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베이트슨은 1978년 대수술을 마치고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간파한다. 그는 생의 말년 암에 걸리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그의 직관은 정확했다. 2년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1904년부터 1980년까지 76년간을 그는 마음껏 연구하고 여행하고 생의 본질을 탐구하였다. 그의 글에는 그의 생의 연륜과 기품이 흠뻑 묻어나온다. 그는 정상과학의 영역의 언저리에서만 머물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통합적이고 유기적이며 매우 심오한 지혜의 정신이 담겨 있다. 짧은 미래에 자신의 생이 사라진다는 감각 속에서 쓴 글과 생각은 그 얼마나 진지하였고 진중하였을 터인가.
그는 그의 역저인 정신과 자연에서, 자연현상에 반영된 것은 동물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복잡하고 심미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이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명제들이다. 실은 나의 삶의 자리에 있어서 자연현상을 심미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정말 없다는 슬픈 현실이다. 층위를 달리 하는 오류도 있을 법 하지만, 분명히 오늘날의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처참하고 처절한 지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국면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저 멀리 떨어진 한반도라는 나라의 정치사회적인 복잡성 또한 어떠한 커다란 우주의 생태계적인 질서의 빛에서 아름답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심원한 시선에까지 도달하지 못한 나의 현재를 역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한 편으로는 자연과 삶에 대한 동경과 심미적 감성, 그리고 매서운 비판의식이 동시에 요구되기도 한다. 인간의 저항의 내면에는 더욱 더 아름답고 건강한 생과 삶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양 측면에 대한 섬세한 층위적 구분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음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무거운 짐과 정신적 고통을 잘 이겨내는 것, 더 나아가서 고통의 현실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Gregory Bateson (1904-19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