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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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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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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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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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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 가운데 무엇이 더 근원적일까. 이별이 있기 때문에 만남이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런 이야기들이 쉬운 이야기는 아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서 언젠가는 이별한다는 비교적 자명한 사실을 의식적으로 헤아리지 않아 보인다는 것. 보고 싶으면 전화 해서 며칠 후에 같이 만날 수 있다는 그러한 생각은 사실 과거의 기억이 만드는 희망일 뿐이다. 그만큼 만남 가운데 이별을, 현재 가운데 끝을 예지하고 느끼고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에게 참 어려운 것들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재는 미래를 직시할 수 없다. 단지 우리가 지나온 과거에 의해 미래를 희망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영원히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나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가며, 그 인생의 여러 길목을 지나다보면 우리의 인연은 여러 이유로 희미해지고 게다가 영영 이별을 맞이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순간 순간 우리가 만드는 생의 사건들을 우리의 인격이 조각조각 기워놓은 신기루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들은 인격의 체험 외부에 발을 담구고 던지는 진술들이기 때문에 명쾌할 수는 있으나 생의 체험을 온전히 조명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무엇이 인간의 경계인가를 묻기 이전에, 왜 인간은 자신을 쉽게 넘어설 수 없는지를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의 여정에서 열리는 순간 순간의 만남, 더군다나 오랜 인격적 체험의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인 인연과의 만남에서, 시작이 있듯 끝이 있음을 헤아리면서 그 만남에 온전하고 충실할 내적인 의무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격적 의무는 많은 경우 만남의 의미와 충만함을 더욱 빛내줄 것이다.
만남의 사건 가운데 이별을 헤아리는 것은, 생성의 사건에서 소멸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비관주의의 정조를 독려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생이 단 한번 주어진 기쁜 여행이듯, 우리가 만나는 인연도 그 여행에서 만난 그 순간의 즐거운 동행자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의 충실을 오히려 헤아리게 한다.
지나간 시간의 화살은 쏜살같이 날라가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따스한 햇살 아래, 정지해 있는 듯한 화살대에 앉아 생의 뜨거운 인연을 나누는 이 순간도 잠시일 수 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허공에 정지해버린 생의 화살은 우리의 상상과 추억에서나 가능한 것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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