”과 유사하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배아란 수정 후 14일 동안 성장하다가 “원시선”이 형성되면서부터는 신체기관의 조직과 분화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원시선의 출현 이전에만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제한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배아는 분명 ‘수준 높은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존중이 인격체에게 부여되는 법적 권리와 도덕적 권리를 반드시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S.B. Rae & P.M. Cox/ 김상득 역, 176쪽, 주108). 이것은 배아의 도덕적 지위에 관한 문제(인격성)에 있어서 배아는 성인과 동등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부터 인격권과 생명권을 갖는 것일까? 수정란은 죽임을 당하지 않는 한 계속 성장하여 어린이가 되고 성인이 되어 고차원의 삶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정란은 미래의 성인과 동일한 존재로 보는 관점으로서 수정란의 잠재성이란 이후에 “될 잠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수정란과 성인이 동일한 존재가 아닐 경우에는 수정란의 잠재성은 다른 존재를(수정란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성인을) “산출한 잠재성”이 될 것이다. 예를 든다면, 수정란에서부터 성인까지의 변화를 나뭇잎에 비유할 때, 나뭇잎이라는 동일 실체는 계절에 따라 녹색에서 단풍으로 물든다. 그 실체는 그대로 있고 속성만 변하는 “속성적 변화”를 하고 있다. 술은 공기 중에 가만히 놓아두었을 때 식초가 된다. 본질적으로 다른 “실체적 변화”를 하고 있다. 배아와 배아 이후의 고차원의 삶을 누리는 성인의 관계를 속성적 변화로 볼 것인가, 실체적 변화로 볼 것인가, 이 둘(수정란과 성인)의 관계를 연속적으로 볼 것인가, 비연속적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그 격은 현저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특히 배아복제 기술은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 유성생식의 방법을 거쳐 체세포핵이식 방법을 쓰는 무성생식, 작금에는 난자만을 이용한 단성생식의 방법에까지 이르렀다. 단성생식의 경우는 “인간배아 복제”라는 비판과 윤리적 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되고 있다. 단성생식의 경우도 인간의 생식세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정란의 방법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배아 복제”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재화된 상태가 아니다. 핵치환 방법이든 단성생식의 방법이든 수정란의 과정을 밟아 산출되는 배아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자궁의 착상 이전 상태에 있는 복제배아, 이것은 장차 우리와 똑같은 잠재력을 가진 인간으로 이해할 것인가? 이것은 인간배아복제 연구에서 인간이해의 중심적 질문이 된다.

2.3. 줄기세포연구 : 난치병 치료, 그 이상의 가능성은 없는가?

황우석 교수는 지난 10월 21일 “난치병 환자를 위해 연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중단되었던 줄기세포 연구의 재개를 표명하였다. 매우 인간애가 넘치는 인자한 모습이다.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가 배아복제의 과정을 밟고 있기에 단순히 줄기세포 연구에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연구가능성을 열고 있다. 즉 유전자 치료(genetic therapy)의 가능성이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술”(ES-cell therapy) 또는 “줄기세포 치료술”(stem cell therapy)로 명명되는 이것은 유전자 치료의 한 영역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자와 난자를 교정해서만 유전적 질병을 항구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아의 줄기를 이용하여 유전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배아줄기세포 치료술”이다. 암, 노화, 치매 등 대부분의 질병이 유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점차적으로 밝혀졌다. 인간 게놈프로젝트는 유전자와 관련된 이러한 질병치료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유전자치료에는 정자와 난자의 단계, 착상 전 수정란의 단계, 배아의 단계, 태아의 단계, 그리고 출생 후의 성체의 단계 등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줄기세포연구가 “난치병 치료”라고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연구의 영역과 과제에서 볼 때 이상에 언급한 유전자치료의 영역과 밀접하게 상관관계 하에 있다. 유전자치료는 체세포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혹은 생식세포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우수한 소질의 유전자로 대체하는 우생학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시도가 일단 진행되면, 이것은 후대에까지 대를 이으며 영향을 주게 된다. 유전자 치료의 그 위험성 때문에 생식세포의 유전자 조작 및 변경을 국제적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노영상, 논문, 100-102쪽).
금번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재개 선언은 시기적으로 유엔에서 “인간복제 금지협약을 위한 유엔회의”가 있기 전날에 있었고, 국내적으로는 내년(2005년)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공포가 있기 전에 취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기우를 표하게 된다. 생명의학 분야의 연구, 특히 유전자 치료와 밀접한 유관 학문인 인간배아복제 및 줄기세포 연구를 사회적, 국내외적 합의를 뒷전으로 하고 진행하고자 하는 모습은 ‘난치병 환자를 위해 연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말로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

2.4. 배아의 인격적 지위

앞 장 “복제배아 : 단순한 생명체인가, 인격체인가?”에서 언급되었던 부분, 호모 사피엔스의 동질성을 어디서 발견할 것인가, 배아의 도덕적 위치란 있는 것인가, 수정 순간에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개체의 자아동질성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인가 등의 질문은 철학적이고 신학적 물음에 속한다. 법적으로는 인간을 인격적 차원에서 다른 존재들보다 훨씬 높은 권리를 가진 존재, 특히 극히 예외적인 상황 외에는 죽임을 당하지 말아야 할 생명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실적으로 복제배아의 법적 지위와 생명권은 현안문제가 된다.
전통적 신학에서는 성인 인간 존재란 임신 순간부터 시작된 연속적인 성장과정의 산물로 이해한다. 어떠한 변화와 시간의 경과 속에서도 수정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의 인간 존재를 동일한 실체로 본다. 이것은 또한 법적, 도덕적 지위와 연관하여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고 있다. 배아와 태아 역시 임신하는 순간부터 동일한 인격체이며 성인 존재와 동일한 생명권이 부여되어야 함을 주장한다(S.B. Rae / P.M. Cox, 김상득 역, 260쪽). 여기서 우리는 배아, 곧 수정에서부터 착상(implantation) 이전 기간의 생명체에 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착상은 배아가 호르몬을 배출하여 자신이 자궁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시점이며, 그 이전 시기와 달리하는 요소를 갖는다. 아래의 몇 가지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 첫 번째 예로서, 대략 20-50%의 배아는 착상 전에 자연유산 되기 때문에 착상이 배아의 성장뿐만 아니라 배아의 본질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완전한 인간이 착상 이전에 이미 존재한다고 본다면, 우리는 모든 배아를 살려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게 된다.
- 둘째로 쌍둥이 현상은 일반적으로 착상 전에 일어난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체인 배아는 착상 이후에 생겨난 쌍둥이 A하고도 동일하고 쌍둥이 B하고도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쌍둥이 A와 B는 각각 다른 개체로서 배아는 A, B 모두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A와 B가 처음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빨라도 개체성이 확립되는 착상 이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말은 쌍둥이들이 배아가 둘로 갈라진 시점 이후부터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함축한다. 자아동일성의 기준을 신체적 동일성에서 보는 입장에서 볼 때, 성인과 동일한 존재는 쌍둥이 가능성이 없어지는 수정 후 14일에 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수정 후 14일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생명권을 갖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정 후 14일 이전의 배아는 아직 인간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가 성립된다(유호종 외, 상게서, 232쪽).
- 셋째 피임약과 수정방지약 “RU-486”과 같은 착상을 방해하는 출산조절 방법이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용되었다. “RU-486”, 이 약이 “피임약”인가 “낙태약”인가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피임약이라면 도덕적으로 부담을 갖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논리에서 볼 때, 실험관 내 수정을 통해 만들어져서 보관 중에 있는 잉여배아는 인격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도덕적 문제도 유발하지 않고 파기되거나 연구, 실험에 이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착상 이전 배아에 관한 모든 연구 역시 정당화 될 수 있다.

배아, 이것은 태아와 다른 존재인가? 배아복제의 최장의 경계로 영국의 2주 기한은 비도덕한 것인가? 전통적 신학은 도토리 나무가 내적 본질에 따라 떡갈나무로 자라듯, 인간 존재란 수정 순간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인격체라는 입장에 양보가 없다.


3. 생명윤리의 새 패러다임 모색 : 인간 중심의 에고이즘을 넘어

오늘날 생명과학의 발달과 그 영역의 확대는 우리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직결되고 영향을 주고 있다.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한 문제들은 과거의 규범이나 신앙의 전통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윤리적 가치판단은 규정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책임적이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적절할수록 윤리적 판단은 더욱 구체적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생명윤리학의 영역에서는 생명과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한 이해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로서 핵심적 주제는 난치병 환자를 위한 인간배아 복제의 문제와 이의 활용이다. 쟁점을 “생존자의 삶의 질” 대 이들을 위해 희생되는 “복제배아의 생명권”으로 압축할 수 있다. 생명공학 연구에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생존자의 생명과 건강의 문제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과소 평가하거나 무관심할 수가 없다. 고통당하는 인간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의 생애와 그의 십자가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의 삶은 전적으로 타자를 위한 삶이었고, 그의 십자가는 타자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준 희생이었다. 그에게서 생명권은 타자의 삶을 위한 도구였다. 복제배아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윤리적 물음과 정당성은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자에 대한 사랑과 사회적 공의라는 가치기준의 틀에서 말이다. 사회적 합의가 인간 모두의 마음과 총의에서 나올 때 산 자는 희생자에 대하여 뜨거운 감사를 드릴 것이며, 희생자는 인간 모두에게서 존경과 경의로 추앙될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는 희열에 넘치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복제배아의 문제에서 보듯이 생명공학은 과거에 경험치 못한 새로운 윤리적 과제들을 안겨주고 있다. 이것은 짧은 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고 있기에 가히 혁명적이다. 생명윤리학은 기존의 윤리설을 적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토마스 쿤(T. Kuhn)이 지적한 바와 같이, 기존의 이론이 새롭게 생겨난 사례를 설명하지 못할 경우 과학이론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생명공학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하여 기존의 윤리가 답할 수 없기에 새로운 윤리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패러다임의 전이(paradigm shift)요, 새 패러다임의 요구이다.
생명공학에서 제기하는 물음들로서 핵치환, 배아복제, 줄기세포연구, 생식세포 및 체세포를 통한 유전자 조작, 치료 등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세대에도 영속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는 데 심각성을 더해 준다. 이것은 인간의 삶의 환경과 인류의 미래와도 직결되고 있다. 감신대의 박충구 교수는 현대 생명공학의 경향과 현상을 “서열화되는 생명”, “자원으로서의 생명”으로 규정하고 배아복제와 줄기세포 연구영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비판한다.

“생명공학의 발달과 더불어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는 생명공학적 실험을 위하여 생명을 실험자료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윤리문제이다. … (잉여배아를 만들고 잉여배아를 파괴하여 줄기세포를 얻는 행위, 인간 장기를 얻기 위해 인간의 일부 부위만을 발생시키는 실험) 이는 명백하게 생명을 그 존재론적이며 본원적인 의미에서 보지 않고 과학적 실험이나, 다른 인간의 치료를 위한 수단으로 생명의 기초단위를 사용하고 파괴하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달은 급기야 다른 종의 생명만이 아니라, 인간 생명을 분석 조작할 뿐만 아니라, 생명의 기초단위를 희생시키면서 소기의 목적을 얻는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생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생명들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생명을 생명으로 보지 않으려는 논리적 시도들이 더해지고 있다. 생명발생 과정을 세분화하고 수정란의 도덕적 지위를 묻는 방식이다”(박충구, 논문, 37쪽).

박충구 교수는 인간이 자신의 생명의 질을 위하여 타인의 생명을 희생시키고, 인간 종의 생존을 위해 인간 외 다른 종을 수단화하고, 그러므로 “짜여지고 기워진” 생명의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 중심적인 에고이즘을 근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 생명공학적 연구의 과제를 이렇게 말한다.

“결국 현대 생명공학은 인간의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보조적 역할에 그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즉 생명공학이 생명의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생명의 주관자 역할을 하려고 할 때는 45만 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인류의 생존방식과 관계를 뒤흔들어 놓는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박충구, 200쪽).

현대 생명공학은 인간에게 유토피아적인 희망을 주고, 인간의 초월적 능력을 과시하는 증표로 나타나고 있다. 과학도 인간을 위한 과학이 되어야 한다. 과학은 과학의 발달과 학문적 업적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인간의 참다운 행복과 인류의 발전뿐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생명체들과의 공생이라는 총체적 측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은 계속하여 이 역사를 그의 구원의 목표를 향하여 인도하고 계신다. 우리 모두를 그의 창조역사에 초대하고 있다. 신앙인이든 자연과학자이든 여기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이때 우리는 “생명의 주관자”가 아닌, “생명의 보조자”라는 자각과 기본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참고도서
<저서>
박충구, x생명복제 생명윤리x, 가치창조, 2001.
유종호x손명세x이경환, x의료문제에 대한 윤리와 법의 통합적 접근: 의료법윤리학서설x, 동림사, 2002.
S.B. Rae / P.M. Cox(김상득 역), x생명윤리학x, 살림, 2004.
T.A. Shannon(구미정, 양재섭 역), x기초생명윤리학x, 대구대출판부, 2003.
U.H.J. Koertner, Unverfuegbarkeit des Lebens?, Neukirchener, 2001.
C. Frey, Konfliktfelder des Lebens, Vandenhoeck & Ruprecht, 1998.

<논문>
박충구, “생명과학 시대의 인간이해와 기독교 윤리학의 새 지평 모색”, 생명 신학 윤리, 한국기독교윤리학회논총 제5집, 2003.
노영상, “인간 게놈연구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성”, 생명 신학 윤리, 한국기독교윤리학회논총 제5집,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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