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트슨에 있어서 종교는 생명과 환경을 하나로 묶은 불변의 진리 안에 있다는 자각, 발견, 그리고 그 소속감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종교는 이러한 실재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식이다. 거기에서 종교적인 행위가 등장한다. 상당히 인상적인 주장이다.
칼 바르트와 같은 신학자는 종교와 기독교를 구분하기도 하였으나, 여하간 기독교 또한 하나님과 피조세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그의 중요한 기초로 하고 있다. 그 기초에서 종교적 양식, 문화, 행위가 등장한다.
슬픈 것은 베이트슨이 지적하는 종교의 타락은 너무나 정확한 듯 하다. 그것은 그에 의하면 종교를 오락이나 정치나 마술, 혹은 "힘" 같은 것으로 추락시키는 행위이다. 종교를 오락으로 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종교행위를 통하여 삶의 위안을 얻는 태도일 것이다. 종교는 악세사리 이상의 의미가 없다.
정치는 무엇일까. 종교행위 속에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기독교신앙운동이 그랬고 오늘날 정권에 붙은 종교인들도 그랬다. 그 한 예가 추부길 목사의 파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술은 종교를 통하여 기적과 물리적 변형을 하나의 궁극적 가치로 삼는 것일 터이다. 이것은 "힘"과도 연결이 된다. 종교를 주술, 마술, 힘의 향연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태도이다. 이미 우리의 삶 자체가 얼마나 기적적인가. 기적적인 현실에서 기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태도인가.
오히려 그것은 수상한 행위이다. 종교 속에서 마술과 힘을 자랑하는 것, 그것은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가장 고양된 태도 가운데 하나인 겸손은, 내가 사람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는 태도이다. 그것은 사실 허황된 망상의 지위를 지닌다. 사람을 현혹하고 유혹하고 그리고 사람을 정당하지 않게 모으는 태도는 매우 악한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계를 움직이는 하나님의 능력을 자신이 사사화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분명 베이트슨은 논리주의에 입각하여 종교의 지위를 성찰하였다. 그러나 그 생생한 통찰은 여러모로 음미할 바가 큰 이야기들이다. 그의 경륜, 지적인 엄밀함과 깊이, 그리고 생을 바라보는 태도 모두가 큰 귀감이 된다.
Gregory Bateson (1904-19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