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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5 (06:01) from 129.206.196.171' of 129.206.196.171' Article Number :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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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민주화와 올바른 대의정치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




정당민주화와 올바른 대의정치 실현을 위한 선거제도

윤선구 (철학박사,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1. 서론

지난 대선 이후 정치개혁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우리나라는 사실상 독재정권이 붕괴되었음에도 실질적인 민주정치의 발전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데, 이것은 정당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제 대의정치제도 하에서는 정치를 담당할 사람을 유권자가 마음대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제시한 후보자들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고, 선출된 정치인들도 개인이 독립적으로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집단적 정치행태에 종속되기 때문에 정당의 질적 수준이 낮고 비민주적이면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치도 낮은 수준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정치개혁논의의 최대 쟁점은 정당민주화에 두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정당개혁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정당민주화를 위해서는 인적청산이나 정당운영 제도개선 등 당 내부 문제의 개혁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충분한 것은 아니고, 선거제도 개선 등 외부적 여건의 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아무리 정당 내부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해도 외부적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것은 일과성 운동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정당민주화를 촉진하려면 이에 합당한 선거제도 등 외부적 여건이 갖추어져 한다.


2.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과제와 해결방안

1) 정치개혁 과제

현재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최대과제는 정당의 발전을 유도하는 문제이다. 독재정권이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민주정치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적인 정당이 발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정치발전의 정도는 시민의식의 발달 정도를 넘어설 수가 없다. 우리사회는 시민의식의 수준도 문제이지만 시민의식의 성숙문제는 별도로 논의해야 할 문제이다. 여기서는 우리사회의 정치 수준이 시민의식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어떻게 정치수준을 시민의식 수준에 걸맞게 끌어올릴 수 있는가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정당의 발전은 두 가지 측면을 포함하여야 한다. 첫째는 형식적 측면으로, 정당활동과 제도에서의 민주주의가 확립되어야 하고, 둘째로는 질적인 측면으로,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물들이 모여 수준 높은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당들은 사당 또는 패거리정당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당들은 국민의 이해와 견해를 대표하기 위해서 조직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이나 집단의 정치권력을 위해 존재해 왔기 때문에,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보다는 개인의 눈치를 살피는 데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국민보다는 보스를 무서워하는 인물들의 집단이 되었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의 사익이다. 즉 당선을 위해서라면, 정강정책이나, 국가이익을 버리고 철새처럼 당적을 옮겨 다니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로 이루어진 국회는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 위기라고 하는 IMF 구제금융사태 하에서도 전혀 대책을 의논하지 못하고, 수수방관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무리 질적으로 훌륭한 정당이라 하더라도 절차적으로 비민주적인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만일 정당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이 비민주적이고, 유권자들의 정당활동에의 참여가 적으면, 선거과정과 국회의 운영이 제 아무리 민주적이라 하더라도 이는 반 쪽짜리 민주주의 또는 정당독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독재적 방법으로 선출된 후보들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정당들이 내놓은 후보들 중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무리 민주적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정치제도 하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는 정당내 민주주의와 선거과정 및 의회운영과정의 민주주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비민주적인 정당에 의하여 의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의회 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주적 정당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과제는 왜곡된, 의회내 정당의 의석비율을 바로 잡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지역선거구 중심제도이기 때문에, 의석분포가 정당의 지지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제도에서는 이론상 유효투표수 30-40%정도의 지지를 얻고서도 100%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당의 전당대회나 노조의 총회처럼 내부에 정당과 같은 제도적 당파가 존재하지 않는 기구에서의 대의는 단순히 인구에 비례하는 대의원제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선거구제가 일반적인 대의원 선출방식이 된다.

그러나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며, 유권자는 지역구에서 개인을 보고 투표했더라도, 의회 내에서는 의원들이 소속정당의 당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당제 대의제도하에서는 의회 내 의석비율이 각 정당의 지지율에 비례하도록 해야 올바른 대의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지역구선거제도가 최선의 선거제도인 것처럼 생각하는 뿌리깊은 맹신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정당정치의 특성을 망각한 편견일 뿐이다.

세 번째 과제는 높은 선거비용문제의 해결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비용이 많이 드는 정치제도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독재정치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의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의원 수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세비라든가,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지구당활동비, 정당의 정책개발비 등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 이러한 비용은 반드시 지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저질후보를 억지로 당선시키기 위해 막대한 선거자금을 쏟아 붓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은, 1억 낙선 10억 당선과 같은 구호가 말해 주는 바와 같이 후보의 자질이나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돈을 쓰면 당선되는 풍토 때문이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과거에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근원이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고, 유능하고 성실하지만 돈 없는 사람을 정치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경제에 부담을 적게 주면서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물을 정치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제도의 채택이 필요하다.

넷째 과제는 지역감정 폐단의 방지이다. 지역주민들이 지역정서를 가지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연스런 현상이며, 극심한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만, 이것은 올바른 정치를 통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선거제도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정당이나 개개인의 후보들이 당선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이를 이용하는 일이다. 선거에 있어 지역감정문제의 가장 큰 폐해는, 정당이나 후보의 노선이나 정책, 또는 도덕적 우월성이 의회에 진출하는 기준이 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정치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2) 해결방안

정치개혁은 제도의 개혁을 통하여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의 발전은 외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그렇게 변화해야 한다고 충고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만 변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는 정당이 스스로 변신해야 할 아무런 유인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민주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해도 정당들은 이를 받아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현재 모든 정당들의 구조가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 체제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당지도부는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성정당의 지도부는 민주적 구조 속에서 보다 비민주적인 정당구조 속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으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개별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신당의 출현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정당들도 민주적이고 질적으로 수준이 높은 신당과의 경쟁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시민운동단체에 의해 낙천낙선운동대상자로 지목되어 혼쭐난 정치인들을 기억하는 정치인이라면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정치행태를 쉽게 되풀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근본적으로 정당정치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기 위해서는 낙선운동대상이 개별적인 후보가 아니라 정당들이 되어야 한다. 만일 투표 시 유권자의 선택대상이 개별 후보가 아니라 정당전체가 되어, 평소의 정당활동 및 민주성 등이 의회의 의석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당지도부가 나서서 당을 개혁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제도가 지난 번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및 의정감시운동, 그리고 정당활동 감시운동 등 시민운동과 결합된다면 정당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치개혁은 단순히 제도개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제도의 개혁과 아울러 의식의 개혁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일회적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평소부터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정당활동모니터링 등을 통하여 정당활동을 공개함으로써, 정당으로 하여금 스스로 탈바꿈하도록 유도하고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별 의원들에 대한 의정활동모니터링운동은 나름대로 개개인의 의원들로 하여금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하는 효과는 거두고 있지만, 역시 낙천낙선운동과 마찬가지로 정당 전체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정감시운동과 더불어 각 정당의 평소 당 차원의 원내 의정활동, 당내 활동과 정강정책, 정당참여인물, 당내 민주주의 발전 정도 등을 수시로 평가하여 공개함으로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선거에서 객관적 평가를 토대로 정당을 선택하도록 하고,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비례배분한다면 위의 4가지 과제들 중 정당발전은 점차적으로, 그리고 나머지 3과제들은 일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3. 구체적 대안으서의 독일식 선거제도

1) 부분적으로 개별화된 비례대표제

위에서 제시한 해결방안은 한마디로 말하면 100%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다. 그러나 순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의석비율만 유권자가 정할 뿐 구체적인 인물은 유권자가 정하지 못함으로써 정치인들을 유권자들로부터 격리시키고, 지구당이나 시도지부 차원의 정당활동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게 된다. 따라서 이상적인 제도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지역구선거제도의 결합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지역구선거제도의 결합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대표적인 것으로 일본식과 독일식이 있다. 그러나 일본식은 총 의석의 절반을 지역구에서 뽑고, 나머지 절반만 비례대표로 선출함으로 정당선택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는 독일식 선거제도가 우리의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의 대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일식 선거제도는, 의원을 유권자가 직접 선출할 수 있고 의원의 지구당활동을 통하여 지역구민의 민의를 직접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소선거구제의 장점과, 정당지지율에 비례하는 원내의석분포를 가능하게 하여 정당제 대의정치의 특성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100%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모두 살린 선거제도로, 보통 지역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결합형태라는 의미에서 혼합선거제라고도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의석수의 절반을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절반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일본식 제도와는 다른 제도로, 엄밀히 말하면 100% 비례대표제이다. 이 제도는 1인 2표제로서, 모든 유권자는 첫 번째 표로 전체 법정 의석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소선거구에서 의원을 직접 선출한다는 부분은 일본식제도와 동일하지만, 두 번째 표인 정당투표로 나머지 절반의 의석을 비례배분으로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석을 정당투표에서 5%이상 얻었거나 지역구에서 3명 이상 당선자를 낸 정당들에게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배분한다는 점에서 일본식제도와 다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는 그대로 당선이 확정되기 때문에,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배분은, 2번째 표의 득표율에 의한 총 의석 수에서 지역구 당선자수를 뺀 의원 수만큼을 비례대표명부에서 추가로 배정하여, 전체적으로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도록 한다.

이 때 전국적으로 5%의 정당지지율을 얻지 못하여 비례배분에 참여하지 못하는 정당의 후보라도,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는 당연히 당선으로 인정되며,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수가 정당의 비례배분 의석 수를 초과하는 경우(초과 의석)에도 지역구 당선자는 인정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선거 후 전체 의원 수는 법정 의석총수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지역구선거제도와 비례대표제선거제도의 의의를 동등하게 인정한 법규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 당선자수가 정당득표율에 의한 의석 배분과 동일할 경우(예를 들면, 정당에서 50% 득표하고, 지역구에서 전원 당선된 경우)와, 지역구당선자수가 정당득표율에 의한 의석배분보다 많은 경우(예: 모든 지역구에서 다수후보가 난립하여 평균 30-40%의 지지로 한 당의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고, 그 정당의 득표율이 30-40%인 경우: 추가의석 발생)에는 비례대표명부에서 의석 배분을 할 필요가 없으며, 통상적인 경우처럼 지역구 당선자 총수가 정당득표율에 의한 배분의석보다 적은 경우에만 정당의 비례대표후보 명부에서 추가 배분하게 된다.

지역구 수를 전체 의석수의 50%로 제한하는 이유는 정당득표율이 50% 정도이면 모든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정당지지도에 의한 배분의석 수 보다 더 많은 수의 당선자를 낼 경우 발생하는 초과의석의 발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역구 수를 가능한 한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다.

이 선거제도의 부수적 규정들 중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들면 다음과 같다. 비례대표의 배분은 전국적으로 5%, 또는 3개의 지역구 이상에서 당선자를 낸 당에 한해 의석을 배분하고 원내교섭단체지위를 부여하는 데, 이것은 군소 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민주적 개혁신당의 출현이 필요하므로, 의석배분을 위한 최소득표율을 형편에 맞추어 낮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별 비례대표후보명단은 광역, 즉 주 단위로 작성할 수도 있고, 전국단위로 작성할 수도 있는데, 독일에서는 처음에는 주 단위(주지부당 단위)로 작성하였다가, 나중에 전국단위로 바꾸었고, 다시 주 단위로 개정하여, 지금은 주 단위로 작성되고 있다. 전국 단위로 명부를 작성하면, 정당별 지지도가 지역마다 다를 경우에도 지역차이를 반영할 수 없고, 지역의 인물을 고려할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전체의석은 각 정당의 전국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배분하며, 각 정당의 지역별 의석 수는 해당 정당의 전체 의석 수를 지역별 지지자수에 비례하도록 분배하는 것이다. 비례대표명부를 지역별로 작성하는가 전국적으로 작성하는가 하는 문제도 역시 형편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다. 비례대표후보명단은 주별 당 지도부가 결정하여 주 전당대회에서 인준받는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비례대표출마자도 지역구 출마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례대표후보서열이 후 순위일지라도 지역구민이 선호하는 후보이면 지역에서 당선이 될 수 있고, 지역구에서 낙선된 후보도 비례대표후보순위가 상위이면 비례대표로 원내진입이 가능하게 된다.

실제로 독일의 자민당(FDP)와 녹색당(Grne)의 지도부는 모두 양쪽에 출마하지만 지역구에서는 거의 당선된 적이 없고, 비례대표명부를 통하여 당선이 되고 있다. 녹색당은 84년 원내에 진출한 이래 지난 2002년 9월 선거에서 처음으로 지역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냈을 정도이다. 지역구에서 심판받은 낙선자가 정당명부비례대표에서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우리나라의 선거법개정 논의 중에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이 주장은 반드시 옳지는 않다.

지역구에서 낙선한 인사가 반드시 심판받은 후보는 아니며, 다수의 유능한 인사가 한 선거구에 동시 출마할 경우 낙선된 후보가 실제로 다른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보다 유능하고 도덕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구에서는 1위 득표자만이 당선될 수 있는데, 소수당이나 신당은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쪽 출마를 허용함으로써 당의 중요인사(지도부)들의 당선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신생정당의 출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례대표출신과 지역구 출신 의원 사이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비례대표제의 안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이다. 또한 지역구를 통하여 무소속 출마하는 것도 가능하다.


2) 독일식 선거제의 장점

독일 내에서도 지역구의원을 선출하는 첫 번째 투표가 중요한가, 정당의석 비율을 결정하는 두 번째 투표가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종종 논란이 되어 왔다. 주민대의제를 염두에 두며 지역구에서 정당득표율에 따른 비례배분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첫 번째 투표가 중요시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제 대의제와,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지역구당선자 수가 정당득표율의 비례의석 수에 못 미친다는 사정을 염두에 둔다면 당연히 두 번째 투표가 중요시된다.

두 번째 투표에 의하여 지역구선거제도의 맹점인 사표를 방지하고 정당의 득표율에 상응하는 원내 의석분포를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 독일식 선거제도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모든 후보들의 면면을 알기 힘든 지방의회선거의 경우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초과의석의 발생이 예상되지 않는 경우 두 번째 표로는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첫 번째 표로는 상대당의 후보를 선택함으로서 지지하는 정당의 의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상대당의 당선자결정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지역구 후보의 입장에서는 비례대표에 동시출마가 가능함으로써 지역구선거전의 과열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장점은 정당이 첫 번째 표보다 두 번째 표를 더 의식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정당발전을 유도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역구 중심제와 달리 개개 후보들의 승리를 통하여 다수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전체에 대한 지지도가 의석점유율을 결정하기 때문에 각 정당들은 당 차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식 선거제도에 대한 독일식 제도의 장점은 일본식이 지역선거구제에 중점이 놓이고, 원내 의석분포가 정당지지율에 정확히 비례하지 않는데 비해, 독일식 제도는 정당비례제에 강조점이 놓여 있고 따라서 정당발전을 유도해내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당발전의 목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당의 민주적 행태와 보다 나은 정책개발이다.

독일에서는 공영방송인 ARD가 정치청우계 Politischer Baromet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매 달 정당활동과 관련한 각종 여론 조사와 지지율을 정기적으로 발표함으로서 정당의 경쟁을 통한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정당들은 각종 정치관련 토론회는 물론 시민들의 축제에서의 시국풍자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데, 이것은 이와 같은 선거제도와 언론의 활동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는 물론 자민당이나 녹색당과 같은 군소정당의 전당대회조차 생방송으로 중계를 할 정도로 언론이 각 정당의 활동을 공정하고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정당활동을 모니터링하여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아울러 이에 따른 유권자들의 정당지지도를 설문 조사하여 정기적으로 발표한다면 정당들은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민운동은 어느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일반 유권자가 잘 알 수 없고 언론에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중요한 사항들에 대하여 공정하고 상세하게 조사 관찰하여 발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에는 비례대표를 통하여, 재력이 없고 지역선거운동에 능하지 못하지만, 일에 유능하고 도덕적인 전문가들의 정계진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정치발전을 꾀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는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정당지지율에 따라 전체 의석이 비례배분되고 당지도부의 원내진출이 용이하게 됨으로서 참신한 민주적 신당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비록 군소 정당이라 하더라도, 참신하고 민주적인 정당이 출현한다면, 위와 같은 시민운동의 전제 하에서 기존정당들도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더욱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82년에 녹색당이 출현하여 (당시 5.6%지지 획득) 그동안 시민운동의 차원에서만 논의되던 환경문제를 제도권정치영역으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모든 기존 정당들로 하여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예가 있다. 우리 정당들이 변신하지 않는 이유는 경쟁상대도 모두 비민주적이고, 정책부재이며, 지역주의를 불모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처지에 있고, 특히 변화해야 할 동인이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장점으로 선거비용절감을 들을 수 있다. 이 선거제도 하에서는 지역구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지역구에서 적은 당선자를 내도 정당투표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으면 동일한 수의 의석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구선거운동의 비중이 감소함으로써 거액을 들여서라도 악착같이 당선되려고 하는 풍토를 개선할 수 있다.

선거비용 마련을 위한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으며, 따라서 경제에 부담을 적게 주는 선거를 실시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재력이 약한 전문가를 의회에 진출시킬 수 있다. 그리고 정당감시운동은 특정후보의 낙선운동과 다르기 때문에 선거기간과 관계없이 평소에도 전개할 수 있고, 제3자 선거운동의 시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넷째로 이 선거제도는 지역감정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지역선거구의 비율이 줄어듦으로써 개별적 후보들을 통한 지역연고의 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투표제에 의해 지방색 있는 정당을 도태시킬 수 있게 된다.

어떤 당이 특정지역에서 지역정서를 부추겨 자기당의 지지율 상승을 꾀한다면, 이러한 정당은 타지역에서 지지율이 낮아지게 되고, 해당지역에서도, 지지율이 50%만 넘으면 전 지역구를 싹쓸이 할 수 있는 순수지역구제와는 달리, 의석을 100% 점령할 가능성이 적고 이로 인해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지역정서를 부추기는 것은 선거전략상 유리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선거구 지역선거구제에서는 지역감정을 통하여 90%의 득표율로 특정지역에서 의석 전체를 차지함으로써 전체 의석점유율이 100%가 될 수 있지만, 독일식 선거제도에서는 지역구에서 전체의석의 절반인 50%를 모두 차지한다 해도, 전체의석의 점유율은 90%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역구 선거제에서는 지역정서 때문에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던 정당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배분을 받기 때문에 지역주의에 따른 의석비율의 왜곡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로써 노무현 당선자가 현재 각 정당들의 지역편중 심화현상을 시정하고자 하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당별 비례대표명부가 당 지도부에 의해서 작성되고, 전당대회나 지부당 대회에서 인준되므로, 당내 민주주의 발전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례대표후보 명단이 당 지도부에 의해 독재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문제점은 현행의 지역선거구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현행 제도에서도 후보공천이 민주적인 지구당대회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는 총재의 통제 하에 있는 당 공천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의 비례대표명부와 지역구후보에 대한 인물평가를 정당평가에 반영한다면 이는 지역구제 하에서의 낙천낙선운동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투표 시 후보와 정당을 분리하여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번 총선 및 지방선거 때처럼 기권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지하는 정당의 지역구후보가 낙선운동대상자이면, 지역구후보는 다른 당 후보를 찍고, 정당투표만 지지하는 정당에 찍으면, 결과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의 의석을 줄이지 않고도 기피하는 후보를 찍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부분이 전문가 영입이나 원내의석분포 교정의 의미보다, 특별당비를 통해 당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나, 이것은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선거제도의 중요 부분이 되고 정당감시운동을 통하여 정당이 평가되는 핵심적 쟁점으로 등장한다면, 각 정당들은 비례대표명부를 공정하게 작성하고,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들로 채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모든 정당들이 비례대표명부를 끝내 총수의 마음대로 작성할 경우, 지역구선거제도에서는 신생정당이 출현하기가 어려워 속수무책이었지만, 100%비례대표제에서는 신생대안정당에 지지를 보냄으로써 견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음말

독일식 선거제도는 정당정치와 대의정치 원칙에 매우 충실한 제도이므로 잘만 홍보하면 매우 설득력 있는 대안이므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서구국가들 중에서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가 되었다.

이것은, 2차 대전 이후 우리보다 민도가 높은 상태에서 민주주주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완벽한 선거제도의 도움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제도가 우수하다 해도 민도가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도가 민도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 국민의 민도가 그리 높은 상태는 아니지만, 지난번 총선 때의 낙천낙선운동과 이 번 대선의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의 제도보다는 그래도 민도가 조금은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의 개혁을 통하여 우리는 충분히 정치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민국가시대와 달리 자유주의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국가나 정치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기업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대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가야 하므로 지금처럼 무능한 국회와 무능한 정치인들로는 인간적인 삶이 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은 고사하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과거 국민국가시대에는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만 일삼는 무능한 국회를 가지고 국민이 고통을 당하면서도 국제무대에서 생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특히 우리는 지금 세계화의 복잡한 상황뿐만 아니라 남북분단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또 다른 어렵고 복잡한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다. 통일문제는 경제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를 통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독일이 경제력을 가지고 통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독일통일은 그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의 전개과정도 발전된 민주정치를 토대로 이룩된 것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IMF구제금융사태와 같이 국가가 위급하고, 전국의 병원이 폐업하여 많은 위급한 환자들이 죽어가는 판국에서도 수수방관하고, 일인의 권력을 위해 정쟁만 일삼는 무능한 국회, 국민 두려운 줄 모르는 안하무인의 정치는 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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