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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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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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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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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4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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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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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표상화와 물리화는 몸을 지닌 인간의 본능과도 같다. 교회에 대한 우리의 감각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는 신성한 것과 세속적인 것이 만나는 공간이다. 물리적이기에 그것은 현실교회이며 이념적이기에 그것은 여전히 미증유의 교회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교회를 삶 가운데 만나고 신앙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갈망한다.
어제는 교회에서 잤다.
성도가 모여 나눔과 회개 속에서 주일을 보낸 후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갔다. 밤이 되어서 교회는 조용하였으며, 모든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진 그 큰 교회 안에서 나는 어둠과 벗삼아 잠을 잤다. 마치 저 적막하고 광활한 우주 안의 한 점이 된 듯한 그 어둠의 시간들.
교회는 하나님을 만나는 장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느 여인숙에서 내가 잠을 자는 것과 동일한 신체적인 환경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교회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마치 하나님을 만나고 기다리는 구약시대의 장막을 지키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교회 어느 한 공간에서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들어설 때, 나는 두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시선과 관심보다 먼지와도 같은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해주고 우리를 사랑으로 덧입힌 창조주에 대한 열망이 가득찬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들에게 하나님을 경외하고 만나고 그리고 찬양하는 것은 주업이지 결코 부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님을 열망하는 이에게 세상의 삶은 결코 주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결코 수도원주의나 현실을 도피하는 현실부적응자로 오해될 것들은 아니다. 24시간 하나님을 자신의 삶 가운데 만나려 노력하는 인생, 그 얼마나 행복한 인생일까. 우리 목회자와 신학자의 가장 궁극적인 삶은 온전히 기도하고 말씀 읽고 신학을 연구하며 거기에 우리의 삶을 매진하는 것 아닐까. 그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나의 모교 교육관에서 단잠을 잤던 그 때의 기분을 다시 추체험하였다. 마루로 된 넓은 교육관, 우리들의 예배와, 교재와, 장난들이 온통 가득찼던 그 넓었고 풍요로왔던 교육관. 나에게는 그저 그곳에서의 잠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키워왔던 것 같았다.
교회를 섬기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피곤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너무나 기쁜 시간이다. 모든 Bottom-up 사고로 그곳을 피한다 하더라도 아래에서부터의 위로의 사고를 그가 적극적으로 용기 있게 가한다면 그는 언젠가는 교회(Kirche, Gemeinde)를 만날 것이다.
내가 교회를 섬기고 신학을 연구하는 것은 부업이 아니라 주업이다. 일주일에 몇시간 짜리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24시간 모두 쓸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삶이다. 그것은 실로 내 인생에 주어진 행운이자 큰 기쁨이다. 그저 쉽게 주운 것 같아서 한 편으로는 미안함이 들 만큼 말이다.
하느님을 만나는 성소,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 자리, 그곳에서의 단잠. 이렇게 늦게나마 깨달은 내 인생의 기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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