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기숙사 식사가 나온다.
이곳만 그런지 아니면 일반적인 것인지,
셀러드가 아주 풍부하게 나온다.
말하자면 야채들이다.
야채를 비교적 안먹고 살아온 나는
이곳에서 야채먹는 법을 배워서
나중에 밥과 배추만 있어도 한끼
맛있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식사가 부페식으로 나와서 사감 뒤에서
음식을 쟁반에 담으러 기다리고 있는데
사감이 실수로 녹색 배춧잎을 떨어트렸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배춧잎 두어장을 다시
본인의 쟁반에 담는 것이다.
그 바닥은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밟고
지나가는 그런 가장 밑바닥이었다.
나는 독일친구들과의 이런 경험을 한 두번 가진적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음식을 먹다가 그 음식이 상에 떨어지거나
바닥에 떨어져도 그냥 대충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여기에 위생관념에 대한 어떠한
문화적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곤 하였다.
뭐 우리나라가 위생관념이 철저하거나
이곳의 위생관념이 철저하지 않다 이런 식의
도식보다는, 조금 다른 구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 조금 강조해서 말하면 - 독일 아이들이 장난하면서 흙을
퍼먹어도 부모들이 그렇게 놀라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흙 먹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의 위생관념은,
구체적으로 먹어서 죽지 않는 경우라면,
비교적 털털하고 여유롭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긴 하다.
이곳에는 석회가 많아서 꼭 설거지를 하고
행주로 그릇들을 닦는데, 퐁퐁의 기운이
다 물로 씻겨나가지 않아도 그냥 쓱싹 닦는다.
물론 워낙 퐁퐁이 신체에 자극적이지
않은 성분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꺼림직하기도 하다.
이곳의 위생관념은 몸의 위험수위와 아주 긴밀하게
형성된 수준의 것들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깔끔함 자체에 너무 집착하여
위생관념에 대하여 결벽증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한국에서 경험할 때엔 눈살을 찌뿌리곤 했다.
그것은 내 위생관념의 기준이 그리 엄격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곳의 위생관념에 대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서 나의 기준 또한 아주
모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혹은 너무 엄격하거나).
위생관념에 대한 나의 경험은 아주 제한적인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인도의 경우는 나의 이러한 물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여러 대답들을 마련해줄런지도 모른다.
바닥에 떨어진 셀러드를 아주 자연스럽게 다시 주워서 맛있게 먹은 사감,
나중에 시간 나면 왜 줏어 먹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아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