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티브이 프로그램 동행을 보았다. 세 아이 곁을 엄마가 떠났고 아빠가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세 아이들을 돌본다. 그리고 아빠가 일로 집을 배우게 되는데, 8살 된 첫째 아들 남재는 5개월 된 아기 윤아를 엄마를 대신하여 돌본다. 아빠의 지갑에 남아 있는 3천원으로는 동이 난 분유를 살 수가 없어서 외상을 한다.
마음이 울적하고 아팠다. 여전히 현실은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도 힘든 것이긴 했으나, 고통스러운 현실을 내 삶에서 나누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내 뱃살을 채우려 궁리하였다는 자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우리는 거친 현실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하여 타인을 짓밟고 승냥이처럼 잔인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영혼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 그저 눈빛을 잃은 채 부유하며 사는 법에 너무 익숙해져만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도 이렇게 정말 어려운 삶을 몸으로 대면하는 이웃들을 보면 내가 너무 부끄럽다.
신체의 중심성을 가볍게 넘어서는 고상한 형이상학적 감수성과 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옥과 같은 나만의 세계를 넘어서서, 인생의 의미, 삶의 가치,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인격적 태도를 거친 현실 속에서 잃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세 아이들의 자리에 빨리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8살 짜리 남재가 뚝뚝 흘리는 그 눈물을 닦아줄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어쩌면 엄마도 그 방송을 보면서 세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윤아네, 그들의 행복을 우리는 되찾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국가가, 그리고 우리 교회가 되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윤아가 눈에 밟힌다. 하루만 지나도 사라질 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내 삶의 부끄러움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윤아네'를 여기에, 그리고 마음에 기록한다.
KBS '동행'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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