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7/09/12 (07:22)
from
84.173.222.39'
of
84.173.222.39'
|
Article Number : 178
|
Geist
|
Access : 3619
,
Lines : 30
|
|
1. 어제 밀양을 보았다. 이리저리 느끼는 바도 많고 생각해야 할 여러 과제도 얻은 영화였다.
2. 영화는 자연신학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신은 우리 자연과 삶 안에서 접촉될 수 있고, 예증될 수 있으며, 객관화 될 수 있는가. 영화는 보툼업 관점으로 신의 현존의 문제를 접근했다.
3. 오늘 지도교수의 논문을 하나 읽었다. 몰트만 선생의 80세 기념 헌정 논문집이였다. 삼위일체에 관한 논문이었다. 논문 서두에는 몇년 전의 쯔나미에 대한 회상을 기록하였다. 쯔나미가 많은 생명을 몰살시킨 그 12월이 지나고 새로 개강된 첫 해였을 것이다. 지도교수는 보어레중 첫 시간에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한 학기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현실에 대한 신학적 고민을 아주 치밀하고 진지하게 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 내 생이 소중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내 생이 소중한 만큼 남의 생도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하나의 가설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한 가설과도 같은 허망한 듯한 구름의 집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다. 물론 타인의 생생함을 나는 직접 자명하게 체험할 수 없다. 개체의 몸이 지닌 운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력해야 한다.
5. 신성에 관련한 인간의 존재방식은 이러한 것들이지 않을까. 신성경험은 내적이다. 타자를 향해 나의 신성경험을 공유하려는 노력도 분명히 의미는 있다. 그러나 타자도 나와 동일한 형태의 신성경험을 그 안에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타자의 내적 신성경험과, 나의 신성경험을 그와 공유하려는 것 사이의 접점이 문제가 된다.
6. 분명히 나와 타자가 경험하는 신성의 본질은 동일할 수 있으나 나와 타자는 개별적인 개성을 지닌 존재들이기 때문에 신성의 내용은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의 타자에 대한 신성공유의 순수한 가능성은 주어지지 않는다.
7.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비매개적 신성체험을 타자에게 공유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체험의 매개화, 물리화가 요구되는데, 이 프로세스 자체가 사실은 일종의 변형이다. 즉 나의 내면적 신성체험과 타자에게 건네는 신성체험이 이분화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 나아가서 내가 건네주는 신성체험의 기호 자체가 타자의 관점에서 특정하게 변형되게 된다.
8. 이것이 동일한 무한과 다양한 유한 사이의 역학이다. 이러한 중층적 관계 안에서 신성체험과 공유의 문제는 조명되어야 한다.
9. 나는 나를 근거로 타자와 세계를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체험한 신성을 타인이 갖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그 신성경험의 공유 노력은 인간적이며 본연적이다.
9.1. 그러나 타인이 갖지 않았다는 자신의 판단을 변경하게 될 만한 환경이나, 혹은 타인또한 고유한 신성체험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경우, 나의 타자와의 신성경험의 공유 노력은 일단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9.2. 게다가 신은 모든 개별자와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신성경험의 공유를 넘어선 집착의 근원에는 신의 은총이 나에게만 부여된다는 은총 독점적 사고방식이 있을 수 있다.
10.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 쯔나미로 한 가족이 몰살당한 이웃을 향해 그 고통에 동참하려는 노력을 하는 태도는 인간적 태도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신이 부재하기 때문에 나의 신성경험을 주입하려는 태도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그 자리의 신성체험에 접근할 수 없는 우리의 몸의 한계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자리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11. 내 믿음과 신성체험에 의거해서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은 정당한 태도이다. 그러나 세상 어느 곳에 신성과 구원이 부재하기 때문에 내가 그곳에 달려가는 태도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 사람과 그 곳에 신성과 구원이 부재하였다고 판단하는 태도는 신의 신성과 신의 구원방식에 대한 한계를 이미 내리는 태도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자연신학적 관점에서 자연을 넘어서는 곳을 모두 환원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12. 나의 체험에 의해 구현되어진 신성체험의 소중함, 그리고 나의 몸과 자연을 넘어선 저 생생한 세계가 구원의 새로운 옷을 덧입혀지기를 바라는 소망과 기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 구원의 역사는 꼭 내가 아는 구원의 존재방식만이 아닐 수도 있음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