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여름이었다. 나와 친구 A는 집의 찌는 더위를 피해 한산한 거리에서 잠을 청했다. 그 거리는 고요했고, 검푸른 하늘의 별이 우리를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잠에 깊이 빠져들 무렵 우리를 깨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 명의 여성은 간호원의 이미지였다. 이렇게 불편하게 잠을 자면 몸과 마음에 많은 문제가 있으니까 자기들이 주선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쉬기도 하고 몸과 마음의 상태에 대해 확인을 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잠에서 막 깨어난 우리들의 신상을 꼬치꼬치 물어보며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친구 A는 거리에서의 잠이 불편했었던 것인지 그들의 권유에 기꺼이 동의하였다. 그에 비해 나는 그 간호원의 이미지를 한 저들이 왜 곤하게 사람을 깨는지 조금 의아해 하였다. 그리고 이상한 것은 저 도로 가장자리에서 더욱 더 잠에 깊이 골아떨어진 노숙자에 대해서 이들은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이 베푼 호의에 대한 확실한 반증거리가 나에겐 없어서 그들의 권유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준비한 차량에 우리는 올라탔으며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그들의 기지를 향해 달려갔다. 도시를 거슬러 아주 먼 거리를 달려간 것 같았다. 창 밖엔 숲과 계곡이 연달아 스쳐 지나갔다. 결국 우리가 도착할 곳에 다다랐으며 나는 긴장을 많이 하였다. 그 두 여자 간호사는 우리를 아주 깍듯이 모시긴 하였지만 여전히 나는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한편으로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를 위한 배려라고 하기엔 이것은 너무 불편하지 않은가 하는 염려와 의심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을 열고 깊은 지하에 쭉 내려진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문을 여니까 거기는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로 보이는 많은 이들이 진단을 받고 있었고 몇몇 관리인들과 의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나는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내 몸에 소리를 듣는 청진기를 대니 이상하게도 화면에 내 심장이 나왔다. 그런데 그 심장으로 들어가고 나가는 대동맥과 정맥은 호스였고 그 연결지점은 나사로 조여져 있었다. 화면에 나오는 저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내 심장이 아니었다. 그들이 베푸는 마음과 몸에 관한 진단과 배려를 나는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조금 더 복잡다단한 진단을 거의 다 거친 후에 테이블에서 나는 그들이 어디엔가에 쓰는 약물같은 것을 발견하였다. 난 그 약물이 필요할 것 같아서 본능적으로 테이블에서 꺼내 내 손에 쥐었다.
진단은 다 마치고 그 다음 코스로 가기 전에 우리는 휴게실 같은 곳에서 쉬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는 그 두 간호사에 의해 인도가 되었지만 마치 그것은 우리가 포로가 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 두 간호사의 이미지는 아주 좋았다. 나는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서 우리가 앞으로 인도될 곳을 간호사 모르게 미리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쉴 곳은 편안한 곳이 아니라, 마치 오래된 역사에 나올만한 포로수용소 혹은 안기부의 취조실과 같은 텁텁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몇몇의 사람들이 끌려가 있었다. 겨우 마음을 가누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마음에는 온통 이곳을 빠져나와야 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으며 앞으로 내 앞의 간호사가 어떠한 모습으로 돌면할 지를 마음에 준비하고 있었다. 두 간호사 가운데 한 간호사 B가 잠시 우리 앞에서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그 순간에 다른 간호사 A가 우리에게 어떠한 위협을 취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본능적으로 나는 아까 손에 쥐었던 약물의 뚜껑을 열고 그녀에게 뿌렸다.
그 약물은 독극물은 아니었고, 의식의 기능이 미약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준 마취상태가 되지만 몸은 멀쩡한, 그러한 마취제와 같았다. 그녀가 의식의 상태에서 퇴행하고 있을 때 우리를 왜 이곳에 불렀는지 물어보게 되었고, 결국은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너희들의 쉼은 불편하였다. 우리가 너희의 쉼을 위해서 불렀다. 하지만, 이곳은 너희들에겐 더 불편할 수 있다."
약물로 인한 마취의 효과가 점점 풀리기 전에 어떻게 하든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그녀를 다그쳤다.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요구하였다. 그녀 또한 자꾸 의식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있었던 것인지 속의 이야기를 하면서 매우 마음의 불편함과 고통을 갖고 있었다. 결국은 처음에 들어왔던 입구의 계단이 아닌, 다른 복잡한 미로와 같은 후방의 계단을 타고 어떠한 돌로 된 문에까지 도착하였다. 그 문의 틈에 보이는 밖의 풍경은 폭이 넓은 강가와 강 저편의 황량한 숲이었다. 강 위의 바싹 마른 갈대들이 바람에 춥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간호사가 그 돌로 된 문을 여는 순간 그 좁은 틈을 타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간호사는 그들을 힘겹게 막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들의 눈엔 초점이 없었고, 온기가 없었다. 그들은 마치 육신의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귀신처럼 보였다. 그리고 저 황량한 밖의 강가와 숲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빠져나왔던 계단 저편에서는 다른 간호사 B가 우리를 향해 바삐 쫒아오고 있었다. 집요하게 우리를 찾고 있었다. 약물에 의해 의식을 잃고 이 출구에까지 우리를 겨우 인도한 간호사 A는 어쨌건 우리를 밖으로 보내려고 돌로 된 문을 겨우 열어주었으며, 우리는 힘겹게 그곳을 나왔다. 조금만 늦었다면 다른 간호사 B에 의해 우리는 그곳을 영영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빨간 돌로 된 문은 다시 닫혔고 우리는 그 춥고 바람만 앙상하게 부는 황량한 검붉은 강가에 서 있었다.
그 간호사가 의식을 잃고 나에게 던진 말이 머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너희들의 쉼은 불편하였다. 우리가 너희의 쉼을 위해서 불렀다. 하지만, 이곳은 너희들에겐 더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알수 없는 지하의 미로를 빠져나왔음에도 어디에 우리가 서 있는지도 모르는 황량한 강가 또한 그 지하의 미로보다 더 편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가야 우리가 원하는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은 전혀 헤아릴 길이 없었다.
