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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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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8.1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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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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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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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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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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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끝내고 화장실에 가니 벽에 문구가 붙어있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내용의 문구들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화단에 어떤 아저씨가 넘어져 있었으며, 누운 상태에서 옆에 있는 가로등 기둥을 잡고 일어서려 하는데 자꾸 손이 미끄러지면서 다시 화단으로 넘어지곤 하였다. 헤아려보니 술을 거하게 드신 아저씨였다.
주위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그 화단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어 보였다. 술기운에, 그리고 기력이 다 빠져버린 상태였다. 이미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분을 일으켜 세워드렸다. 매우 힘이 들었다.
그분은 한참도 어린 나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중심을 잡고 다시 그분의 집 방향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술기운으로 중심이 이리저리 흩어지고 있었다.
그분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사함이라는 말은, 정말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게는 큰 도움이 아니었으나, 그 말을 하는 자에게는 절실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건네는 말이라는 것. 즉 자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아주 작은 도움을 통해서 이룰 때 감사함의 표현과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정의도 정확하지는 않은 듯 하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어느 정도 추상적으로는 구분이 되나, 근본적으로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없거나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에 대한 감사,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감사가 그의 중요한 덕목이다. 아마 이러한 관점에서 감사함을 헤아려보면, 우리는 타자 없이는 아무것도 혼자 이룰 수 없으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없으면 정말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궁극적인 본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나는 그분의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표현 속에서 그분의 진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분은 정말 본인이 그 화단의 늪에서 자력적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작 손을 벌린 나에게는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의 비대칭성 속에서 그분은 감사함을 절실하게 표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내가 화단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든 아니면 생생하게 생의 도시를 활보하든 궁극적으로는 세상이 감사 투성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고백하는 자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되도록이면 그러한 태도로 감사함의 마음을 입과 마음에 달고 다녀야 하리라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늦은 이 밤, 감사함의 생각을 갖게 해준 그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아저씨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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