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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6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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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8.1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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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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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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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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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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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 4시가 넘어가도 잠이 찾아들지 않는다. 오늘은 정말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고 분주한 하루였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저녁에 마셨던 진한 에스프레소 기운 때문일까.
2.
가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곤 할 때, 나는 온전한 쉼을 상상하곤 한다. 그 온전한 쉼은 나의 생명 모두가 사라지고 흩어짐으로 인해 얻게 되는 쉼 말이다. 내가 없다면 사실 쉼이라는 단어도 의미를 얻지 못하겠지만, 분명 세상 사람들은 그 영원한 사라짐을 쉼으로 부르고 고백한다.
3.
하루 하루, 그것은 분명 우리에게 주워진 기회이자 선물이라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은 자력에 의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4.
잠이 안오는 이유는 커피기운 이외에도 아마, 무엇인가 내 하루의 생명 어디엔가인가 고뇌와 번뇌가 쌓여서일런지도 모르겠다.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 않았거나 번뇌가 크면 잠이 안오기 보다는 잠이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를 잘 살지도 못했으니 하루를 잘 쉴 수도 없으리라는 심연의 관성에 의해 잠이 안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두려움의 원천에는, 하루의 잠이든 영원한 잠이든 그것을 제대로 대면할 수 없는 일종의 좌절, 긴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5.
사람에게는 율법이 필요하다. 삶에도 율법이 필요하다. 잠을 잘 청할 수 있도록 '새나라의 어린이' 테라피도 필요할 듯 하고, 주워진 백주대낮의 시간을 의미있고 보람찬 시간으로 채움으로서, 잠을 대면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 같다.
6.
몇년전 나는 내가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 아니 나는 언젠가는 사라지는 존재라는 자각을 아주 생생하게 갖았던 적이 있었다. 깊은 잠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하루 하루 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것은 돌이켜보면, 역설적이지만 참 행복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지금 나의 감각지각은 그 때의 그 '체험'과는 거리가 먼 조금은 산만하고 들뜬 상태이기 때문이다.
7.
불면, 잠, 그리고 영원한 쉼, 바쁘게 돌아가는 밝은 시간 안에서는 갖을 수 없는 심연의 정조를 지닌 이러한 축축한 관념들이 유령처럼 이 밤을 떠돌고 있다.
8.
지금 내가 잠을 맞이해도, 아니면 맞이하지 않아도, 언젠가 나에게는 영원한 잠이 찾아오겠지. 그러나 최소한 새롭게 맞이하는 내일 주일을 기쁘게 대면하기 위해서라도 어서 잠을 청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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