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몇 년간의 허망한 고민은 <주체-타자-연대>였다. 이 고민에는 내 신학적 실존과 백두, 그리고 독일에서 아주 우연히 만난 몇몇 탁월한 학자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 게다가 작금의 내 학위 논문도 그 고민 덕분에 이렇게 이어져 오고 있다. 아주 힘이 들었을 때 난, 사람은 자신의 삶의 여정에 걸맞는 고민을 하는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많은 시간 저 허망한 고민들로 인해 내 인생의 윤기가 증발되며, 다른 한편 푸른 삶의 대지를 실감나게 밟아보지 못한 것 같았으니까. 그러한 내 몸에 독기 같은게 오르며 조금 수상해짐을 느낀다. 그것은 잘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주체-타자-연대, 내가 어떠한 자리에 있었어도 저 문제들은 내 무의식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고 하면 지나친 과언일까. 몇 번이고 꿈에서도 아는 선생과 지우들과 대화를 하며 스쳐 지나갔으니까. 며칠 동안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단서의 환영들이 보이고, 각자 잡하게 놀던 단상의 따로국밥들이 서로 다시 끈끈하게 섞여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한 내면에의 작은 발화들은 루만과 마투라나, 그리고 화이트헤드의 언어들을 더욱 윤택하고 생동감 있게 만나도록 나를 이끈다. 이 순간에 더욱 더 탄력을 얻어서 더욱 더 단단하게 앞으로 매진해야겠다. 내게 주어진 능력 안에서, 성실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