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6/09/23 (11:19)
from
84.173.62.19'
of
84.173.62.19'
|
Article Number : 140
|
Geist
|
Access : 4828
,
Lines : 37
|
|
파비앙이 카트린과 결혼을 결정한지는 1년이 넘은 오래전의 사건이다. 헬레 교수 밑에서 박사논문을 쓰고, 의학국가고시를 며칠 전 모두 잘 패스 했다. 독일은 원하면 두 전공을 할 수 있다. 즉 그는 신학과 의학을 공부한 꼴이다.
오늘은 총각파티를 하였다. 파비앙, 알렉스, 파비앙의 두 씩씩한 남동생, 나. 조촐했다. 그러나 즐거웠다. 7시 30분에 파비앙 집 앞에 모였다. 친구 알렉스는 약혼녀인 카트린에게 파비앙 나가지 않고 집에 있도록 붙잡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우리는 파비앙 집에 쳐들어 갔고, 그에게 큰 물안경, 수영복, 호홉을 위한 호수, 그리고 발에는 긴 오리발같은 신발을 신도록 하였다.
그의 과제는 저녁이 예약된 Essighaus까지 가는 것이다. 그의 집은 시청과 교회 사이의 호프 앞이다. 하이델베르크 시내는 언제나 북적북적하다. 특히 오늘 날씨는 여름처럼 화사하여서 늦게까지 시내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내에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도로를 둘러싼 양쪽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맥주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디 대형수족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옷과 장비를 가지고 뒤뚱거리면서 시내를 관통하는 일 자체는 너무나 이색적인 것이다. 다행히 파비앙의 목에는 이미 준비한 약혼녀의 사진, 그리고 여자에 묶이기 전에 오늘 하루 나에게는 총각으로서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익살스러운 글을 걸고 있었다.
중무장을 하고 시내를 오리가 뒤뚱거리듯 걸어가는데, 나는 새삼 사람들의 반응들이 궁금했다. 사람들은 파비앙의 이색적인 복장을 알아차리고 쳐다보기 시작했으면 웃기도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궁금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파비앙은 남자이지만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친구이다. 무뚝뚝하지 않다. 시내를 가면서 결혼은 좋은겁니다!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 하면서 결혼에 대한 강한 신념을 은근히 보여주었다.
몸에 달고 있는 중장비는 그저 달고만 다녀도 힘들 정도이다. 그 중장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여성들에게 키스를 당할 때이다. 키스 한번에 하나씩 수영 중장비로부터 해방된다.
그런데 새삼 놀라운 것은 독일 아줌마 아저씨들이 대단히 좋아하였다는 것이다. 빠 앞에 앉아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가 파비앙을 보고 오늘이 총각파티 하는 날임을 금새 알아차렸다. 사근사근한 파비앙은 키스가 자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을 하니 거기에 앉아 있었던 아줌마들이 파비앙을 해방시키려는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볼에다 키스를 막 해대었다. 옆의 아저씨들은 덩달아 남자는 안되냐 하면서 아쉬움을 가졌고, 파비앙은 안된다고 하였다.
시내를 더 지나가면서 젊은 여자들에게도 키스를 받았다. 파비앙은 쑥쓰러워 하지 않고 오늘 총각파티인데 여러분들의 키스가 파비앙 자신을 살린다는 호소를 하니 게의치 않고 도로에서 처음 만난 여자들도 키스를 하였다. 물론 볼에다 하였다.
식사 가기 전에 어두운 골목으로 우리는 차분히 걸어가고 있었다. 저녁 늦게까지 트럭에 무엇을 옮기는 한 사람이 있었고 그는 금새 파비앙의 총각파티를 알아보았다. 그러면서 나도 몇년 전에 똑같이 총각파티를 했었지 하면서 그때를 회상하는 얼굴은 흐뭇하게도 보였지만 가벼운 우울의 기운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자 앞에서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이, 결혼을 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든 것 같았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오기 전에도 다른 테이블에 있었던 여자남자 그룹에도 간절한 호소를 하니 미국 여자들이 키스를 하였다. 아마 식사 이후부터는 키스를 해준 여자애들에게는 장미를 한 송이씩 선사하였다.
칵테일 바에 들어가서 옆 테이블에 앉은 프랑스쪽 여자애들에게도 부탁을 하여 이제는 거의 몸에 달고 있었던 수영 중장비들은 파비앙을 더 이상 구속하지 않았다. 거기에 앉아서 우리는 게임을 하였다. 인상적인 게임의 내용을 말한다면... 주사위 두개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처음 사람의 두 주사위 숫자의 조합이 31이라고 말하면 두번째 사람은 그것을 받아서 다시 굴려서 숫자를 키우던지 아니면 31에 대한 의심을 해서 받은 주사위를 까는 것이다. 주사위 숫자를 받아 이전 숫자보다 낮게 나와도 더 높게 말을 할 수는 있다. 다음 사람이 그것을 받으면 문제가 안되고, 만약 다음 사람이 의심을 해서 까면 이전 사람은 혼나는 게임이다. 벌칙으로는 칵테일을 마시는 것이었다. 아주 재미 있었다. 그 이외에 여러 게임을 하였다. 아기자기하였다.
그 시간을 마치고 시내의 디스코텍을 들렀다. 시내 한 골목은 디스코텍 전용 골목이다. 밤이 되면 그곳을 통과하기가 힘들다. 나는 몇몇 큰 곳이나 우리들끼리의 파티는 해보았으나 그렇게 작고 사람들이 꽉 찬 곳은 처음 경험이었다. 청춘이란 무엇일까. 자신 안에서 나오는 그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으면 그냥 죽을 것 같은 강렬한 격동과 같은 것일까? 그 안의 열기를 후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양반같은 알렉스나 파비앙 모두 다 뒤집어졌다. 특히 파비앙은 이리저리 기분을 풀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총각의 기쁨도 만끽했을 것이고.
파비앙과 카트린의 결혼은 며칠 남지 않았다. 내일부터 여행을 다녀온단다. 여행도 잘 다녀오고, 결혼식도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파비앙은 김치라는 단어도 알고, 감사합니다, 라는 단어도 안다. 본에 있었을 때 배운 단어라고 하면서 처음 스위스 수학여행에서 같은 방을 썼을 때 인연을 갖게 된 기억이 새록 새록 난다. 좋은 신학자로서, 그리고 좋은 의사로서 사람들의 영혼과 육신의 건강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그가 되길 바란다.
파비앙 결혼 축하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