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R2 방송은 매우 유익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오늘은 독일 전역을 달아 오르게 했던 월드컵과 정치에 관한 대담 방송을 들었다. 어제 독일은 포르투칼과 3-4위전을 하였고 승리하였다. 결승을 위해 베를린행을 원하였던 독일은 이탈리아의 패배에 아픈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어제 경기는 그 아쉬움을 능히 극복하고도 남을 멋진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월드컵은 독일국민에게는 매우 특별한 축제로 남을 듯 하다. 단지 하나의 스포츠 경기 뿐만이 아니라, 독일의 문화가 월드컵WM을 어떠한 방식으로 체현하고 수용하였는지를 분석하는 다각도의 글들이 앞으로 풍부하게 개진될 것이라 판단한다. 바로 오늘 SWR2 방송 또한 이러한 월드컵의 정치문화적 함의들을 아주 충실하게 해아렸다.
독일개신교회의 비숍인 볼프강 후버는 일요일 설교에서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독일국민의 결집력을 형성하고 확인하게 된 중요한 경험으로 이해를 한다. 독일팀의 골이 골대를 지나 그물을 흔들 때 카메라는 독일총리 메르켈의 환호성을 담아낸다(어제는 메르켈이 시상식을 하면서 클린스만 감독 얼굴에 Kiss까지 하였다.). 안방문화에 충실한 독일사람들이 거리에서 집단적으로 응원을 하며 수십만이 축제를 즐기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불티나게 팔리는 독일의 국기와 밤을 가르는 경적소리는 월드컵이라는 게임이 어떻게 국가적 축제로 '승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쟁점은 이것이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는 우리의 삶과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독해해 내는 일이다. 특히 월드컵과 구체적인 삶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주도적인 해명이다. 방송에서 쟁점이 되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월드컵은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것 아닌가?", "축제사회Partygesellschaft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가?", "월드컵에 매혹당하는 것은 인간의 종교성과는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방송을 듣고 몇 가지 단상을 기록으로 남긴다. 1) 월드컵과 정치에 관해서 : 월드컵은 정치에 관련이 있다. 특히 독일의 월드컵 '성공'은 정치에 부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얼굴마담 '메르켈'의 호감도 증진, 그리고 정치과제의 성실한 구현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는 '국민통합'의 역할을 스포츠가 대행해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러 정치적 난제(예를 들어 현재 의료보험수가 및 여러 구체적인 쟁점)가 사회적으로 부각되지 않음으로서 얻게 되는 긍정적 요인들. 그러나 예를 들어 '박정희 시대의 3S 정책'처럼 정치가 스포츠를 악용하는 것이라고까지 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2) 축제사회는 사회의 건전한 요소인가? : 사회적 패닉을 조장하지 않는 한에서의 축제사회는 긍정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3) 월드컵에 빠지는 것은 종교적 도취인가? : 그렇지 않다. 4) 월드컵과 독일의 관계? : 월드컵을 연 독일과 좋은 성적, 그리고 독일의 오늘날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은 '나찌'의 이미지에만 제한적으로 갖힌 독일의 이미지를 개선하게 한 중요한 계기이다. 또한 독일 국민들도 어떠한 과거의 기억에 억매이지 않고 '독일'을 외치며 '국기'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제 월드컵이라는 축제는 끝났다. 독일이 어떻게 이번 월드컵 축제를 새롭게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승화해 내는지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월드컵과 종교, 정치의 문제를 포함해서 스포츠, 월드컵, FIFA 조직과 결부되어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자본주의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앞으로 풍부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