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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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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Number :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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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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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ss : 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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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s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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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하이델베르크에서의 블록세미나, 작년 부인 울리케와의 한국방한의 인연이 쌓이고 싸여서 다시 올해 하이델베르크에서 재회를 하게 되었다. 눈이 정말 많이 쌓인 날 저녁 하이델베르크 교외의 교수님 자택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마치 설원의 어느 눈 쌓인 낯선 동네를 찾아가는 기분이라고 할까.
두흐로 교수의 신학적 편력을 이번 만남에서 매우 구체적이며 새롭게 헤아리게 되었다. 우선 두흐로 교수는 하이델베르크 신학연구소에서 몇년동안 매우 적극적으로 학제간의 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시기에 두흐로 교수는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자연과학의 영역을 직간접적으로 섭렵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신학적 프로그램을 더욱 더 폭넓게 심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방법론은 "컨텍스튜얼라이제이션"(상황화)로 보인다. 오늘날의 지평과 본문은 등가적 가치를 지닌다. 즉 상황을 향한 본문, 그리고 상황을 통해서만 이해되어지는 본문이다. 이러한 상황과 본문의 등가적 집중의 궁극적인 결론은 나(Ich)의 문제로 귀결된다. 즉 나는 이 세계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접촉점이며 나 없이 이 세계는 그저 의미를 지니지 않는 환경이 된다.
이러한 나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잘못 구축하면 퇴행적이거나 관념적 상대주의로 빠질 소지가 크게 되지만 적어도 두흐로 선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나와 세계의 문제를 상당히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차원으로 확대해서 재해석한다.
즉 나는 세계를 이해하는 접촉점이지만 이 세계를 접촉하는 수많은 타자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세계에 대해 상대적이며 타자 또한 세계에 대해 상대적이다. 어떠한 권력과 힘도 이러한 상대적인 세계를 선점하고 독점할 수 없다는 정치적 토대가 그의 상대주의적 인식론과 존재론 속에서 확보된다. 내가 주목하였던 점이 바로 두흐로가 상대론적 위상을 어떻게 정치사회적 지평, 그리고 현실과 연결시켜 내고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결코 지우거나 후퇴하고 망실해야 할 가변적이고 우연적이며 보잘 것 없는 요소가 아니라 세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자 방점이 되는 것이다. 학문도 마찬가지이다.
따뜻한 온기를 발산하는 촛불을 뒤로하고 막차를 타기 위하여 문을 여는 순간 다시 북극의 설원의 한 장면이 되었다. 게다가 교수님의 모자는 에스키모인들이나 쓸 법한 두터운 가죽털모자였다. 하이델베르크 시내로 가는 자가용은 얼어버린 미끄러운 도로를 조심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린 깊은 밤의 모든 인상 자체가, 개그콘서트에서 나오는 유행어를 빌려보자면, 임팩트가 컸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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