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어느 부인은 약 백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자신의 누드를 찍고, 아주 고급스럽게 나온 사진으로 다음 해의 달력을 제작한다. 누드모델만 프로가 아닌 평범한 여자일 뿐, 스튜디오, 그리고 사진작가는 모두 프로페셔날한 수준이다. 그녀의 고급 누드사진이 첨부된 달력이 제작되어 나오고, 그녀는 이 달력을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로 지인들에게 건넨다. 평범한 누드의 모델은 만족스러워하고, 남편들은 부인의 용기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놀라워한다.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육신의 아름다움을 객관화 하려는 부인의 권리와, 그러한 개성에 대하여 터치하지 않는(혹은 못하는) 남편의 입장, 그리고 모던한 개성시대의 요구들을 정확히 읽고 상품화 하는 마케팅의 삼위일체가 여기에 얽혀 있다. 요근래에 자주 한국에서도 누드집이 출간되고, 몇몇은 대박을 터트리곤 한다. 거기에는 스타와 대중의 시선 사이의 이질성이 존재한다. 한국의 누드에는 스타의 치장과 잘 조작된 자본의 파운데이션이 있다면, 독일의 누드에는 평범한 개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소박한 욕구 실현이 있다. 정작 문제는 이것이다. 만약 나의 부인이 원하여 누드 달력을 낸다면. 그리고 내가 아는 친구들이 그들의 달력을 볼 때마다 내 부인의 몸매를 매번 쳐다본다면, 나는 내 부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대해야 하는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